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이 아닌 의료공급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
보건의료.빈민단체들, ‘빈민 치료권 박탈하는 의료급여제도 개악 중단’ 촉구
김삼권 기자 quanny@jinbo.net / 2006년12월27일 13시07분
보건복지부가 ‘의료급여비용 증가’를 이유로 추진하고 있는 의료급여제도 개정안에 대한 보건의료단체 및 빈민단체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 빈곤사회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14개 단체들은 28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이번 의료급여제도 변경은 의료급여 수급권자에게 의료이용의 경제적 장벽을 부과하고 그들을 차별하여 의료이용의 장애물을 만드는 반인권적인 개악안”이라고 재차 비판하며 개정안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의료급여제도와 건강보험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의료급여제도에서 제외된 500만 명 이상의 빈곤층이 치료받을 권리가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며 “정부가 의료급여제도를 개선하려면 사회양극화 심화 속에서 계속 늘어나는 빈곤층의 의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자회견 단체들은 정부가 의료급여제도 변경의 주요한 이유로 ‘수급자들의 도덕적 해이에 따른 의료급여비용의 증가’를 이유로 들고 있는 것에 대해 “급여비용증가는 노령인구증가와 같은 자연증가와 급여대상자 확대 및 수가인상에 기인하는 바가 가장 크다”며 “이 부분은 정부가 부담증가를 감수해야만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체들은 “건강보험제도와 의료급여제도 모두 그 비용증가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불필요한 의료행위 남용을 초래하는 지불체계인 ‘행위별 수가제’의 전면개편”이라며 “문제가 된다면 ‘의료공급자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이지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현 정부는 의료비적정화방안으로 스스로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포괄수가제와 주치의 등록제의 도입을 시범사업까지 마치고서도 병협 등 의료계 이해단체의 반발 때문에 도입하지 못했다”며 “정부는 문제의 진정한 원인인 행위별수가제의 개선은 도외시한 채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하여 의료급여 수급권자에게 문제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단체들은 향후 국가인권위에 긴급구제 요청을 비롯해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정부의 이번 개정안을 저지하기 위한 다양한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