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정책은 그대로…한미FTA에는 영향”
전문가 진단, 美 중간선거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2006-11-13 오후 8:19:30
열린우리당이 13일 오후 주최한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토론회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북, 대이라크 정책 기조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 반면, 한미 FTA에 미칠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게 봤다.
”부시 정부 대북정책 큰 변화 없을 것”
박영호 통일연구원 동북아 선임연구원은 이날 “자기 신념이 매우 강한 부시 대통령이 국정운영 방향을 획기적으로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장악했으나 외교정책과 관련해서는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한이 더욱 강하다”고 진단했다.
박 연구원은 “부시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북한 지도자 및 정권에 대한 회의적 인식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에 이에 기반한 대북정책 기조는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한 “민주당도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엄격한 검증과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방식의 폐기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특히 “민주당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적극적 개입정책을 추진하지 않았다고 비판해 왔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에 대해 적극적인 협상 추진을 요구할 것”이라면서도 “부시 행정부가 민주당 주도의 의회 요구를 수용하면 6자회담 틀 내에서 양자회담이라는 신축적인 양자접촉이 가능하지만, 그 틀을 넘어선 양자회담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이어 북한 측의 대응도 변수로 꼽으며 “북한이 이번 선거결과를 부시 행정부에 대한 압박기회라고 판단해 6자회담에는 형식적으로 임하고 북미 양자회담을 강하게 제기할 경우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신축성을 보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한반도 정책의 변화와 관련해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지금보다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도 현재 협의 수준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계 인사 대북정책조정관에 임명할 수도”
전문가들은 그러나 오는 12월 중순으로 예정된 대북정책조정관 임명에 주목했다. 곽 연구원은 “대북정책조정관 임명에는 부시 대통령이 고도의 정치력을 통해 민주당계 인사를 임명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경우 민주당도 일정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초당적인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부시 행정부가 민주당과 협력의 형태로 갈 경우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이 유력시되는 톰 랜토스 의원의 중재 역할을 예의 주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대북정책조정관이 90일 이내에 대북정책검토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보다 구체적인 정책변경의 내용은 내년 3월 중순에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북핵 정책 실패 인정부터 시작해야”
백 실장은 한편 우리측의 대응을 강조하며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관련 문제에서 미국의 압력으로 성급히 우리의 이익을 포기하면 안된다”며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사업,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등을 그 예로 들었다.
그는 또한 대북 쌀, 비료지원 재개와 대북특사 파견 및 남북정상회담도 “남북관계의 정체성이 개념에서 정책이행까지 일관성 있게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21세기 동아시아 질서 구축을 위한 종합적 로드맵이 필요하다”며 “이는 부시정부의 북핵 정책 실패, 노무현 정부의 북핵 정책 실패에 대한 인정부터 시작해야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와 정부 정책커뮤니티 및 정치권 내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라크 문제도 무조건 대결 국면으로 가지 않을 것”
이라크 문제와 관련해 곽수종 연구원은 “경제정책에 대한 뚜렷한 실책이 없는 가운데, 공화당의 패인은 부시 대통령의 독불장군식 대외정책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민주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했더라도 이라크 카드를 제외하고는 핫이슈가 없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정책을 리드하기에는 역리스크가 존재한다. 민주당이 대선을 2년3개월 앞두고 부시 행정부와 무조건 대결국면으로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곽 연구원은 “민주당도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 문제는 점진적으로 이행할 전망이며 주둔에 필요한 예산지원은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라크 주둔 미군에 대한 지원 예산 감축을 민주당도 내년 1월에 당장 어떻게 할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곽 연구원은 “부시 행정부의 대 이라크 정책에 대한 민주당의 견제 수위는 철군계획에 대한 구체적 일정 작성과 실천을 요구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컨대 “대테러 전쟁과 관련한 이니셔티브는 ‘벌집’과 같은 것이어서 잘못 건드렸다가는 민주당이 2008년 대선에서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미 FTA, 하원 의석 변화에 주목”
곽 연구원은 그러나 보호무역주의를 지향하는 민주당이 하원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함에 따라 한미 FTA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곽 연구원은 특히 세계화에 부정적인 민주당이 도하개발아젠다(DDA)의 마무리를 위한 TPA(무역촉진권한) 연장에 응해줄 것인지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진단하며 “부시 정부 임기 내에 체결을 하기에는 인센티브가 퇴색했다”고 평가했다.
곽 연구원은 특히 하원의 의석변화에 주목했다. 그는 “중간선거 전 미국-오만 FTA에 대한 하원의 표결은 찬성 221표, 반대 205표로 가까스로 통과됐으나 이번 중간선거에서 당시 FTA에 찬성했던 의원들이 대거 탈락함으로써 향후 한미 FTA 비준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했다”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새로 선출된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들이 한미 FTA를 모두 반대한다고 해도 하원에 비해 상원에서는 한미 FTA가 비준될 가능성이 다소 높다”고 판단했다.
곽 연구원은 이에 따라 “한미 FTA의 비준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하며 미 의회를 상대로 한 로비와 대응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미 FTA 체결을 위해) 개성공단과 같이 미국 의회를 자극할 수 있는 쟁점분야를 과감히 포기하는 유연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경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