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한미 FTA 협상, 내년 초까지 계속하기로

    
  한미 FTA 협상, 내년 초까지 계속하기로  
  4차 협상 종료…양국 대표 ‘만족’ 분위기  

  2006-10-27 오후 8:41:02    

  
  제주에서 닷새 간 진행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차 협상이 27일 종료됐다. 한미 양국 협상단은 이번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긴 했으나 올해 안에 협상을 타결한다는 기존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미흡하다고 보고 다음달 미국에서 열릴 예정인 5차 협상 외에 다음해 1월 서울에서 협상을 한 번 더 열기로 합의했다.
  
  이날 금융서비스 분과, 위생검역(SPS) 분과, 기술표준(TBT) 분과, 지적재산권(IPR) 분과, 노동 분과 등 5개 분과의 협상을 끝으로 한미 FTA 4차 협상 일정을 공식으로 마무리한 한미 양국의 협상 수석대표는 잇달아 협상결과를 설명하는 브리핑을 열었다.
  
  김종훈 우리 측 수석대표는 이번 4차 협상 결과에 대해 “상품 양허안의 불균형이 일정 수준 해소돼 소기의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하고, 서비스· 투자 유보안 협상에서도 양측 유보안에 대한 명료화 작업을 완료해 앞으로 협상의 가속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한 후 “방대한 협상 내용, 현재까지의 진도 등을 감안해 6차 협상을 1월 중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는 “이번 제주협상에서는 지난번 협상에 비하면 상당히 큰 진전을 이뤘다”면서 “내년 1월 중순경에 추가 협상을 하겠다는 것은 절대로 한미 FTA 협상이 잘 진척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우리 측 협상단은 애초부터 이번 협상에서 ‘빅딜’ 수준의 큰 진전을 기대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10.9 북한 핵실험’으로 인해 우리 측 협상단의 입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좁아진데다 미국 측 협상단이 11월 초 중간선거를 의식해 자국 의원들의 요구사항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번 협상이 개시되기 전인 18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의결된 ‘한미 FTA 4차 협상 대응방향’에서도 우리 측은 △상품 양허안의 골격 마련 △서비스·투자 분야의 상호 관심분야 파악 △기타분야 비(非)민감 사안에 대한 합의 등 4차 협상치고는 ‘소극적인’ 협상전략을 세웠다.
  
  다음 5차 협상은 12월 4일부터 닷새 간 미국에서 열리며, 협상장소는 미정이다. 한미 양국 협상단은 이번 협상에서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상품 분야의 양허안과 서비스·투자 분야의 유보안을 수정·보완해 5차 협상 전에 교환하기로 했다. 또 5차 협상 전에도 의약·의료기기 작업반, 원산지 분과 등 분과별로 대면회의, 전화회의, 화상회의 형태의 별도협상이 계속될 예정이다.
  
  우리 측 협상단은 오는 11월 1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국정감사와 11월 2일 국회 ‘한미 FTA 특별위원회’에서 이번 4차 협상의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미국 공산품, 섬유 양허안 ‘찔끔’ 개선…우리 농산물 개방수준도 높아져
  
  우리 측 협상단이 이번 협상에서 가장 큰 주안점을 두었던 상품 양허안에 대한 협상에서는 비록 양국 협상단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었지만 일부 진전이 있었다.
  
  미국 측은 협상 첫날인 23일 90여 개 공산품의 관세철폐 이행기간을 ‘기타(관세철폐 10년 이상)’에서 ’10년 이내’로 변경한 상품무역(공산품) 2차 수정 양허안을 내놓으며 우리 측에도 ‘성의’를 보이라고 요구해 협상이 잠시 중단됐다. 그러나 다음날인 24일 미국 측이 관세철폐 이행기간 ’3~10년’ 단계에 있던 1100여 개의 공산품을 관세철폐 ‘즉시’ 단계로 넣으면서 협상이 재개됐다.
  
  상품무역 분과에 비해 농업 분과와 상품 분과에서는 상대적으로 협상의 진전 수준이 낮았다. 농업 분과에서는 우리 측이 25일 비(非)민감 농산물 일부의 개방 수준을 높인 1차 수정 양허안을 내놓았지만 미국 측은 ‘기대에 못 미친다’고 반응했다. 반면 섬유 분과에서는 미국 측이 23일 2차 수정 양허안을 내놓았으나 개선 수준이 ‘미세조정’에 불과해 우리 측은 ‘안 받은 걸로 할 테니 다시 수정 양허안을 제시하라’고 대응했다.
  
