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본말이 전도된 의료급여 정책
입력: 2006년 12월 20일 18:20:40
보 건복지부가 빈곤층의 의료이용을 제한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지금은 전액 국가가부담하는 의료급여 1종 수급자들의 법정 진료비를 앞으로는 본인들에게도 일부 물리겠다는 내용의 의료급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의료급여 1종수급자들에게 월 6,000원가량의 건강생활유지비를 먼저 주고 약국 방문시 500원, 병원 방문시 1,000~2000원의 본인부담금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제도를 바꾸는 이유로 복지부는 의료급여 1종 수급자들의 공짜심리에 따른 의료재정난을 들고 있다. 아무리 병원에 자주 가도 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의료급여 수급자들은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더 많이 병원을 찾고 아낌없이 진료를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 의료급여 수급자중에는 연간 365일 이상 진료받는 사람이 38만5천여명이나 되고, 어떤 이는 약국에서 1만3천장의 파스를 타가기도 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상의료 원칙을 포기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가 있다”고 천명하고 있다. 의료급여 1종 수급자는 누구인가.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사회복지시설보호대상자, 희귀질환자 등이다. 국가가 지켜주지 않으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다. 주로 노약자여서 더 자주, 더 심하게 아플 수밖에 없지만, 진료 때마다 본인부담금을 내야 한다고 하면 그 돈이 아까워 웬만하면 아파도 참고 지낼 계층이다. 일부의 도덕적 해이 때문에 이런 모든 약자들의 건강권에 무차별적으로 제약을 가해도 좋은가.
의료급여 재정 문제는 의료공급자의 과잉진료와 보건당국의 관리부실에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 의료급여수급자가 필요이상으로 입원 진료를 받았다 해도 그 의료를 행한 주체는 환자가 아니라 의사와 의료기관이며, 의료기관의 의료행위를 관리 감독하는 책임은 보건당국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회적 약자들에게만 책임을 물어 마치 범죄집단 징계하듯이 무상의료를 박탈한다는 것은 문명국가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사실 무상의료라고 해도 법정 본인부담만 면제될 따름이다. 보험 적용이 안되는 비급여항목에서는 이들 역시 입원때 20~30%의 본인부담을 내고 있다. 문명국가라면 의료복지를 줄여나갈 게 아니라 이런 부분까지 늘려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