한-미 FTA 2차 협상, 의약품 분야 미국 거부로 ‘협상 중단’
미 ‘건강보험 약값 적정화 방안’에 불만 일방적 퇴장
섬유·개성공단 문제도 제자리…검역상설위 설치키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이 12일로 사흘째를 넘겼지만 의약품·의료기기 분야의 협상이 중단되고 다른 핵심쟁점에서도 양쪽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진통을 겪고 있다.
협상단 고위 관계자는 “의약품·의료기기 분야 협상이 11일 오후 갑자기 중단된 뒤 12일에도 재개하지 못해 2차 협상에서는 합의점을 마련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상품무역과 농산물, 서비스, 섬유 분야 등에서도 개방단계와 시기 등 원칙적인 문제를 둘러싸고 양쪽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쪽 협상단은 애초 이번 협상에서 분과별로 구체적인 양허(개방허용) 품목과 대상, 유보(개방불가)안 교환을 목표로 뒀으나, 일정의 절반을 소화하면서도 개방원칙조차 합의하지 못한 셈이다.
특히 의약품·의료기기 미국 쪽 협상단이 첫날 회의 도중에 갑자기 퇴장하면서 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협상단 관계자는 “11일 협상에서 우리 정부의 ‘건강보험 약값 적정화 추진방안’을 상세하게 설명을 했는데 미국 쪽 협상단이 일방적으로 퇴장해버리고 12일에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하며 “이 분야 협상일정은 11~12일 이틀로 잡혀 있기 때문에 사실상 결렬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쪽은 건강보험 약값 책정방식의 ‘포지티브 시스템(목록열거방식)’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포지티브 시스템이란 건강보험 적용 대상 의약품을 ‘약값 대비 효능’을 기준으로 선별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효능을 인정받는 신약이더라도 가격이 비싸면 보험적용을 받지 않게 돼 미국 쪽에서는 반발하고 있다.
섬유의 관세 철폐나 개성공단 생산제품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 등 우리 쪽이 강하게 요구한 쟁점들을 놓고서도 양쪽 견해 차이만 확인한 채 협상이 제자리에 맴돌고 있다. 한편 농산물분과에서는 동식물검역 문제를 다룰 상설위원회 설치에 합의했다. 미국은 그동안 비관세 장벽인 농축수산물의 검역 완화를 꾸준히 요구하며 관련 상설기구를 요구해왔다. 상설기구가 설치되면 미국은 앞으로 △유전자 조작식품이라는 표시의 폐지 △농약 잔류검사 완화 △미국 식품의약청 인증 때 한국 인증절차 면제 △뼈 없는 쇠고기는 물론 광우병 위험도가 높은 뼈 붙은 쇠고기와 기타 잡고기 등의 수입 개방 등을 더욱 효과적으로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박순빈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