  서비스·투자 분야에 대해서는 양국 수석대표가 모두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김종훈 대표는 “이번 협상에서 서비스·투자 ‘유보안의 명료화 작업을 완료’했으며, 11월 18일경 수정 유보안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웬디 커틀러 대표는 “매우 구체적인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한국이 한미 FTA를 통한 규제완화, 시장개방 등으로 국제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려고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밖에 기타 분야에서는 개성공단산(産) 상품의 한국산 인정 여부, 배기량을 기준으로 한 우리 측 자동차 세제 폐지 여부, 섬유제품의 원산지 규정 문제 등 지난 1차 워싱턴 협상 때부터 계속됐던 핵심 이견들에 대한 양국 간 입장차는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단, 양국 협상단 간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핵심쟁점이 아닌 작은 ‘괄호(협정문 상 빈칸으로 처리된 부분)’들을 제거하는 ‘가지치기’ 작업이 상당히 진척됐다.
  
  다음은 한미 양국 수석대표들의 이날 브리핑 내용과 협상기간 동안 협상장 안팎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한미 FTA 4차 협상의 결과를 협상 분과 및 작업반 별로 정리한 것이다.
  
  상품 분야 3개 분과, 2개 작업반
  
  △상품무역(공산품) 분과=우리 측 협상단이 이번 협상에서 가장 큰 진전을 이루기를 기대했던 상품무역 분과에서 미국 측은 2차례에 거쳐 개선된 양허안을 제시했다. 이로써 미국 측과 우리 측의 공산품 관세 즉시철폐 비중은 품목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각각 77%와 81%로 간신히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미국 측이 우리 측 수출액 기준으로 24%나 되는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철폐 이행기간을 ‘기타(10년 이상)’ 단계로 분류해 향후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협상카드로 쓸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농업 분과=우리 측은 25일 원피, 토마토, 상추 등 관세철폐 이행기간 ‘기타(관세철폐 제외 포함)’ 단계에 있던 284개 농산물 가운데 50여 개를 관세 철폐 ’10년 이내’와 ’15년 이내’ 단계로 옮긴 수정 양허안을 제시했으나, 미국 측은 우리 측의 수정 양허안에 대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미국 측이 농업 분과에서 원하는 내용을 담은 ‘요구 목록(request list)’을 별도로 제시해 축산물(쇠고기 포함), 채소, 과일 등 농산물 대부분에 대한 관세를 즉시 철폐하라고 요구했다. 쌀은 ‘아직까지는’ 미국 측 요구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양국 협상단은 특별 세이프가드의 도입에는 원칙적으로 합의했고, 이밖에 농산물 수확기에만 수입농산물에 관세를 부과하는 ‘계절관세 제도’의 도입에도 합의했다.
  
  △섬유 분과=원래 섬유 분과 협상은 23~25일 사흘 간 지속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이 수세적인 협상태도를 취하면서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예정보다 하루 이른 24일 종료됐다. 미국 측은 협상 첫날인 23일 2차 수정 양허안을 제시했지만 우리 측은 ‘안 받은 것만 못한 개선 수준’이라고 반응했고, 미국 측은 이에 ‘더 개선하기는 어렵다’고 맞섰다. 세이프가드의 도입, 우회수출 방지를 위한 양국 협력당국의 설치, 섬유제품의 원산지 규정 등에서도 양국 협상단 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자동차 작업반=우리 측은 미국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협정문에 ‘자동차 표준 작업반의 설치’ 조항을 넣는 데 합의했다. 그 밖에 배기량을 기준으로 한 우리 자동차 세제의 폐지, ‘한국정부가 수입차에 부정적인 인식을 조장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조항의 삽입, 수입차 소유자에 대한 세무조사의 투명성 강화 등과 같은 미국 측 요구에 대해서는 양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에서는 우리 측 ‘건강보험 약값 적정화 방안’의 세부 내용에 대한 협의가 계속 진행됐다. 이밖에 우리 측은 미국 측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신약차별 금지, 신약의 국내시장 접근성 보장 등과 같은 조항을 협정문에 넣어주기로 했다.
  
  서비스·투자 분야 4개 분과
  
  △투자 분과와 서비스 분과=이번 4차 협상에서는 한미 양국 협상단이 투자 분과와 서비스 분과의 공동 회의를 개최해 상대방 유보안 및 요구 목록(리퀘스트)의 내용을 확인하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양국 협상단은 이번 협상 결과를 반영한 수정 유보안을 11월 18일 경 교환하는데 합의했다.
  
  투자 분과에서는 일시 세이프가드의 도입, 투자자-국가 소송제의 적용 대상 등에 대한 양국 협상단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단 양국 협상단은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협정 발효 전에 발생한 분쟁사안에 소급해 적용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고, 외국인투자자와 국가 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 국내법에 따른 가처분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서비스 분과에서는 전문직 자격증을 상호 인정하는 협의 메커니즘(협의체)을 만들기로 했다.
  
