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美, 쇠고기.車.의약 전방위 공세
[연합뉴스 2006-12-05 11:51]
5차 협상 설명하는 웬디 커틀러 수석 대표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김종수 기자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5차 협상에 임하는 미국측의 전략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5차 협상 개시 첫날인 4일(현지시각) 웬디 커틀러 미측 수석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쇠고기와 자동차, 의약품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쇠고기 전명개방해야 FTA 비준”
커틀러 대표는 쇠고기 문제의 경우 “기술적으로 보면 한국의 수입재개가 FTA의 일환이 아니라고 볼 수 있으나 성공적인 FTA 체결과 의회 비준을 위해서는 미국산 쇠고기가 전면 수입 개방되는게 중요하다고 한국측 협상대표들에게 분명히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그동안 주장해온 ‘전면 수입’의 의미는 수입 대상을 현재처럼 30개월미만 소의 살코기에 한정할게 아니라 모든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재개해야 한다는 뜻이다.
5차 협상이 열리고 있는 몬태나 출신의 민주당 상원의원인 맥스 보커스도 “뼈가 있든 뼈가 없든 수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미국은 축산물 교역기준을 관장하는 국제수역사무국(OIE)에 광우병(BSE) 위험등급 평가를 신청해놓은 상태이다.
이와 관련, 국내 전문가들은 미국이 내년 5월 열리는 OIE 총회에서 교역에 아무 지장이 없다는 등급을 받은뒤 이를 근거로 ’30개월 미만’ 같은 연령 제한이나 ‘뼈 제외’ 등 부위 제한을 둘 수 없게 압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올해 30개월 미만의 뼈없는 쇠고기 수입을 허용한 것도 미국의 주장이 OIE에서 논의된뒤 기준이 변경된데 따른 것으로 과거 광우병이 발생하기 전까지 미국은 광우병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그러나 쇠고기 수입 대상 확대 문제는 현재 진행중인 실무급 협상에서는 결론이 나기 힘들 전망이다.
농업분과장을 맡고 있는 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실무선에서 해결하기 힘든 부분은 고위급으로 가서 논의하고 마지막에 가면 더 높은 수준으로 갈것 같다”고 말했다. 농업 문제의 경우 정치적인 결단까지도 필요한 사안이다.
◇ “한국 복지부 美견해 반영한 것 없다”
커틀러 대표는 우리 보건복지부의 선별등재 등 건강보험 약가 적정화 방안과 관련, “혁신적인 신약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권을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뒤 규정 개정과정의 투명성을 트집잡으면서 “복지부가 여러 나라의 이해당사자로부터 의견을 접수받았지만 반영된게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이런 점에서 한국은 갈길이 멀다”는 돌출 발언까지 한뒤 “복지부가 보다 광범위한 분야에서 이런 규제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고 논의내용을 수정안에 반영할 것이라는 말도 한 만큼 한국측의 말을 믿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커틀러 대표의 노골적인 불만 표시는 의약품에서 어떻게든 양보를 얻게다는 의미로 분석되며 선별등재는 이미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원칙적인 거부까지는 하지 않겠지만 대신 보험 적용 대상 의약품 선정과정에 자국의 제약사를 참여시키는 제도적인 장치나 의약품 특허 등 분야에서 실익을 얻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 “정치상황 변화로 車 추가검토 필요”
커틀러는 자동차 문제와 관련, “미 의회 구도의 변화 때문에 자동차 등 중요한 여러 쟁점에 대해 좀더 면밀한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자국의 정치상황 변화를 협상력의 지렛대로 사용할 의사를 내비쳤다.
한국이 요구해온 미국의 자동차 수입 관세 인하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제안한 비관세 장벽이나 복잡한 자동차 세제 개선에 대한 한국의 반응에 달렸다”면서 앞으로도 연계전략을 구사할 뜻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커틀러 대표는 무역구제와 관련해서는 “서로 믿음을 갖고 논의하기로 했다”면서 “논의가 어떻게 될지는 앞으로 차차 협상을 진행하면서 봐야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무역구제는 미국의 무역촉진권한(TPA)법상 늦어도 올해말까지 관련 규정의 변경 가능성을 확정, 미국 의회에 통고해야 하는 만큼 우리 협상단이 이번 5차때 가장 주력할 분야로 꼽아왔다.
이에 따라 우리측은 4차례의 협상에 걸쳐 제기한 ‘제로잉’ 규정 철폐 등 14개 요구사항중 협상여지가 큰 무역 국제협력위원회 설치 등 5가지 안팎의 요구를 선별, 우선 양보를 받아낸다는 전략을 짰다.
커틀러 대표의 이날 발언은 원칙적으로 무역구제는 FTA의 협상대상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에 비해서는 다소 진전된 것이다.
협상장 주변에서는 양측이 무역구제 현안의 쟁점을 풀기위한 방식을 놓고 사전에 공감대를 형성한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