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가 국민 건강과 관계가 없다고?”
보건의료인들의 한미 FTA 반대 선언 줄 이어
2006-07-13 오후 5:47:11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본협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보건의료계 종사자들의 한미 FTA 반대 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노동건강연대 등으로 구성된 ‘한미 FTA 저지 보건의료분야 대책위원회’가 이미 오래 전부터 한미 FTA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혀 온 데 이어 11일에는 약사 및 약대생들이, 그리고 13일에는 치과의료인들이 한미 FTA 반대 선언을 발표했다.
이처럼 보건의료 관계자들이 한미 FTA 반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한미 FTA 협상에서 다뤄지는 의약품, 민간 의료보험, 식품안전 및 환경규제 등의 문제가 보건의료 산업은 물론 국민의 건강과 복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오전 9시 서울 장충교회 앞에서는 치과의사, 치기공사, 간호사, 치의학대 학생 등 치과의료인들이 참가한 가운데 ‘한미 FTA를 반대하는 범치과계 600인 선언’이 발표됐다.
”의료서비스가 한미FTA 협상의제 아니라서 걱정할 필요 없다고?”
이들은 “의료 서비스는 한미 FTA의 협상의제가 아니므로 보건의료 분야에 관해서는 걱정할 것이 없다”는 정부의 주장이 허구라고 주장했다. 보건의료 분야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쟁점들은 의료 서비스 분야가 아닌 다른 협상에서 다뤄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미 FTA에서 다뤄지는 보건의료 분야의 핵심 쟁점은 의약품, 민간 의료보험, 식품안전 및 환경규제 문제이다. 그런데 의약품 문제는 상품무역 협상에서 다뤄지고 민간 의료보험 문제는 금융서비스 협상에서 다루어지며, 식품안전 문제는 식품위생검역협정 협상과 기술무역장벽 협상에서 다뤄진다”며 의료 서비스가 협상의제가 아니라서 한미 FTA가 국민의 보건의료 문제와 무관하다는 정부의 주장이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한미 FTA, 한국정부의 약가인하 노력에 찬물”
이들은 “현재 OECD 나라들의 의료비 중 약값 비중은 평균 17.8%이지만 한국은 이 비중이 28.8%여서 불필요한 약값 지출이 많다”며 “정부 역시 이런 문제를 인정하고 약가 지출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준비해 왔으나 한미 FTA 체결을 위해 미국이 이런 정책을 폐기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지난 5월 3일 모든 의약품을 보험 약으로 등재하는 현행 약값결정 방식(네거티브 시스템)을 비용 대비 효과가 우수한 약 위주로 선별해 등재하는 방식(포지티브 시스템)으로 바꾸는 방안을 내놓자 미국 정부와 다국적 제약업체가 강하게 반발하며 제동을 걸어온 것을 가리킨다.
이들은 “미국이 FTA를 통해 절대 양보하지 않고 철저히 관철하는 것으로 유명한 분야 중 하나가 의약품 분야”라고 강조했다.
”미국식 민간 의료보험 제도는 국민 의료비 부담만 늘린다”
이어서 이들은 민간 의료보험의 확대가 낳을 수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들은 “현재 미국이 금융서비스 협상에서 보험료율에 대한 규제를 완전히 폐지할 것과 모든 보험상품의 판매를 제한 없이 자유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한국정부 역시 이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지 않다”며 “이렇게 될 경우 건강보험의 기반을 약화시키고 의료체계의 효율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가 건강보험의 부족한 보장성을 보충한다는 명분으로 정부는 민간보험의 역할을 강화하고 각종 규제를 철폐하려 하지만 이런 정책이 국민의 의료비 부담만 늘리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은 여러 외국 사례를 통해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보건안전 불감증에 빠진 한국정부, 협상 자격 있나”
이들은 또 한미 FTA 사전협상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합의된 이후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광우병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들은 “올해 3월 미국에서 새로운 광우병이 발생하고 이에 대한 역학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선언했다”며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는 한국정부의 보건안전 불감증을 질타했다.
이들은 “미국이 안전하다고 인정하는 농축산물에 대해 한국에서 다시 검역을 실시하는 것은 무역장벽이라고 주장하며 최대 농약잔류량 제한 제도를 포기하고 유전자조작 식품 표시제도를 폐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한미 FTA 체결은 국민건강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현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