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몰린 제약업계, 한미FTA 반대 천명
2006-10-24 15:01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그동안 한미FTA 지지 입장을 표명해왔던 제약업계가 한미FTA 체결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한국제약협회는 24일 롯데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미국의 요구만을 받아들이고 국내 제약산업을 고사시키는 방향으로 한미FTA를 추진한다면 한미FTA 체결에 반대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제약협회 김정수 회장은 ‘한미FTA 협상에 대한 한국제약업계 입장’이라는 회견문에서 현재 의약품 부문 협상과 관련 “의약품과 제약산업이 갖는 전략적 가치를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 정부는 이익의 균형을 모색하기보다는 부처의 단기 현안에 몰입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미국에 별로 위협적이지도 않은 선별등재제도 등 약제비 적정화 정책을 고수하려고 국가 장래와 직결되는 많은 카드를 내줘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회장은 ∇선별등재제도를 관철하기 위해 미국의 요구조건을 대폭 수용하는 협상전략의 포기 ∇제네릭의약품에 대한 미국측의 지나친 가격인하 요구는 명백한 내정간섭 행위로 미국의 의도대로 가는 차별적 제네릭의약품 가격인하 방침 철회 ∇의약품의 공공성을 감안해 WTO 등 국제규범에 부합하지 않는 미국의 과도한 지적재산권 보호요구 거부 등을 요구했다.
이처럼 제약업계가 국내 산업계 중 최초로 한미FTA 체결 반대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배경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문경태 제약협회 부회장은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과 생동성 파문으로 인한 국내 제네릭 제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 실추로 의사들의 오리지날 처방이 이어지고 있고 FTA역시 미국측 의도대로 되가는 등 세가지 위기상황이 한꺼번에 밀려오고 있다”면서 “정부가 ‘좋은 약을 싸게 공급할 수 있다’는 등의 여론선점을 통해 약가인하정책을 밀어부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약품 분야의 한미FTA 협상과 관련 우리 정부가 미국측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문부회장은 “우리측 협상카드인 GMP시설 상호인정 등에 관해 미국측에 요구했지만 미국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반면 특허와 지적재산권 문제 등은 시애틀 3차협상에서 3시간만에 끝났고 어제 제주도 협상에서도 미국측 주장으로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협상이 미국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제약협회가 이처럼 FTA협상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천명한 이후의 행보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김회장은 “업계에서는 유사이래 최고의 위기라는 것을 공감하고 있다”며 “단계적으로 강력하게 저항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윤철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