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의회, FTA 급제동?
‘보호무역 성향’ 대거 당선…부시 협상권 연장 무산위기
강성만 기자
» 참아도 나오는 웃음 지난 7일 중간선거에서 70% 가까운 압도적인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한 힐러리 클린턴 뉴욕주 상원의원이 8일 뉴욕의 한 소방서 바깥 거리에서 지지자들과 악수하면서 사진을 찍고 있다. 뉴욕/AP 연합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한 미국 중간선거 결과, 조지 부시 행정부가 강하게 추진해온 자유무역 정책들이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스위스 국제경제원의 연구 결과, 하원에서 국제무역에 회의적인 의원 16명이 국제무역을 옹호해온 공화당 의원들을 대체했으며, 새로 당선된 5명의 상원 민주당 의원들 역시 상대 공화당 후보들에 비해 자유무역에 더 비판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1일 보도했다. 전통적으로 친자유무역주의자들의 텃밭인 아이오와, 캔자스, 미주리주에서도 보호무역을 내세운 후보들이 당선됐다.
민주당 의회와 행정부가 다투게 될 가장 첨예한 사안은 내년 6월 말로 끝나는 대통령 신속협상권한의 연장 여부다. 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논의 중인 미국 쪽은 이 권한이 6월 말 끝난다는 이유로 내년 3월 말까지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행정부가 신속협상권한을 가질 경우, 의회는 비준권만 갖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의회에서 협상안 수정이 가능하다. 이 경우 행정부 차원의 협상이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크다.
신문은 민주당 의회가 부시 대통령에게 자국 노동자 보호 등 까다로운 양보조건을 달면서 신속협상권 기한 연장을 사실상 무산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예컨대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외국 기업들과의 경쟁으로 실직한 노동자들에게 정부가 매년 지원하는 기금 10억달러의 대폭 확충을 제안하고 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들은 신속협상권한을 세계무역기구의 다자간 무역협상인 도하라운드에만 적용하는 조건으로 연장해주는 협상안을 제시하고 있다.
미 상공회의소 상임부회장 브루스 조스턴은 특정 무역협정에만 적용할 수 있는 제한된 연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민주당이 요구하는) 추가적인 요구로 무역협정들이 좌초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문은 민주당이 내년 1월 시작하는 의회에서 미국과 콜롬비아가 타결한 자유무역협상안에 대해 수정을 요구할 것이 거의 확실하며, 페루와의 협상안에 대해서도 노동자 보호를 위해 더 강한 목소리를 낼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내년 미국 의회에서 수정이 이뤄질 농업정책 법안도 도하 협상의 걸림돌이다. 미 의회에서 도하 협상을 진척시키기 위해선 가장 첨예한 쟁점인 농업 보조금의 대폭 삭감을 법제화해야 하는데, 민주당 의회가 그렇게 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술 더 떠 자유무역을 어렵게 하는 더 강력한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협정을 위반하는 국가에 대한 조사권을 가진 ‘무역 검사제도’의 도입이나,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관세를 올리는 법안 등이 그 예다.
일각에선 자유무역의 기조가 큰 틀에선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무역대표부 대표를 지낸 찰린 바셰프스키는 민주당이 도하협상을 구하기 위해 실질적인 협력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 뒤 “(민주당 승리가 자유무역 기조엔) 힘들지만, 반드시 역사를 뒤바꿀 이벤트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