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는 생명포기각서일 뿐”
환자·보건의료인·사회단체, ‘건강권 파괴, 한미FTA 중단’
김삼권 기자 quanny@jinbo.net / 2006년09월10일 15시11분
한미 FTA 3차 협상이 마무리된 가운데 지난 9일 종로 탑골공원 앞에서는 환자 및 보건의료단체회원 300여 명이 모여 한미FTA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건강권을 파괴하는 한미FTA 중단과 영리병원 허용 반대 공동행동’을 개최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공공의약센터, 한국백혈병환우회, HIV/AIDS인권연대나누리+ 등 18개 단체 공동주최로 열린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건강은 상품이 아니며, 의료제도는 기업의 이익을 위한 흥정과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한미FTA 협상과 한국 정부의 의료시장화정책 중단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영립병원 허용과 민간의료보험, 약가정책 등 한미FTA 보건의료 분야 주요 쟁점에 대한 참가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 노무현 정부, 치매에 걸린 것 같다”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편집국장은 한국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한 것과 관련해 “노무현 정부가 국민 생명을 담보로 FTA도박판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30개월 이하의 쇠고기와 살고기가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이미 30개월 이하 쇠고기에서도 광우병이 24건이나 발견되었고, 살고기도 위험하다는 보고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한 정부의 조치를 강력 비판했다.
박상표 편집국장은 “광우병 쇠고기는 국민들이 아닌, 노무현 대통령과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박홍수 농림부 장관이 먼저 먹어야 할 것”이라며 “광우병이 인간으로 치면 치매인데, 노무현 대통령이 아마도 치매에 걸린 것 같다”고 성토했다.
“16개 요구안 중 2-3개만 들어줘도, 한국 약값 2배 이상 폭등”
황해평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부회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FTA 의약품 관련 협상에 대해 “미국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별도 협상에서 내놓은 16개 요구안 중 2-3개만 들어줘도, 한국의 약값은 2배 이상 폭등할 것”이라며 “미국이 한미FTA 협상에서 한국의 포지티브리스트 도입을 허용했다고 하지만, 16개 요구안은 포지티브리스트는 물론, 한국정부의 약가정책을 완전히 무력화 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보건복지부와 다국적제약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 양측이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폐암치료제 ‘이레사’ 약가인하 문제와 관련해 “아직 한미FTA가 체결되지 않았지만, ‘이레사’ 약가 인하를 둘러싼 법적 공방은 다국적제약회사가 한국 국민들을 어떻게 기만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번 법적 공방에서 만약 한국 법원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아닌, 다국적제약회사의 손을 들어준다면 큰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미FTA 협상, 원천적으로 불평등한 협상”
이날 집회에 참석한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한국 정부는 협상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4대 선결조건을 들어줌으로써 한미FTA는 원천적으로 불평등한 협상이 되어 버렸다”며 “헤비급과 격투를 하는데, 벤턴급인 한국정부가 주제파악도 못 하고 4대 선결조건을 내준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최근 대통령은 마치 한미FTA 반대론자들이 쇄국론자들인양 몰아가고 있는데, 과연 우리 사회가 개방을 안 되어서 지금처럼 양극화 심화되고, 노동자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전락했는가”라고 반문하며 “오히려 진실은 IMF이후 무차별적인 개방으로 인해 빈곤과 양극화가 확대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미 합의된 것만으로도 한국의 사회공공성 완전히 파괴될 것”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최근 정부가 ‘자발적 자유화 조치’의 일환으로 경제자유구역 내 국내 기업의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경제자유구역법 재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영리병원 도입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이미 한국 정부는 한미FTA와 별개로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을 세우도록 했고, 이제는 국내 기업들도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미 한미FTA 협상에서 합의된 것만으로도 한국의 사회공공성은 완전히 파괴될 수 있다”며 “이에 더해 한국 정부는 FTA와 별개로 교육의 시장화, 의료의 시장화를 추진하고 있고,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영리병원 도입”이라고 밝혔다.
“생명포기각서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를 택하라”
한편, 이날 집회에는 백혈병, HIV/AIDS 환자 당사자들도 참석했다. 얼마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국제에이즈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권미란 HIV/AIDS감염인인권증진을위한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한국정부는 일정정도 피해가 있더라도 FTA를 추진해 얻을 것이 있다고 하지만, 에이즈 환자의 관점에서 한미FTA는 생명포기각서일 뿐”이라며 “생명을 포기하면서, 과연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 생명포기각서를 쓸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면 된다”며 한미FTA 협상 중단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이날 공동행동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한미FTA는 약값폭등, 의료비폭등 그리고 광우병 쇠고기 수입 등 국민건강을 파괴하는 것과 더불어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를 포함한 한국의 사회제도 전반의 공공성을 허무는 반민중적 협정”이라며 “한미FTA는 기업의 이익을 최대한 보호하고 그에 반하는 모든 사회공공제도를 무역장벽으로 간주하는 협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필연적으로 의약품 가격 폭등과 의료비의 증가, 그리고 안전한 먹거리를 파괴하는 한미FTA를 중단시키기 위해, 그리고 국내기업 영리병원 설립허용 및 사회보장축소, 의료현장에서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박탈하는 의료시장화정책을 중단시키기 위해 국민과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