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극빈층도 진료비 내라’…의료급여 개정안 파문

‘극빈층도 진료비 내라’…의료급여 개정안 파문
‘1종 수급권자’ 병원따라 1천~2천원 부담 대신 건강생활유지비 매월 6천원 주기로

  김양중 기자  


» 의료급여와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 요인 비교 / 의료급여 수급자 현황

  복지부 “진료비 건강보험 가입자의 3.3배…남용 억제”
“천원도 아까워 병원 못갈 것…도덕성 해이 몰아” 비판

정부가 빈곤층의 무료 의료 혜택을 축소하는 등 의료 이용을 제한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이에 시민단체, 학계 등은 이 대책이 빈곤층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의료조차 불가능하게 한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19일 빈곤층, 희귀 난치 질환자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의료급여 수급권자 가운데 본인부담이 없도록 돼 있는 1종 수급권자도 앞으로 병·의원 외래 진료를 이용할 때 일정 금액을 내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의료급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을 보면, 본인부담금은 의원의 경우 한 번 방문에 1000원, 병원 및 종합병원은 1500원, 대학병원급은 2000원이다. 대신 수급권자들에게는 한 명당 한 달에 6000원 가량의 건강생활 유지비가 지급된다. 다만 본인부담금이 한 달 2만원을 넘으면 넘은 돈의 절반을, 5만원이 넘으면 넘은 돈 전부를 정부에서 지원한다.

이상석 복지부 사회복지정책본부장은 “1종 수급권자의 경우, 성·연령·중증도가 비슷한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1인당 진료비가 3.3배나 많다”며 “건강생활 유지비를 미리 받으면 1종 수급권자들이 이를 아끼기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은 또 희귀 난치 질환자, 정신질환자 등 의료 이용이 많은 수급권자들은 앞으로 한 병원만 선택해 진료를 받되, 본인부담은 없도록 했다. 여러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의료기관을 2곳까지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복지부는 올 7월부터 △진료(처방)일수 1년 초과 수급권자에 대한 방문조사 △의료기관 실사 및 진료비 심사 강화 등의 대책을 시행했지만, 한계가 있어 새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에 정은일 ‘가난한 이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대표는 “수급권자들에 대한 방문조사 등 7월 이후의 대책만으로도 수급권자들은 병원 이용을 겁내고 있다”며 “정부 대책은 진료비 절약에만 초점을 맞춘 것으로, 빈곤층 건강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는 내용은 하나도 포함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신영전 한양의대 교수는 “1종 의료급여라도 비급여 치료비는 본인이 내야 하기 때문에, 큰 병도 참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수급권자들은 단돈 1000원이라도 아끼려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복지부가 의료급여 진료비 증가를 수급권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몰아가고 있는데, 사실은 수가인상, 급여확대 등 때문에 늘고 있는 것”이고 밝혔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표> 참조)를 보면 수가 인상, 대상인구 증가 등이 의료급여 진료비 증가분의 78%를 차지한다. 반면 1인당 내원일수나 하루 진료비 증가분은 의료급여의 경우 25.8%로, 건강보험의 28.6%보다 낮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이근영 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