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미 ‘약값제도 시비’는 협상전술?
버시바우대사, 유시민장관 면담때 조건부 수용 비쳐
“혁신적 신약 특허권 보호 강화가 진짜 목적” 관측
이창곤 기자 김양중 기자
복지부는 24일께 입법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 파행의 주요 원인인 정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대해 미국 쪽이 ‘조건부 수용’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20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가 지난 19일 유시민 복지부 장관을 찾은 자리에서 “한국 정부에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시행시기를 늦추는 등 세부적인 논의를 (미국과) 더 하면 (우리나라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뉘앙스의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이 자리에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국내 정책인 만큼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날 보여준 미국 쪽의 태도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철회’를 주장하면서 2차 협상까지 파행으로 치닫게 한 이제까지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진짜 속내는 애초부터 혁신적 신약의 특허 기간 연장 및 확대 등 특허권 강화 쪽에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1~2차 에프티에이 협상의 의약품 분과에서 보여준 미국의 초강경 태도는 어디까지나 ‘전술적 성격’이 강했다는 얘기다.
이런 관측은 보건의료 및 환자 단체에서 일찍이 내놓은 바도 있다. 안기종 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국장은 “약제비 적정화 방안 철회는 의약품 분야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것 중 일부이며 더 중요한 것은 신약의 특허 보호 강화”라고 말했다.
보통 특허권 보호기간은 20년이나 의약품의 경우에는 특허출원 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심사 등으로 인해 시판허가를 받을 때까지 3~5년의 기간이 더 걸린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이를 모두 인정해 특허 존속기간을 늘려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미국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미국 제약사는 엄청난 수익을 거둘 것이 명확하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미국의 진짜 의도는 선진국들이 대체로 시행하고 있는 데다 명분이 적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철회라기보다는 혁신적 신약의 특허 보호권 강화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예정대로 24일께 약제비 적정화방안의 구체적 내용이 담긴 ‘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이 방안은 상대적으로 값싸고 효과 좋은 약을 선별해 보험 약으로 인정하는 포지티브 방식(선별등재방식), 약값 결정 과정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약회사 사이의 협상 절차 도입 등이 담겨 있다. 또 특허 만료 오리지널의약품과 제너릭(복제약)의 값을 내리는 법적 근거 등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곤 김양중 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