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사설 일본은 금지하는 쇠고기를 우린 먹어도 되나

일본은 금지하는 쇠고기를 우린 먹어도 되나

정부가 지난주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30개월 미만 소의 살코기는 안전하다고 농림부가 결론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이상하리 만큼 여론은 덤덤했다. 정부를 믿어서일까. 아닐 게다. 결론이 너무 뻔해, 더 실망할 것도 없어서였기 때문일 게다. 미국 쇠고기 수출 작업장을 점검하는 등 정부가 이것저것 따지는 듯한 모양새를 갖췄으나,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선결조건으로 쇠고기 문제를 해결하라는 미국 요구를 거절할 뜻은 애초부터 없어 보였다. 세계적으로 30개월 미만 소에서 적어도 21건의 광우병이 발생했으며, 살코기에도 광우병 위험 물질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도 ‘쇠귀에 경읽기’였다.

일본 정부와 견주니 답답증이 더해진다. 일본은 “살코기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며, 광우병이 발견된 적 없는 2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겠다는 주장을 관철시켰다. 우리 정부가 소 나이를 확인할 때 쓰는 ‘치아감별법’도 일본은 인정하지 않았다. 소의 출생기록이 없으면 수입 허용 나이 기준을 더 낮춰 최대한 안전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했다. 미국 대변인처럼 안전성을 강조하고 “국제 기준에 맞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우리 정부와 너무 차이 난다.

국민을 의식하는 자세도 다르다. 일본 정부는 공청회, 토론회, 설명회를 열어 위험 정보를 공개했다고 한다. 농림수산부 홈페이지를 통해 수십차례 의견교환회도 마련했다. 반면에 우리 정부는 공청회 한번 열지 않았다. 수입 재개 문제를 논의한 전문가협의회 회의록로 공개하지 않는다. 막말로 하면 “너는 떠들어라, 나는 한다”는 식 아닌가.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지켜줘야 할 정부의 의무는 무겁고 엄중하다. 식당의 육류 원산지 표시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국민이 원하지 않는 미국산 쇠고기를 언제 먹게 될지 알 수 없는 형편이다. 안전한 식품만 먹겠다는 국민 권리를 침해할 권한은 아무도 정부에게 준 바 없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는 다시 검토돼야 한다.

기사등록 : 2006-09-12 오후 08:05:28  기사수정 : 2006-09-12 오후 08: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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