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농림부의 ‘X레이 검사 말바꾸기’의 진실은?

     농림부의 ‘X레이 검사 말바꾸기’의 진실은?  
  [기고] 오락가락 불법행보…식품안전 우려 증폭시켜  

  2006-11-17 오전 11:29:23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검사를 담당하는 농림부가 엑스레이(X-레이) 검사를 두고 갈팡질팡 말을 바꾸고 있다.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돼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림부의 갈지자 행보는 정부의 신뢰성을 바닥으로 추락시키고 있다.
  
  지난 2월 24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박홍수 농림부 장관에게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뼈 혼입 여부 검사방안 검토보고’라는 제목의 공문을 올렸다.
  
  이 보고서는 “엑스레이 이물검출기는 설치비가 1억2000만 원이 들어 비용이 고가이고, 53개 보관창고에 모두 설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 또한 수입보관창고에 엑스레이 검출기를 설치하는 것은 업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보관창고는 단순히 제품을 보관하는 곳으로 제품을 안전하게 생산할 의무는 제조업체에 있다. 엑스레이 검사로 인해 창고에 들어가는 시간이 지체돼 인건비와 관리비 상승 등 업무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뼈 등이 섞이지 않도록 미국 측에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 2월 24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박홍수 농림부 장관에게 보고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뼈 혼입 여부 검사방안 검토보고’ 공문. ⓒ 박상표  

  그런데 올해 정기국회 현장 국정감사에서 수입검역검사의 문제점을 지적받은 박홍수 농림부 장관은 지난 9월 30일 수입보세창고를 방문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X-레이 전수검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홍수 장관의 주장은 3일을 가지 못했다. 10월 3일 농림부는 미국 대사관과 언론사들에 해명서를 보내 “실제 X-레이 검출기의 시연을 통해서 작은 이물질의 검출이 어렵고, 세계 어느 나라도 수입육류를 X-레이 검출기를 사용하여 전량 검사하는 사례가 없는 만큼 X-레이 검출기의 도입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 ‘미국육류수출협회’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10월 3일자 농림부의 해명서. ⓒ 박상표

  하지만 10월 30일 미국산 쇠고기 9톤이 인천공항을 통해 처음으로 국내로 반입되자 농림부는 X-레이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며 언론과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시연회까지 열겠다고 다시 입장을 바꾸었다.
  
  이와 관련해 11월 3일 농림부는 ‘식육 이물검출기의 식품 안전성’이라는 자료를 국회에 보냈다. 황당하게도 이 자료에는 “엑스선 장치는 안전하며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이물혼입 여부를 검사하기 위하여 엑스레이 검사기법을 이용한 검사장비를 사용하고 있다”고 또 말을 바꿨다.
  
▲ 11월 3일 농림부가 국회에 보낸 ‘식육 이물검출기의 식품 안전성’이라는 설명자료. ⓒ 박상표  

  농림부의 말 바꾸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일 국회 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한명숙 총리는 “4차로 수입되는 모든 쇠고기에 대해서도 안정성이 완전히 확보될 때까지 전수검사를 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한명숙 총리가 국회에서 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은 농림부 일개 국장에 의해 뒤집어졌다. 지난 15일 KBS1 라디오 <라디오 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에 출연한 이상길 농림부 축산국장은 “가능하면 전수검사를 하겠지만 아직 확정된 게 아니다”라며 한명숙 총리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런 상태라면 우리 정부에는 ‘총리 위에 국장이 있는 셈’이다. 조그마한 중소기업에서도 벌어질 수 없는 황당한 상황이다. 아무리 노무현 정부가 무능하고 국민들의 지지가 바닥에 이르렀다고는 하지만 농림부의 일개 국장이 국무총리의 말을 정면으로 뒤집을 정도라면 앞으로 국민들은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다.
  농림부의 X-레이 투시장치 도입, 무엇이 문제인가?
  
  농림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따라 식품안전성을 확보할 필요”에 따라 X-레이 투시장치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농림부의 이런 설명과 달리 X-레이 투시장치의 도입은 현행법상 불법이며, 방사선 조사(照射 ) 논란과 관련해 식품안전에 대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민주노동당의 심상정 의원과 강기갑 의원은 “엑스레이 발생장치의 설치 자체가 원자력법 65조에 따른 사용허가를 전혀 받지 않은 것이며, 검사원의 방사선 피폭을 예방하기 위한 선량계도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 또한 현행 식품위생법이나 축산물가공처리법에 엑스레이 발생장치를 적용할 근거조항도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엑스레이 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위법이다”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16일 미국산 쇠고기 검역 설명회 때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인천지원 영종도 축산물검역창고에 설치된 X-레이 투시장치는 반드시 부착돼 있어야 할 ‘검사필증’조차도 붙어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농림부는 15일 일단 1대의 X-레이 투시장치를 한 업체에서 빌려 시연해보고, 올해 안에 공개입찰을 통해 12대를 긴급 구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전국의 검역 시행장이 53곳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X-레이 투시장치 12대만을 구입해 일부 검역 시행장에만 설치하게 되면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법적인 논란과 별도로 방사선 조사 식품에 대한 안전성 논란과 ‘조사 마크 표시’ 부착 여부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 방사선 조사(照射) 마크. ⓒ 박상표  

  방사선 선량 2그레이(Gy)는 사람을 죽일 수 있다. 또 4~6Gy를 받은 사람들 가운데 절반이 30일 이내에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나 우주인 식사, 식육 등의 완전살균에 쓰이는 방사선 조사선량은 3만~5만Gy다. 이런 엄청난 에너지를 받은 식품에서는 ‘방사선 분해산물(URP)’이라는 화학물질이 생성된다. 이 물질이 생명체에 유해한가가 논쟁의 초점이다.
  
  지난해 11월 2일 사단법인 ‘환경정의 다음을 지키는 사람들’ 주최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방사선 조사식품의 안전성 및 표기실태에 관한 토론회’에서 고상백 연세대 원주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방사선 분해산물의 하나인 2-DCB는 실험용 쥐의 결장에 중요한 DNA 손상을 일으켰다는 연구보고가 최근 나왔다”며 “2-DCB는 자연적 식품에서 검출된 적이 없는 방사선 처리 식품의 지표가 되는 물질”이라고 주장했다.
  
  고 교수는 “식량농업기구(FAO)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평균 조사량 1만Gy 이내인 방사선 조사는 독성 위험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독일 등의 연구결과를 보면 1만Gy 미만의 저선량에서도 방사선 분해산물이 검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미국산 쇠고기를 검사하는 X-레이 투시장치는 조사 시간이 10초 미만이며, 흡수선량이 시간당 83밀리그레이(mGy)로 완전 살균에 쓰이는 방사선 조사량에 비해 아주 소량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방사선 조사량을 떠나서 현행 국내법으로 육류의 방사선 조사는 명백히 금지돼 있다. 또한 식품위생법 제10조에 의한 식품 표시기준에 따라 방사선 조사 식품에는 포장이나 용기에 직경 5㎝ 이상의 크기로 ‘조사 마크’를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X-레이 투시장치로 검사를 한 미국산 쇠고기에 ‘방사선 조사 마크’를 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문제점과 더불어 X-레이 투시장치 도입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이 장치를 통한 이물 검출 검사가 광우병 검사와는 무관하기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광우병 검사는 소의 뇌를 잘라서 샘플을 채취해야 하기 때문에 뼛조각이나 살코기를 검사하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게다가 광우병 위험물질인 뇌나 척수, 배근신경절은 X-레이 검사로는 전혀 찾아낼 수 없다.

  박상표/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