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협상은 반국민적 굴욕협상…중단해야”
시민단체들 “협상경비도 한국 부담”…공항서 ‘반대회견’ 계획
보건의료단체 등 20여 개 시민사회단체들이 21일부터 이틀 간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의약분야 협상을 ‘반국민적 굴욕협상’으로 규정하고 이에 반대하는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 연합, 기독청년의료인회, 전국사회보험노동조합, 한국백혈병환우회 등은 18일 공동 성명을 내고 “이번 싱가포르 의약품 별도협상은 한국정부가 ‘남의 나라 제도에 대해 배 놔라 감 놔라 해서는 안 된다’면서 의료제도는 협상대상이 될 수 없다던 종전 입장을 완전 철회하고 한 나라의 중요 공공제도를 협상 대상으로 삼는 명백한 반국민적 협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더욱이 이번 협상과정은 믿기 힘들 정도로 굴욕적”이라며 “누가 보아도 명백히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한국 국민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협상임에도 한국정부는 협상경비를 모두 부담할 예정이고 한국정부가 이번 협상에서 할 일은 미국정부의 요구를 경청하고 수용하는 것일 뿐 요구하는 바는 하나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싱가포르 협상에서 미국은 한국 약가제도의 왜곡과 특허제도의 연장을 통해 거대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약값을 인상시키려고 하며, 한국정부는 협상이라는 형식을 빌어 이를 수용하려고 한다”며 “우리는 약값 폭등을 초래해 환자들의 생명과 국민의 건강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의약품 협상을 굳이 별도로 하겠다는 한국정부의 태도를 전혀 이해할 수 없으며 묵과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정부가 기본적인 의무로 지켜야 하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앞장서서 포기하려는 별도의 의약품 협상은 중단돼야 한다”며 “우리는 이런 한국정부에 대한 항의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항의행동의 하나로 정부 협상단이 싱가포르를 향해 출국하는 시간에 맞춰 19일 오후 1시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싱가포르 협상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기로 했다.
이주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