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한―일 대처법 너무 달랐다 한국,공청회 한번 없이 “30개월 이하는 안전” 일본,연구결과 내세워 “20개월 넘으면 안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한―일 대처법 너무 달랐다
한국,공청회 한번 없이 “30개월 이하는 안전”
일본,연구결과 내세워 “20개월 넘으면 안돼”

  석진환 기자  
  
  
한―일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내용 비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됐지만, 지난 3월에도 광우병이 발병했던 미국 쇠고기를 대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은 불안하다. 이웃 일본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더 크다. 2003년 한국과 일본은 미국산 쇠고기를 각각 20만t(3위), 25만t(1위)씩 수입한 거대 시장이었다. 당시엔 수입조건이 같았지만, 이후 재협상을 통해 조정된 수입조건은 차이가 크다. 한국이 30개월 미만 소를 수입하는 반면, 일본은 20개월 이하만 수입한다. 20개월 이하는 지금껏 광우병이 발견된 적이 없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미국 현지 물량을 고려할 때 한국에는 20~30개월 사이의 미국 소가 집중적으로 들어올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껏 영국과 일본에서 20~30개월 사이 소에서 광우병이 발병한 사례는 21건에 이른다.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의식해 수입을 서둘렀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제기준 믿어도 되나?

정부는 ‘30개월 이하 소의 살코기는 안전하다’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을 내세워 국민을 안심시키려 한다. 하지만 최근 사무국의 태도를 보면 석연치 않다. 미국의 쇠고기 수출이 막혀 있던 지난해 5월, 사무국은 ‘광우병 발생국 쇠고기의 수입을 금지할 수 있다’는 규정을 삭제했다. 대신 지금처럼 30개월 이하의 살코기는 광우병과 상관없이 교역할 수 있도록 기준을 낮췄다. 미국의 수입재개 압력이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다. 사무국은 그로부터 1년 뒤 또 기준 완화를 시도했다. 지난 5월 ‘30개월 이하’라는 단서를 삭제하고 ‘(광우병 위험이 없는) 살코기’로 교역 대상을 넓히려고 했지만 일본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미국의 입맛대로 안전기준을 멋대로 바꾼다는 지적이 나온다.

30개월 미만 살코기는 안전한가?

일본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30개월 이하 소에서 광우병이 발병한 사례와, 살코기에서도 광우병 병원체가 발견됐다는 연구결과를 내세워 수입 소 연령을 낮췄다. 소의 나이를 측정하는 미국식 ‘치아감별법’도 과학적이지 않다고 주장해 출생기록이 없는 소는 12~17개월짜리로 더 낮췄다. 반면 우리 정부는 여전히 살코기에는 병원체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30개월 분류의 기준이 되는 치아감별법도 쉽게 받아들였다. 박상표 수의사연대 편집국장은 “소의 치아는 품종과 먹이 등에 따라 차이가 있어 치아로 30개월 여부를 구분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협상과정 투명성도 큰 차

정부는 “일본은 20개월 이상 된 자국 소를 도축할 때 광우병 검사를 빠짐없이 한다”며 “광우병 검사가 부족한 우리와는 협상 조건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에서는 “일본은 광우병 발병 국가이고 우리는 아니라는 유리한 조건을 살리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오히려 일본보다 더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할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일본 정부는 각종 공청회·토론회·설명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고, 이런 내용들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여태껏 공청회도 한 번 없었고, 관련 전문가들의 논의내용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정부가 에프티에이의 관점에서 벗어나 재협상을 통해 일본처럼 쇠고기 안전기준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