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이스라엘 미사일 공격, 레바논 카나 마을 50여명 즉사

  
  이스라엘 미사일 공격, 레바논 카나 마을 50여명 즉사  
  국제 비난 여론 비등…이스라엘 ’48시간 공격중단’ 합의  

  2006-07-31 오전 9:55:55    

  

  
  30일 새벽 레바논 남부 카나 마을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소한 56명의 주민들이 한꺼번에 살해되는 참극이 빚어지면서 이스라엘의 공습 중단을 요구하는 국제적 압력이 비등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강력한 지지자였던 미국마저 공격 중단 압력에 동참하자 결국 이날부터 48시간 공습을 중단하는 데 합의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 새벽 1시 헤즈볼라의 로켓 발사 지점이라는 이유로 카나 마을의 3층짜리 빌딩을 미사일로 공격, 이 건물에 대피해 있던 주민들 중 50여 명이 즉사했다. 특히 사망자 대부분이 부녀자로 레바논 보안 당국에 따르면 어린이 34명, 여자 12명이 포함돼 있다.
  
  카나 마을의 참극은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 대한 공격을 개시한 지 19일째를 맞은 이날까지 단일 공습에 의한 사망자로는 최대 규모다. 카나 마을의 희생자까지 포함해 레바논에서만 현재 510명 이상이 사망했다
  
  카나 마을에 대한 소식을 접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중동 순방 일정을 단축하고 31일 귀국할 방침이며, 이에 앞서 라이스 장관은 푸아드 사니오라 레바논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이날 예정된 레바논 방문을 취소하고 이스라엘에 머물면서 평화 방안 수립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레바논에서는 반미 감정이 극에 달하고 있다.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카나 학살에는 반드시 보복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레바논 정부는 무조건적인 휴전 이외에는 미국의 소위 ‘평화 패키지’ 방안에 대해 협상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이스라엘의 공격을 즉각 중단시키라는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카나 마을의 참극이 빚어지기 전부터 자신이 줄기차게 제기해 온 휴전 요구를 무시한 미국을 맹렬히 비난했다. 그는 “더 많은 어린이와 시민들이 무방비 상태에서 이번 전투의 희생자가 되기 전에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참극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헤즈볼라를 비난했다. 헤즈볼라가 이번 공격 표적이 된 건물 근처에서 이스라엘 북부에 로켓 공격을 했다는 이유다. 이스라엘 외교부 관계자는 “헤즈볼라가 주민들을 인간 방패로 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측은 카나 마을 주민들에게 마을을 떠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이미 경고를 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AP 통신은 “카나 마을 주민들은 공포에 질려 마을을 떠날 수 없었다고 한다”면서 “가장 가까운 주요 도시인 티레로 가는 길도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모두 참혹하게 파괴돼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측이 48시간 공격 중단을 계기로 무조건적인 휴전에 동의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공격 중단을 요구한 라이스 장관의 발언이 있기 직전 “헤즈볼라를 분쇄하기 위한 작전은 앞으로도 2주간 이상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나 참극 이후에도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전투를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필요하다면, 지체없이 확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총회를 열었다. 현재 유엔 안보리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미국만이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전제로 하지 않는 즉각적인 휴전’을 반대하고 있다 .
  
  이번 카나 마을 참극은 지난 96년 이스라엘이 카나 마을에 있는 유엔 건물에 폭격을 가해 이 건물에 대피해 있던 100명이 넘는 레바논 사람들이 사망한 사건을 연상시키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당시 이스라엘의 공격을 중단하라는 국제적인 여론에 고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