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국본칼럼 기업 이해만 대변하는 FTA 중단돼야

기업 이해만 대변하는 FTA 중단돼야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노무현 정부의 국가 운영 철학,  기업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FTA는 중단돼야 한다.

변혜진(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국장)

  FTA 3차 협상이 끝났다. 웬디커틀러나 김종훈 대표나 올해로 한미FTA 협상을 타결하지 못할 것 같다는 위기감을 내 보였고 그 뒤를 이어 한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졌다. 양쪽 나라에서 인기없는 대통령으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대통령은 한미 FTA를 어떻게 하든 “빨리 한다”는 것에 는 합의했고 한국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이자 미국의 선물로 자찬하고 있다.

   의약품 분야에 대한 협상은 3차 협상 전에 이루어진 싱가포르 별도 협상에서 미국이 의약품 분야에 대한 16가지 요구안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미국이 요구한 16가지 요구를 대략 살펴보자.

   첫째 보건복지부 고시령으로 돼 있는 ‘혁신적 신약 약가 산정(선진 7개국의 평균 가격으로 약값을 결정하는 제도)’ 기준을 모둔 신약에 적용하라는 요구가 있다. 이러한 요구는 간단히 말해 한 알에 25,000원 하는 만성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가격 책정 기준을 앞으로는 모든 신약에 적용하자는 요구다. 지금도 글리벡 한 약제에만 건강보험에서 노바티스사에게 지불되는 돈이 매년 800억 원이다. 단 2000명의 환자만이 글리벡을 복용하고 있는데도 그러하다. 외국 약제로는 가장 많이 나가는 돈이다. 결국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 중 800억 원이 매년 노바티스의 호주머니로 고스란히 지출된다는 이야기다.

  미국의 요구대로 외국에서 앞으로 나올 신약은 물론이고 과거에 나온 신약까지 선진 7개국의 평균가로 소급적용을 하게 되면 고가의 약값으로 인해 환자들의 의약품접근권은 현저히 떨어질 것이고, 건강보험 재정이 곧바로 파산지경에 이를 것이다. 현재도 건강보험에서 약제비 지출비는 매년 14%의 어마어마한 증가를 보이고 있어, 약제비 절감 방안은 매우 시급한 과제 중에 하나다.

  더욱이 미국은 화이자, 머크, 글락소스미스클라인 같은 다국적제약사들의 전문의약품 대중광고 허용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다국적제약회사들의 전문의약품 광고가 허용될 경우 환자들의 의약품 오남용은 매우 심각해 질 것이고, 의료인의 전문적 판단에 기초한 처방이 아니라 환자들이 광고에 영향을 받아 “그 약 주세요” 식의 처방패턴이 형성될 것이다. 가격이 낮은 다른 약을 처방해도 광고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다국적제약회사의 오리지널 약을 달라는 식의 의료문화가 형성된단 이야기다.

   여기에 지적재산권 협정에서 요구하는 특허 연장문제는 의약품에도 적용돼 다국적제약회사의 특허권을 현재 20년에서 5년 내지 10년 정도 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노바티스 사는 글리벡 하나의 품목으로만 매년 전세계에서 3조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고 고지혈증 치료제인 리피토 한품목으로 13조원의 수익을 올린다. 특허가 1년만 연장돼도 글리벡으로 3조원, 리피토로 매년 13조원을 더 벌수 있다는 것이다. 제약회사들이 특허에 목숨을 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허연장은 곧 이윤이다.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중 10개의 다국적제약회사의 총 매출수익이 나머지 490개의 매출액의 합보다 많다는 사실. 2002년 500대 기업의 매출대비 수익률이 3%인데 비해 다국적제약사는 17%의 매출대비 순이익을 보였고 2004년에서 별다른 변화 없이 500대 기업이 4%의 매출대비 이익을 보인데 비해 다국적제약사는 14%의 이익을 올렸다. 또 다국적 제약사들은 매출액의 35%를 바로 광고와 마케팅 비용에 쓴다는 점이다. 이들이 말하는 신야개발비나 연구비용은 광고와 마케팅 비용의 1/3 밖에 안 된다. 약값을 올려야만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는 그들의 주장은 우선 광고비나 천문학적 이윤부터 연구비로 쓴 다음에 할 소리다.

