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 붙이지만 말고 아픈 곳도 좀 쓰다듬어 주세요”
<민소 라디오 전문서비스> 포항지역건설노조 차창수씨 아내 김정화
지금은 노동자 시대
김현선- 포항지역건설노조 조합원들의 포스코 본사 점거농성이 장기화 되고 있습니다. 단전단수 조치와 식사반입이 거의 차단 되면서 노동자들은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가고 있습니다.
건물 밖에서 식사와 약 반입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아내 등 가족들의 심정도 타들어가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포항지역건설노조 가족대책위 중에 한 분 전화 연결합니다. 안녕하십니까?
김정화- 네. 안녕하십니까?
김현선- 본인과 남편소개를 먼저 해주시죠.
김정화- 저는 건설노조 가족의 아내로서 포항제철안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의 이름은 차창수이구요. 저는 김정화라고 합니다.
김현선- 남편되시는 차창수님도 현재 포스코본사 점거 농성장 안에 계시죠?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김정화- 건물주위에 갔다가 그냥 그 건물만 바라보고 오는 거예요.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 저희는 힘이 약하잖아요. 밥도 들여보내 주지도 않고 가족들이 지병이 있는 가족들 줄려고 약을 갖고 와도 그 것 마저도 차단을 하니까 저 뿐만이 아니라 모든 건설노조 가족들이 매일매일 안타까운 마음으로 뉴스나 텔레비젼에서 언제나 기쁜소식이 전해지려나 하고 고대하고 있을 뿐이예요.
김현선- 자제분들도 알고계십니까?
김정화- 네. 모두 알고 있죠. 애들이 대학생입니다. 아빠가 안에 계시니까 어떤 힘이라도 보태드리고 싶은데 아직 학생이다 보니까 발만 동동 구르고 있죠. 아빠 힘내라고 전화를 할라쳐도 휴대폰 밧데리가 부족해서 그 마저도 잘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거기 상황을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니까 답답할 뿐입니다.
김현선- 가장 어려운 점은 뭐라고 하시든가요?
김정화- 식구들 걱정할까봐 오히려 힘들어도 힘들다는 얘기를 안하시구요. 가족들 입장에서는 일단 먹여야 되잖아요. 일단 먹는 것 조차도 차단을 시켜버리니까.. 울면서 애원도 해봅니다. 밥 좀 들여보내 달라고, 그리고 또 약이랑 물도 당장 급하구요.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경찰들도 어떤 명분이 있기 때문에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다가도 그래도 7일이 넘었잖아요. 그러면 어느 정도 사측에서도 양보도 하고 경찰도 좀 양보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 7월15일 포항 포스코본사 농성현장 ⓒ 민중의소리 정택용기자
김현선- 우울한 소식도 들리는것 같습니다. 사측과 정부 등에서 고사작전으로 노동자들이 지쳐쓰러질 때까지 자신해산을 유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김정화- 그런 얘기를 들으면 정말 해도해도 너무 하다는 생각 밖에 없죠.
요즘에는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도 다 보장이 되잖아요. 먹을 것도 주고 재우고… 먹을 것은 들여보내야 되는데요. 그 안에서 농성하는 사람들도 다 세금을 내는 사람들이잖아요.
그 안에 계신 노동자들이 내는 세금으로 전경들 밥 때 되면 다 밥을 먹이면서 남편들에게는 밥을 안 넣어주니까 그게 제일 안타깝습니다.
정부나 사측은 일단은 힘이 있는 상태잖아요. 건설노동자들은 정말 힘이 없다보니까 또 저희 가족들도 힘이 없으니까 안된다고 하면 그냥 돌아올 수 밖에 없어요. 상황이 너무 급박해요.
김현선- 일부 언론에서 한달에 천 만원 수입이 있는 노동자들이니 하면서 얘기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하실 말씀이 있다면요?
