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전체기사
한국 정부 뭐하려 별도 협상 하나?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얹혀 결국 미국 요구 관철 될 것 경고
라은영 기자 hallola@jinbo.net / 2006년08월19일 18시17분
21일 싱가폴에서 개최될 한미FTA 의약품 작업반 별도 협상, 협상단 출국에 앞서 19일 오후 1시 보건의료단체들은 “약값 폭등을 초래할 별도 협상 중단“을 촉구하며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협상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4시 10분 인천발로 출국할 한국 협상단을 기다리며, 질문 및 항의 행동들을 준비했으나 협상단은 2시 45분 경 이미 다른 경로를 출국수속을 마쳤고, 이를 확인한 참가자들은 1번 국제출국장 앞에서 구호를 외치며 이날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김정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가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도대체 왜? 별도 협상을 하는가
보건의료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정부는 왜 약가폭등을 몰고와 환자들의 생명과 국민의 건강권에 직접적으로 장애가 될 의약품 협상을 별도로 추가협상까지 하면서 추진하는가”를 반문하며 “의약품 제도를 자유무역협상 대상으로 삼고 사회공공제도가 흥정 대상이 되는 한미FTA 협상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사회를 맡은 변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국장은 “정부는 ‘미국측이 할말이 있다고 해서 그 내용을 듣고 오겠다’며 협상 이유를 답했다. 그렇다면 왜 한국 협상단 비용 뿐만 아니라 미국 협상단의 항공 경비까지 한국 정부가 지원하는가”라며 의문을 표했다.
대회사를 한 최인순 보건의료단체연합 집행위원장은 “포지티브 리스트는 미국에서도 실시되고 있는 제도로 미국이 주장하는 것 처럼, 미국의 다국적 제약 기업을 차별할 어떠한 요소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하며 “미국이 특허기간 연장, 약가 보장을 받기 위한 술수에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인천공항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무슨 기자회견이냐’며 질문을 쏟아 냈고, 출국 수속을 밟던 사람들도 멈춰 서서 기자회견 내용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한편 주변에 공항경찰이 배치되는 등 기자회견 참가자들을 두고 긴장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남희섭 정보공유연대 IPLeft 대표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협상을 보면 한국 정부는 스스로 놓은 덫에 걸린 꼴”이라고 비유하며, “김현종 통상교섭 본부장이 4대 선결 조건으로 약가 정책을 내주면서 약속 했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또한 “약제비 적정화 방안과 같은 정책을 시행하려는데 내부 합의를 거쳐 시행하면 되지 왜 미국 행정부, 무역 대표부와 협상을 하려 하는가”를 반문하며, “싱가폴 협상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라는 껍데기를 씌우고 다국적 제약 회사들의 이익을 보장할 협상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한 우려감을 표했다.
신형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정책국장은 “예를 들어 특허가 5년 연장된다면, 다국적 제약기업의 특허만료 이전 약품 상위 10개 품목만 살펴보아도 약 4500억원의 약가 추가부담이 발생한다”고 설명하며 “이 액수는 단지 10개 품목만 추산한 숫자로 추가 부담은 결국 건강보험 재정에서 충당하게 될 것”이라며 건강보험 재정 파탄이 엄포가 아님을 강조했다.
또한 신형근 국장은 “미국은 선별등제 방식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의약품이 한 나라에서 오랫 동안 독점적으로 시장에서 통용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라며 “한미FTA 의약품 협상으로 미국 제약회사들의 독점적 지위를 보장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미국이 체결한 호주 싱가포르, 바레인 자유무역협정 등에서도 예외없이 관철된 유사의약품에 의한 자료독점권을 인정했음”을 들며 “한국 정부가 약값이 오르지 않는다고 하는데 아무런 근거도 없는 주장으로 한미FTA 협상은 다른 모든 나라와 마찬가지로 약값 폭등을 몰고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덧붙여 보건의료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식약청 특허청 연계가 이루어지면 다국적 제약사의 근거없는 특허기재만으로도 제네릭 의약품의 생산이 계속 지연된다. 미국이 주장하는 에버그리닝 조항을 받아들이면 신물질에 의한 특허가 끝나도 약의 모양만 바꾸거나 약의 새로운 용도만 추가해도 그에 따른 특허가 계속 늘어난다. 심사지연, 허가지연에 따른 특허연장으로 또 수년간 특허연장을 할 수 있다”며 미국 제약회사들의 요구대로 협상이 진행되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공공의약센터, 기독청년의료인회, 의료사고시민연합, 정보공유연대IPLeft,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사회보험노동조합, 전국병원노동조합협의회, 진보네트워크, 한국백혈병환우회, HIV/AIDS 인권연대나누리+, 한미FTA저지보건의료학생모임,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이 주최했다.
기자회견 이모 저모
미국 재계는 인천 공항 민영화(사유화)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날 사회를 맡은 변혜진 국장은 “한미FTA에 약제비와 관련한 항목만 있는게 아닙니다”라고 운을 떼고 공항 이용자들의 시선을 모으기 시작했다.
“미국 재계의 요구 중에는 인천공항을 민영화(사유화) 하라는 요구도 있습니다. 이런 공항이 민영화 된다면 이는 곧 공항 이용료 급증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곳에서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비정규직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FTA는 당장 중단되어야 합니다”
변혜진 국장의 이런 주장에 주변에 서있던 경찰과 공항 관계자들이 관심을 보이며, 한 관계자가 옆에 서 있던 지인에게 말을 건넨다. “한미FTA에 그런 내용도 있나봐…”
인천 출국장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는 모습. 같은 곳에서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아이들에게 공격당한 ‘약’
공항 이용자들 중 아이들이 가장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던 의약품 퍼포먼스.
“그 약을 못먹으면 죽을지도 몰라요. 약을 파세요”
“돈을 줘봐.. 당신들이 가진 돈은 너무 적어”
“약값은 안 올린다고 약속했잖아요. 돈이 이거 밖에 없어요”
“그 말을 순진하게 믿었어? 돈 좀 더 가지고 와”
“이럴 순 없어요. 돈보다는 생명이 먼져잖아요”
“아냐 난 돈이 먼져야. 돈 가져와 그러면 약줄께”
실감나는 이들의 연기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보고 있던 아이들은 기동 타격대를 자처하며 자발적으로 ‘약’의 뒤통수를 치고 도망가는 공격(?)도 서슴치 않았다.
한미FTA 의약품 분야, 싱가포르서 별도 협상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