   더욱이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신약을 만드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미국 식약청이 2002년에 승인한 87개의 약 중에 7개의 약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신약이라고 할 수 없는 유사약품, 이름하여 “me too drug”이었다. 새로운 치료제의 의미가 아니라 기존에 있던 치료제를 아주 일부만 변경하여 또 다른 이름으로 출시한 약들이었단 것이다. 진정한 신약의 경우 글리벡이 그러한 과정을 밟았듯이 국가기관이나 대학교, 공공암센터 등의 공공성을 가진 기관에서 연구개발된다. 제약사들은 사실상 그러한 연구 뒤에 밀가루를 섞어 제형을 만들고 그 물질에 특허를 내는 방식으로 그야말로 “신약” 을 자신들의 “상품”으로 만들어왔다.

   에이즈치료제로 특허를 받은 AZT(zidobudine)의 예를 보자. 이 치료제는 1984년 미국의 국립보건청 산하기관인 국립암연구소가 병원균인 레트로바이러스를 밝혀낸 것이고 메인대학교와 국립암연구소가 공동으로 연구 끝에  1986년 AZT가 레트로바이러스에 듣는다는 것을 발견해 임상실험을 진행 했다. 그러자 1987년 갑자기 버로우 웰컴 제약사가 이 AZT의 마지막 임상실험만 하고는 약의 특허를 등록했다. 버로우 웰컴사는 1984년부터 시작된 연구의 마지막 몇 개월의 임상실험만을 했을 뿐 한일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나중에 그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합병된 버로우웰컴사는 이 약제로 1인당 1000만원의 약값을 받아 챙겼다. 메인대학교와 국립암연구소가 그들이 한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항의를 했으나 아무 소용도 없었다. 다국적 제약회사의 연구가 바로 이런 식이다. 결국 제약회사들과 웬디커틀러가 한미FTA 의약품 부문 협상에서 주장하는 “신약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누가 신약개발을 하겠는가?” 라는 말은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FTA 는 의약품 분야의 협상만이 아니라 투자자 정부 제소제도를 포함한 투자협정, 서비스협정, 위생검역협정, 농업협정, 지적재산권 협정 등 그 어느 것을 보아도 철저하게 기업의 이해에 기반한 협정이며 기업을 위해 모든 이들의 삶의 권리를 돈으로 거래하겠다는 내용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투자 부분에 있어 투자자의 이익침해에 해당되는 배상이 기본 20년이라는 점만 보아도 얼마나 기업중심인지 알 수 있다. 노무현 정부의 국가운영 철학이란 게  “기업하기 좋은 나라” 라니 한미FTA는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의 총체적 표현이라고 해야 맞겠다.

  여기에 삼성경제연구소는 ‘한미 FTA 정치경제학’라는 보고서에서 FTA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post FTA 구조조정이 없으면 FTA도 소용이 없다고 한술 더 뜬다. pre FTA, post FTA는 바로 구조조정을 의미하며 노무현 정부가 심오하게 내지른 ‘자발적 자유화 조치’에 해당한다. 한미FTA 협상에서 시민사회가 줄기차게 어떻게 의료와 교육을 영리법인화 해 내다 파는 상품으로 만드냐니까, 그건 한미FTA에서는 안 다룬단다. 그러기엔 너무 심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던 게다. 그래서 의료과 교육, 상수도 민영화 등은 post FTA나 “자발적 자유화 조치” 로 추진하겠다는 거다.  

  노무현 정부의 말처럼 “내부개혁(구조조정)을 위한 외부충격효과(한미FTA)” 가 이제 3차 협상까지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진행될 일련의 IMF 식 구조조정이 post FTA로 진행될 예정이다. 민중의 삶이 또 한번 IMF에 내몰리고 있다. 의료를 상품으로 만들고 환자들의 의약품접근권을 가로막고 철저하게 기업들의 이해에 기반한 ‘경제통합’ 을 추구하는 한미 FTA는 중단되어야 한다.

2006.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