김정화- 천만원이라는 건 있을 수도 없구요. 최근에는 새벽 7시에 나가서 한 3~4시쯤에 들어오곤 했는데요. 일요일도 쉬지 않고 계속 일을해야 200만원 좀 안되는 돈을 받아 오구요. 그것도 1년에 6개월정도에 불과합니다.
아이들 대학 가르칠때 무슨 학자금이 나오는 것도 아니구요. 아빠가 계속 일거리가 있어서 돈을 벌어올 때 그때 조금 저축을 하는데요. 큰 저축은 꿈도 못꾸죠.
포스코에서 일이 있다고 그러면 일요일, 명절도 따로 없었어요. 가서 일합니다. 말하자면 험한 일, 궂은 일은 다 건설노동자들이 하는거죠.
물론 경제도 살려야 합니다. 또 본의 아니게 포항시민들한테 피해를 줄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건설노동자들은 너무나 답답하니까 또 포스코 다니는 다른 사람들은 다 이루고 살면서 궂은 일을 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이런 식으로밖에 대하지 않는 것,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갑니다.
김현선- 일부 국회의원들쪽에서 강경하게 대응하라 또는 빨리 진압해라 라는 주문을 하고 있습니다.
김정화- 현재 건물에 점거농성 중인 우리 남편들이 지병이 있어서 약을 넣어 달라고 하면 약은 안 넣어주고 국회의원들이나 정부 나리들이 와서 문을 열어주라고 하면 문을 열어줍디다. 이게 뭡니까? 제가 봤을때는 이 지금 현실이 너무너무 안타까울 뿐이예요.
노동자들이 세금 내야될 것을 안 낸 사람도 아니구요. 정말 열심히 산 것 밖에는 없는데요. 이 나라 정말 너무합니다.
제 바램은 그래요. 모든 분들이 그렇겠지만 꼭 좀 했던 약속 지켜주시고 아픈곳도 좀 쓰담아도 주시고 몰아붙이지만 마시고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원인에 대해서도 좀 알아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현선- 옆에 계시면 어떤 말씀 제일 먼저 하고싶으세요.
김정화- 그냥…(울먹) 힘내라는 얘기밖에 해줄수가 없잖아요.
밥좀 주세요. 밥좀 주세요. 제발…(흐느낌)
지금 어떻게 말이 안 나와요 그 안에 계신 분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주신다면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주세요.
김현선- 네. 김정화님 약한 마음 갖지마시구요. 또 힘차게 끝까지 같이 투쟁해주셔야 합니다. 오늘 인터뷰 고맙습니다
김정화- 네. 그래야죠. 고맙습니다.
<김정화씨가 남편 차창수씨에게 보내는 편지>
사랑하는 당신께
아픈곳은 없는지 잠은 제대로 자는지
애타는 제 마음은 하염없이 내리는 빗줄기처럼
오늘도 한없이 무너져버리고 마네요
그 곳을 제 눈으로 볼수는 없지만
먹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하고 쉬지도 못하고
지쳐가고 있을 당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려워
잠조차 이룰수가 없어요
내 가족을 위해서 내 자식을 위해서
참고 또 참으며 투쟁하는 그 심정을 너무나 잘 알기에
얼굴을 마주보며 따스한 손 한번 잡아줄수 없는 이 상황이
더 안타까울 뿐이예요
더해가는 배고픔속에서
전기마저 들어오지않는 암흑의 위험속에서도 오히려
가족걱정에 가슴아파하는 당신께
힘내라는 말밖에 해드릴수가 없어요
티비를 보며 안타까움에 한 없이 우는 딸아이에게
당신대신 어깨를 토닥여주는 일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
차마 딸아이 앞에서 울 수 없기에
돌아앉아 소리없이 웁니다
여보 우리 지금은 이렇게 힘들지만
지금 흘리는 가족들의 눈물과 당신의 그 땀이
더이상 헛되지 않도록 힘내세요
오늘도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애태울수밖에 없는 제 마음을 토닥이며
조용히 당신을 응원합니다
제겐 너무나 자랑스러운 당신,
여보 사랑합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