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통계 알고보니 ‘엉터리’
12월 “빈곤층 무료진료비 건보가입자의 3.3배” 발표했다가
노인·중환자 비율 감안안해 뒤늦게 “1.48배” 고쳐 발표
“본인부담금 재검토해야” 지적
김양중 기자
» 2005년 의료급여와 건강보험의 주요 중증질환 비교
무료로 병·의원을 이용하는 빈곤층이 ‘도덕적 해이’로 말미암은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진료비를 3.3배나 더 쓴다는 정부의 발표에 중대한 잘못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이 자료를 근거로 빈곤층의 무료 의료를 제한하는 본인부담금제 등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9일 그동안 무료로 병·의원 외래진료를 이용해온 ‘의료급여’ 수급권자들도 앞으로는 본인부담금제에 따라 1000~2000원의 진료비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그 근거로, 의료급여 대상자의 1명당 진료비가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3.3배나 많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이 발표 자료는 진료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성별, 나이, 중증질환 비율 등 주요 변수들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잘못된 통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5년 건강보험 통계연보를 보면, 의료급여 대상자의 경우 진료비가 많이 드는 노인 비율이 25.6%로 건강보험의 8.3%보다 세배 이상 높았는데 복지부 자료에는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또 한 달에 수백·수천만원의 진료비가 드는 중증환자의 비율(표)도 의료급여 대상자들이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훨씬 높은데도 정부 발표는 이를 감안하지 않았다. 건강보험 통계연보를 보면 위암의 경우 의료급여 대상자의 0.25%가 걸려 건강보험 가입자의 0.07%보다 3.57배 높았고, 뇌출혈은 5.5배, 백혈병은 12.0배, 심지어 정신분열증은 42.8배나 됐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31일 연령과 중증질환자 수 등을 보정해 계산했더니, 의료급여 대상자의 평균 진료비가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1.4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고쳐 발표했다.
신영전 한양대의대 교수는 “보정된 통계에 맞춰 본인부담금제 등 의료급여 대책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상석 복지부 사회복지정책본부장은 “연령, 중증도 등을 보정하지 않은, 잘못된 자료를 발표한 점은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그러나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적절하게 병·의원을 이용하도록 하는 본인부담금제, 선택 병·의원제 도입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