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심상정 “정부는 2단계로 한미 FTA 맺으려 한다”, “쌀과 섬유 제외한 1단계 협정 먼저…사실확인 중”

심상정 “정부는 2단계로 한미 FTA 맺으려 한다”  
  ”쌀과 섬유 제외한 1단계 협정 먼저…사실확인 중”  

  2006-09-18 오후 5:28:25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2단계로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부가 우리 측의 민감품목인 쌀과 미국 측의 민감품목인 섬유 분야를 추후로 미룬 채 1차 협정을 체결해 양국 의회의 비준을 받고, 쌀과 섬유 부문에 대해서는 별도로 협상을 진행해 2차 협정을 체결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서 직접 조율 중”
  
  민주노동당의 심상정 의원은 18일 오전 국회 한미FTA특위에서 외교통상부의 김종훈 한미 FTA 협상대표를 상대로 질의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종훈 대표는 “금시초문”이라고 부인하면서도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지금 미국에서 미국 무역대표부와 쟁점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김현종 본부장이 미국에서 조율하고 있는 쟁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심 의원은 <프레시안> 기자와 별도로 만난 자리에서 “김현종 본부장이 미국에서 조율하고 있는 것은 2단계 협정 체결 구상이라는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노당은 이 정보가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당 정책위원을 미국에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정문 한글-영어 동등 원칙 합의 안 됐다
  
  한편 한미 FTA 협정문을 한글과 영어로 동시에 작성하는 데 대해 미국 측이 동의했다는 국내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김종훈 대표는 이날 한미FTA특위 답변에서 “한글본과 영어본 동등 원칙이 협정문 총칙에 명시적으로 기록되었느냐”는 심 의원의 질의에 대해 “영어본만을 사용한다는 미국 측의 초안은 미국이 철회했고, 한글본과 영문본이 동등한 효력을 가진다는 우리 측의 입장은 괄호 속에 들어 있는 상태로 협상 테이블에 올려져 있으나 아직 미국 측이 이에 대해 동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런 김 대표의 발언은 앞으로의 협상 과정에서 괄호 속의 내용이 삭제될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심 의원은 이날 특위 회의 모두에 국회 한미FTA특위가 협상의 가이드라인이나 협상속도에 대한 국회의 요구를 정리해 정부에 전달하자고 제안했지만, 홍재형 특위 위원장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 의원은 또 “한미 FTA가 정부에 의해 체결되었을 때 그 비준 여부를 심의하는 것은 FTA특위가 아니라 통일외교통상위원회로 돼 있어 비합리적”이라며 이를 시정하는 방안을 특위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국식 FTA 곳곳에서 중단-지연”
  
  심 의원은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각국 언론보도를 분석한 결과 미국과 FTA 협상을 진행해 오던 대부분의 나라들이 미국의 지나친 요구 때문에 협상을 중단하거나 연기하거나 협상시한을 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미국은 현재 공식적으로 한국, 말레이시아, 태국, 아랍에미레이트, 파나마와 FTA 협상을 추진하고 있으나 한국을 뺀 나머지 나라들과의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전미자유무역협정(FTAA) 대상 34개국, 카타르, 스위스, 남아프리카 관세동맹(SACU) 대상 5개국, 안데안코뮤니티(CAN) 대상 4개국 등과의 FTA는 협상이 중단되거나 개시조차 되지 못함으로써 사실상 좌초했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한국과 미국은 FTA 3차 협상에서도 실질적인 진전은 이루지 못했고, 앞으로도 핵심 쟁점사항에 대해 미국이 양보할 가능성이 별로 없어서 협상이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런데도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과 한미 FTA에 대해 가급적 빠른 협상을 추진하기로 합의해준 것은 시한에 끌려다니느라 중요한 국익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던 기존의 입장을 뒤집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태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