  △금융서비스 분과=한미 양국 협상단은 국경간 거래와 신금융 서비스의 허용 범위에 대한 협의를 계속했다. 우리 측은 산업은행 등 13개 국책은행은 한미 FTA의 적용을 받게 할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전달했고, 또 우리 측 우체국 보험에 대해 미국 측에 상세히 설명했다. 한편 미국 측은 자국의 자산운용사가 거둔 우리 투자금을 다시 한국에 역투자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통신·전자상거래 분과=한미 양국 협상단 간 합의가 되지 않은 사항을 빈칸으로 남겨둔 ‘괄호’들을 없애는 데 주력했다. 가장 큰 협상쟁점인 ‘기술선택의 자율성’에 대해서는 양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기간통신망에 접속하는 미국계 해저케이블은 우리 측의 현행법대로 기간통신사업 외국인 지분소유 49% 이내라는 제한을 받는 것으로 정리됐다.
  
  비관세 무역장벽 관련 4개 분과
  
  △원산지·통관 분과=59개 분야 가운데 목재, 모자, 도자기, 귀금속 등 16개 분야에 대한 원산지 기준이 정해졌고, 통관절차와 관련한 양국 세관당국의 협력, 협정 의무 위반시 국내법에 따른 벌칙 부과 등과 일부 세부조항에 대한 합의도 이뤄졌다. 하지만 개성공단산(産) 상품의 원산지를 한국으로 인정해 달라는 우리 측 입장에 대해 미국 측은 전과 다름없이 ‘개성공단은 한미 FTA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웬디 커틀러 미국 측 대표는 브리핑에서 ’5차와 6차 협상에서도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할 것이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웃으면서, 그러나 단호하게 “예스!”라고 대답했다.
  
  △무역구제 분과=지난 3차 시애틀 협상 마지막 날에야 겨우 통합협정문을 도출할만큼 난항을 겪고 있는 무역구제 분과에서는 우리 측이 미국 측 국내법을 제·개정하지 않은 수준에서 미국의 반덤핑 조치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14개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은 ‘반덤핑은 한미 FTA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위생검역(SPS) 분과=위생검역 분과에서는 개별 위생검역 사안에 대한 협의체로 접촉점(컨택 포인트)를 두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우리 측 주장과 상설위원회를 설치하자는 미국 측 주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기술표준(TBT) 분과=한미 양국 협상단은 정부가 ‘기술표준’에 대한 규제를 내릴 때는 자국 전문가와 상대국 전문가가 동수로 참여하는 기술표준 위원회를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
  
  기타 6개 분과
  
  △경쟁 분과=미국 측은 협정문에 각주 형식으로 들어간 ‘재벌에 대한 공정경쟁 적용’ 관련 문항을 삭제해 달라는 우리 측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또 동의명령제를 도입하자는 미국 측 입장에 대한 양국 간 이견도 계속됐다. 이밖에 우리 측은 ‘독점·공기업의 상업적 고려’ 관련 문안을 수정해 미국 측에 제시했고 미국 측은 이 문안의 기본 취지에는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김종훈 대표는 전했다.
  
  △정부조달 분과=지난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별도로 열린 정부조달 분과의 협상에서 미국 측은 인천공항공사 등 5개 공기업의 공사를 국제입찰에 부쳐야 한다는 기존의 요구를 되풀이했다.
  
  △지적재산권 분과=주요 핵심 쟁점들에서 한미 양국 협상단 간 이견은 지속됐으나, 지적재산권을 집행하는 것과 관련된 협상에서는 가처분제도의 도입, 소송을 대신할 수 있는 분쟁 조정제도의 도입 등 ‘가지치기’ 수준의 합의를 이뤄냈다.
  
  △노동 분과=’공중의견제출제도(PC, public communication)을 도입하자는 미국 측 입장에 대해 양국 협상단은 이번 협상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또 협정의 집행을 관리·감독하는 ‘노동이사회(LAC, Labor Affairs Council)’의 설치에 대해서도 협의를 마치지 못했다.
  
  △환경 분과=한미 양국 협상단은 협정의 이행 여부를 감독하는 ‘환경이사회(EAC, Environmental Affairs Council)’의 설치와 환경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 문안에 합의했다.
  
  △분쟁해결·투명성·총칙 분과=한미 양국 협상단은 한미 양국이 이미 서명한 ‘OECD 반부패 협약’의 주요내용을 협정문에 반영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서귀포=노주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