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검역’ 상설위원회 설치키로
미국안 수용…검사 완화·추가 개방 압력 받을듯
의약품·의료기기 분야는 의견차 커 협상 중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 사흘째인 12일 한국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동식물검역 문제(SPS)를 다룰 상설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미국은 그동안 비관세 장벽인 농축수산물의 검역 완화를 꾸준히 요구하며 관련 상설기구를 요구해 왔지만, 한국은 담당자만을 지정하는 ‘비상설 접촉창구’만으로 충분하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한국쪽 동식물검역 협상 관계자는 “상설위원회를 만들기로 합의한 상태이고 지금은 위원장의 직급을 높이려는 미국과 의견차이를 보이는 정도”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앞으로 △유전자조작식품 표시 폐지 △농약 잔류검사 완화 △미국 식품의약청 인증 때 한국 인증절차 면제 △뼈 없는 쇠고기는 물론 광우병 위험도가 높은 뼈 붙은 쇠고기와 기타 잡고기 등의 수입 개방 등을 상설 기구를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요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의약품·의료기기 분야는 양국간 현격한 입장 차이로 협상이 이틀째 열리지 못했다. 협상단 고위 관계자는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 첫날 협상이 지난 11일 열렸으나 우리 정부의 ‘건강보험 약값 적정화 방안’에 대해 미국쪽이 반발해 첫날부터 협상이 중단됐다”며 “이번에는 협상이 더는 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효능을 인정받은 신약이라도 가격 대비 효과가 우수한 의약품만 선별해 등재하는 우리 정부의 ‘포지티브 시스템’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닷새간의 협상 일정 중 절반을 끝낸 이날까지 양국은 동식물검역과 노동분과를 비롯해 금융서비스·경쟁·총칙 등 17개분과 중 5개 분과의 일정을 마쳤다. 신제윤 금융서비스분과장(재정경제부 국제금융심의관)은 “금융서비스의 경우 사실상 미국과의 협정에서 처음 다루는 분야”라며 “유보안을 만들기 위해 모든 제도를 다 훑고 있어 9월 3차 협상 때 유보안을 교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미국에만 있고 한국에는 없는 금융상품인 신금융서비스와, 소매금융을 제외한 국경간 거래는 허용하기로 했다. 한국은 외환 위기와 같은 사태 때 국경간 송금을 일시 중단하는 ‘긴급수입제한조처’를 요구했으나 미국쪽은 거부했다.
양국은 또 서비스 분과 유보안(개방불가 품목 리스트)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방송사의 외국방송프로그램 방영시간 제한을 풀어주고, 통신사의 기술선택에 정부가 관여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또 법률서비스와 택배서비스 개방을 재차 촉구했다. 이에 대해 우리 쪽은 4개 분야 모두 유보안으로 제출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