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미 전문자격 상호인정 ‘속빈 강정’, FTA 6차협상 앞두고 실효성 쟁점화

한-미 전문자격 상호인정 ‘속빈 강정’
FTA 6차협상 앞두고 실효성 쟁점화        

미 주정부·직능단체와 합의사례 드물어
“침술사와 같은 취급?” 한의사들 반발
공학·건설·IT등 우수인력 유출 우려도

오는 15일 시작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6차 협상을 1주일 앞두고 전문직 자격증 상호인정 문제가 새 현안으로 떠올랐다. 특히 한의사들은 집단행동에 나서는 등 크게 술렁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5차 협상 때 전문직 자격증 상호인정의 원칙적 합의를 주요 성과의 하나로 꼽았다. 그러나 실제 상호인정이 이뤄지려면 지방정부의 승인, 직능단체의 합의 등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아 현업 부문에서 상호인정이 확정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합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 침술사=한국 한의사’ 논란= 한국 협상단은 5차 협상에서 전문직 자격증 상호인정을 추진하기로 미국과 원칙적 합의를 하면서 의사·간호사·물리치료사 등 보건·의료직과 건축사, 수의사, 엔지니어(기술사) 등 크게 네 직종을 미국에 제시했다. 이 가운데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보건·의료직이다. 미국이 6차 협상 때 침술사와 한의사 교류를 요구해 오면 한국 정부가 이를 받아들인다는 방침이 밝혀지면서 한의사들이 들고 일어선 것이다. 한의사들은 7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한-미 에프티에이 저지’를 내건 집회를 연 데 이어, 1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국 한의사 비상총회를 열기로 했다.

최정국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한국의 한의과대학은 미국의 의사자격시험(USMLE)을 볼 수 있으나 미국의 침술사 전공자들은 그럴 자격이 없다”며 “수준이 다른 두 직업을 교류하는 것은 한방 의료의 질 저하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한의사들의 반발에는 특히 한의사 시장이 개방될 경우 중국 의사들의 한국 진출에 대한 우려가 들어 있다. 최 이사는 “한-미 에프티에이에서 선례를 남길 경우 한-중 에프티에이에서도 이를 제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나머지 직종도 빛 좋은 개살구?=사실 전문직 상호자격 인정 문제는 간호사 등 전문직들의 미국 취업 확대를 겨냥해 한국 쪽이 요구해온 분야이다. 한의사협회를 제외한 다른 협회들의 입장도 대체로 비슷하다.

그러나 실제 미국 시장을 뚫으려면 50개 주정부와 주 산하 해당 직종의 단체와 일일이 협상해 합의를 봐야 한다. 이 때문에 미국이 다른 나라와 에프티에이 협상을 하면서 전문직 상호인정을 합의했더라도 실제 상호인정이 이뤄지고 있는 부문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능별, 지역별로 워낙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분야여서 상호인정은 생색내기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협상단의 서비스분과 담당자는 “북미자유무역협정에서도 건축사는 교류를 하고 간호사는 교류를 논의하고 있는 정도이며, 다른 에프티에이에서는 상호인정이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의사와 엔지니어(건설기술사, 정보통신기술사 등 89개 기술사) 분야에서 우수한 인력이 빠져나갈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