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②쇠고기가 ‘암초’로 돌출
[연합뉴스 2006-12-03 06:02]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5차 협상으로 접어들면서 농업 분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농업 분야의 경우 그동안 4차에 걸친 협상은 사실상 탐색전 수준에 그쳤으며 이번부터 ‘본게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쟁점은 우리 농산물 시장의 관세 개방폭이다.
아울러 완충 장치로서 농산물 특별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와 저율관세할당물량(TRQ) 수입 및 관리 방법 등도 의견차가 큰 쟁점 사항이다.
하지만 최근 쇠고기 뼛조각 문제가 돌출해 농업분야 협상 전망에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2년10개월만에 재개된 미 쇠고기 수출이 뼛조각 문제로 잇따라 좌절되면서 한미 통상협상에 대한 미국내 여론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감 품목 논의 본격화
정부는 지난달 29일 국회 한미FTA 특위에 ’5차협상 대응방향’을 보고하면서 “농업분야도 민감품목에 대한 협의를 점진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그동안은 국내 농업에 영향이 비교적 작은 밀, 사료용 옥수수, 채유용 콩, 아보카도, 토마토, 상추, 수박 등을 주로 다뤘다.
그나마도 우리측은 미국의 이익이 큰 사료용 옥수수나 채유용 콩의 경우 아직 뚜렷한 답을 제시하지 않았다.
현재 민감품목으로는 쌀,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분유, 식용 콩, 오렌지, 감귤, 사과, 배, 감자, 양파, 고추, 마늘, 참깨. 인삼 등이 거론된다.
5차 협상에서는 이들 민감품목에 대한 양측의 입장 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측은 이미 지난 4차 협상때 관세철폐의 예외 적용을 받는 기타 품목중 50여개를 관세철폐 품목으로 수정했다.
즉시-5년-10년-15년 관세철폐 품목중 230여개 품목의 관세 철폐 이행시기를 앞당기면서 농업분과에서 다루는 총 1천531개 품목(HS10단위) 가운데 20%에 가까운 품목의 개방을 확대했다. 특히 기타 품목수는 284개에서 235개로 줄었다.
◇세이프가드 등은 연계협상 전략
우리 정부는 관세 개방안을 둘러싼 협상 진전 수준에 맞춰 농산물 특별세이프가드와 TRQ 관리방식에대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는 관세를 낮출 경우 이에 대한 완충장치로서 특별세이프가드와 TRQ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측은 일단 농산물 특별세이프가드 도입에 대해서는 원칙적인 합의를 봤지만 적용 대상 품목, 발동 요건 등을 둘러싸고는 이견이 큰 상황이다.
아울러 미국은 우리 정부가 시판용 수입쌀 등에 적용하는 방식처럼 수입부과금을 부과하거나 국영무역만 허용하는 TRQ 관리체제를 대폭 수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TRQ가 적용되는 농산물은 참깨, 마늘, 양파, 오렌지 등 63개 품목에 달한다.
그러나 우리는 수입 부과금이나 국영무역은 국내 충격을 흡수하면서 민간 업자간 형평성을 확보하는 장치인 점을 들어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농업 분야에서 큰 진전은 없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 쇠고기가 장애물로 돌출
농업분야 협상은 아직 갈길이 멀지만 2년10개월만에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에서 최근 뼛조각이 발견돼 반송.폐기되면서 한미간에 통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축산업자들은 한국 검역당국의 조치에 대해 “정치적이고 본질적으로 보호주의적 조치”라며 조지 부시 대통령 등 미국 관리들에게 적극 대응할 것을 요구, 이번 한미 FTA 협상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을 예고했다.
미국목축업자협회(NCBA)의 제이 트루이트 워싱턴사무소장은 지난 2일 뼈없는 살코기만 수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쇠고기 무역이 보장되지 않으면 NCBA는 한국과의 FTA 협상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미국측이 이번 FTA 협상에서 직접 쇠고기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도 있지만 간접적인 방식으로 ‘보복’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 쇠고기 문제에 대한 반대급부로 다른 분야에서 강한 수입 개방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진동수 재경부 차관도 최근 브리핑에서 “기본적으로 쇠고기 수입 조건 협상과 FTA는 따로 진행되는 문제지만 쇠고기 건이 FTA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이번 협상 장소가 몬태나라는 점도 악재다. 몬태나는 미국의 축산물 주산지로 이 지역 출신 상원의원인 맥스 보커스가 몬태나주의 입장을 한미FTA에 적극 반영하기 위해 FTA 협상을 유치했다. 따라서 미국 협상단으로서도 이 지역 여론에 부담을 느낄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