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만 노리고 치는 경찰 방패, 죽음 부른다’
하중근 씨 부상에서 수술까지 사건 재구성
정웅재 기자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또 한 명의 노동자의 생사가 경각에 달렸다.
포항 동국대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하중근(45) 포항건설노조 조합원의 상태가 위독한 것.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또 사람이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뇌출혈, 뇌부종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하중근씨는 16일 집회에 참여했다가 갑작스런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머리를 가격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경찰폭력진압 노동자 생사 경각..담당의사 “사실상 뇌사”
19일 오전 하 씨의 담당의사인 김진욱 교수는 “(하 씨가) 사실상 뇌사상태”라고 밝혔다. 하 씨는 현재 자가호흡을 못하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하 씨가 부상을 입은 순간부터 현재까지의 상황을 재구성했다.
사건은 16일 벌어졌다. 이날 오후 2시에는 건설산업연맹과 민주노총 경북본부의 포스코 공권력 투입 규탄집회가 예정돼 있었다.
이 집회는 민주노총 포항시협의회 이름으로 신고된 합법집회였다. 그러나 경찰은 돌연 태도를 바꿔, 집회를 불허하면서 원천봉쇄할 것이라고 15일 노조에 통보했다.
애초에 평화적으로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었던 노조는 경찰의 이해할 수 없는 집회 불허에 불복, 예정대로 집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16일 오후 2시가 좀 못 된 시각. 1천 여명의 건설산업연맹과 경북본부 조합원들이 포항 형산강 사거리로 뛰어나와 포스코 점거투쟁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노동자들은 맨몸으로 도로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노동자들의 갑작스런 등장에 포스코에 투입됐던 경찰병력이 포스코로 진입하는 형산대교 입구를 틀어막으며 노동자들과 대치했다.
노동자들은 경찰이 막아나서자 포스코 반대편인 포항공항으로 이동했다. 경찰은 대열 우측을 치고 들어오며 충돌이 벌어졌다. 노동자들은 비무장 상태였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 20여 명과 경찰 일부가 부상을 당했다.
공원으로 향하던 노동자들은 이동을 멈춘 채 다시 형산 사거리로 집결했다.
오후 2시, 집회 대오는 2천 여명으로 불어났고, 형산 사거리에서 대회가 시작됐다.
집회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도중, 오후 3시경 경찰이 갑자기 소화기를 뿌리며 거칠게 집회 대열 안으로 치고 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다시 노동자 수십 명이 다쳤다.
△집회가 진행되던 순간 갑작스레 대열에 소화기를 뿌리며 진입한 경찰은 참가자들의 목과 머리를 방패로 정확히 가격했다.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이 때 하중근 씨가 다친 것으로 추정된다. 건설산업연맹은 당시 상황에 대해 “하중근 씨가 대열 앞에 있었고 경찰이 갑자기 최루액을 쏘면서 방패를 들고 찍으면서 진압해 들어왔다”라며 “경찰이 치는 순간 하 씨가 선두쪽 대열에서 약간 옆으로 물러서 인도 근처에 서 있는 상태였지만 경찰 폭력으로 곧바로 피를 흘리며 병원으로 후송됐다”라고 밝혔다.
경찰 합법집회 이유없이 불허, 폭력진압..수십명 다쳐
하 씨는 동국대 포항병원으로 후송돼 세 차례 CT 촬영을 한 후, 7시간 대수술을 진행했다. 우측 후두부에 강한 충격으로 인해 왼쪽 안구 위에 뇌부종이 발생하고 뇌출혈이 계속돼 수술 후에도 수술부위를 봉합하지 못한 채 열어놓고 있었다.
17일 오후 4시간여의 재수술이 진행됐다. 그러나 뇌부종이 심한데다, 뇌출혈도 관을 삽입해 빼내고 있을 정도로 심각해 하 씨의 회복은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당시 담당의사는 “뇌에 충격이 굉장히 크게 가해져서 뇌부종이 계속되는 것”이라며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었다.
△그치지 않는 하중근씨 어머니의 눈물. 살아가는 것도 억울한 아들은 더 억울한 죽음의 목전에 서있다.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2차 수술 뒤, 하 씨는 ‘좀 더 큰 병원으로 한번 만 가보자’는 가족들의 요청으로 대구 동산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뇌출혈이 지속되고 있고, 뇌부종으로 재수술이 불가능해 포항 동국대 병원으로 재이송됐다.
이 와중에 국가정보원과 경찰 관계자들은 하 씨의 가족들을 접촉해 ‘모든 상황을 기관에서 책이질테니 환자를 더 큰 병원으로 옮기자’는 제안을 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합법적으로 신고된 집회를 아무런 이유도 없이 불허하고, 경고방송도 없이 방패를 앞세워 폭력진압했는데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해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불법집회라 하더라도 경고 방송도 없이 방패를 앞세워 진압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