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Sell Korea!” 해외환자 유치, 의료기기 수출…복지부야, 산자부야?

“Sell Korea!” 해외환자 유치, 의료기기 수출…복지부야, 산자부야?  

해외환자 유치, 의약품·의료기기 수출, 의료기관채 발행, 매칭펀드….

보건복지부가 변하고 있다. 더 이상 의료, 보건, 복지 분야만을 다루던 내수용(?) 부처가 아니다. 산업자원부와 재정경제부의 영역으로 치부되던 수출과 금융분야로까지 팔을 뻗고 있다. 특히 국내 의료상품을 해외시장에 팔기 위해 ‘Sell Korea’를 외치는 모습에서는 예전의 복지부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의료산업화를 공공연히 강조하고 국내 병원의 경제특구 내 유치에 발벗고 나서는가 하면, 의료기관의 수익사업 범위도 대폭 늘리고 있다. 특히 다음달에는 국내 병원으로 해외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매칭펀드 형태의 가칭 ‘한국의료해외진흥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여기에는 병원 외에도 관광공사, 보험사, 여행사, 에이전시 등 참여를 희망하는 관련기관이라면 분야를 막론하고 과감히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1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는 이같은 복지부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복지부에 투자하세요?”=이날 공청회는 흡사 신도시 투자설명회장처럼 대회의실을 가득 메운 참석자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경남의 S병원에서 왔다는 한 참가자는 “마치 복지부는 분양사, 참가자들은 청약자처럼 보일 정도”라고 표현했다.

복지부는 이날 해외환자 유치를 이끌어 나갈 조직인 한국의료해외진흥회에 의료기관과 관련업체의 참가를 독려했다. 참가자들도 대부분 진흥회 참가 조건과 비용, 그에 따른 인센티브 등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날 공청회에서 복지부는 해외환자 유치를 위해 외국인에 한해 의료기관 소개·알선을 허용하고, 중국인이 치료목적으로 입국할 경우 입국비자에 ‘귀국보증각서’를 쓰던 것을 없애는 등 적극적인 제도개선을 약속했다. 또 재외동포의 경우 건강보험 가입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이와 함께 내년 상반기까지 한국의료 대표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홍보책자 및 CD 발간, 해외의료인력 연수활성화, 미국의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중국 등지에서 현지 설명회 등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의료해외진흥회를 구성, 코디네이터 등 인프라를 공동으로 활용하고, 투명하고 경쟁력 있는 가격 산정, 미국병원인증(JCI) 마크 획득 등 의료서비스의 질 확보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키로 했다. 특히 미국의 좋은 병원 인증시스템인 JCI 인증을 받을 경우, 영어권 환자들을 유치하는데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흥회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기관당 1000만~2000만원의 회비를 내고, 복지부는 내년 한 해동안 5억7000만원의 예산을 진흥회 매칭펀드를 포함한 해외환자 유치사업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내년 1월 중순까지 진흥회에 참가할 업체를 선정한 뒤, 같은달 말께 진흥회 발족식을 가질 예정이다.

◇병원 경쟁력 높이기 ‘올인’=복지부는 해외환자 유치를 포함한 병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병원경영지원회사(MSO)를 설립키로 했다. MSO는 직접적인 의료행위 외에도 의료장비 구매, 인력관리, 진료비 청구, 경영컨설팅, 마케팅 등의 병원 경영 전반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말한다.

결국 MSO를 등에 업은 병원들은 비영리법인이면서도 관광이나 보험, 의약품, 의료기기 등 다양한 영리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려는 전략이다.

현행 의료법상 병의원의 MSO에 대한 투자는 불법이지만, 의료법을 고쳐 이를 허용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주식회사처럼 여러 병원들이 출자를 통해 MSO를 설립하는 게 가능해지고, 개별병원에서 네트워크 형태로 병원들의 계열화가 확산되면서 수익사업 범위 역시 급속도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MSO를 통해 병의원들이 단순히 의약품·의료기기 등의 공동구매, 의료시설 등 자원공유, 인력관리, 마케팅 등 경영활동의 아웃소싱을 통한 원가절감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영세한 중소 병의원들이 외부자본을 끌어들이는 창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의약품·의료기기 수출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KOTRA에 의료산업해외마케팅지원센터를 설치, 의료산업 수출 업무를 원-스톱(One-Stop)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인허가 등 서비스 분야별 전문기관을 지정해 수출입 관련 종합정보 제공, 교육 프로그램 강화 및 현지 마케팅 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KOTRA 신사업팀 김군기 차장은 “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수출 활성화를 위해 정부 각 부처와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2008년부터 본격적인 지원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겉은 ‘해외환자 유치’, 속은 ‘의료산업화’=하지만 복지부의 이같은 ‘변신’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복지부의 이같은 정책을 포함한 정부의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종합대책’에 대해 보건의료 분야 5개 시민단체들의 연합체인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난 15일 긴급성명에서 “정부의 의료 산업화대책은 한마디로 병원과 보험회사가 돈벌이를 위해 요구하던 것을 모두 들어주겠다는 ‘병원 및 보험회사 지원 종합선물세트’”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특히 이같은 의료 분야 대책이 시행되면 공적 건강보험과 병원 비영리법인 제도로 간신히 공공성을 유지하던 한국의 의료제도는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태현 사회정책국장은 “복지부의 이같은 정책은 해외환자 유치, 의료관광 등으로 포장돼 있지만 결국 의료산업화라는 큰 축에 의해서 의료계 경쟁을 통한 수익구조 창출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면서 “참여정부 들어 공공의료 보장성 강화와 의료산업화를 함께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공동보조를 맞추기 쉽지 않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 서울시의사회 최종현 사무총장은 객석질문을 통해 “해외환자 유치가 자칫 서민들이 대형병원을 이용할 때 (해외환자에) 우선순위에서 밀릴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김태형 기자 (kth@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