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선결조건 쇠고기, 거꾸로 FTA 발목잡아
[한미FTA 5차협상, 이것을 주목해야②] 쇠고기
조태근 기자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9일 국회 한미 FTA 특별위원회에 ’5차 협상 대응방향’을 보고하면서 “미국의 상하 양원에서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데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불허 방침을 결정함에 따라 5차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5차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국내에서 이슈의 중심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는 5차협상에 무엇보다 중대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23일에 이어 1일에도 미국산 쇠고기 3.2톤에서 수입이 금지된 뼛조각이 발견돼 전량 반송·폐기 처분을 받았다. 벌써 또다른 작업장에서 세번째 쇠고기 수입물량이 들어와있지만, 이번 작업장은 광우병 위생조건 위반 사례가 15건이나 되는 더욱 심각한 ‘불량’ 작업장이다.
문제는 한국 정부의 ‘용감한’ 반송조치가 미국 측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 주목할 점은 미국의 반발과 유감표시가 한미FTA 체결 여부를 볼모삼아 가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1차분에 대한 반송이 결정되자 마이크 조핸스 미 농무부 장관은 “(한국이) 미국 쇠고기를 거부할 명분을 만들어냈다(invent)”며 강력 반발한 데 이어, 두번째도 불합격 판정을 받자 곧바로 ‘한미 FTA’를 거론, 미 의회의 비준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미국측 협상단에 대한 의회의 압박을 가중하는 조치라고 발언했다.
미 축산업계도 역시 한미FTA를 들어 노골적으로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미국목축업자협회(NCBA)의 제이 트루이트 워싱턴사무소장은 “의미있는 쇠고기 무역이 보장되지 않으면 한국과의 FTA 협상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미 축산 자본은 한국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를 조용히 받아들이지 않는 한, ‘한미FTA 체결’이라는 보상을 주지 말것을 자국 정부에 종용하고 있다.
애초에 한미FTA의 ‘선결조건’으로 수입이 재개되어 들어온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문제가 불거지자 거꾸로 한미FTA의 발목을 잡고있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분 1, 2차 모두에서 뼛조각이 발견되면서 확산되는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불안감이 한미FTA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국민에 등떠밀려 미 쇠고기 반송시킨 한국 정부
’골탕먹은’ 미 축산업계, “쇠고기 수입 안하면 FTA도 없다”
물론 상황을 여기까지 몰고 온 것은 지난 일년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끈질기게 제기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등 단체들과, 강력한 쇠고기 수입재개 반대 운동을 펼친 사회단체들의 힘이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5차협상뿐 아니라 한미FTA 협상 전체의 판도를 바꾸어놓을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태풍의 핵인 쇠고기 문제를 최대한 부각시켜 끌고 가겠다”며 미국산 쇠고기 3불(안사고 안팔고 안먹기)운동을 비롯한 적극적인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같은 국민의 압력에 밀린 한국 정부가 거듭 미국산 쇠고기 반송 조치를 취함에 따라, 미국도 이번 5차협상에서는 쇠고기 통상 압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9일과 20일 워싱턴에서 별도로 열리는 위생검역(SPS) 분과 협상에서 쇠고기에 대한 검역조건 완화를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있고, 이와 별도로 농업 협상에서 현재 40%인 쇠고기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라는 압력도 강하게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