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의료급여증’ 인권침해 논란
입력: 2007년 01월 10일 08:16:34
정부가 의료급여증을 현재의 종이 보험증에서 플라스틱 카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인권침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의료급여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급여증을 플라스틱 카드로 바꾸는 방안이 계획돼 있다. 의료급여증은 의료급여 대상인 빈곤층이나 희귀 난치 질환자들에게 발급되는 보험증. 현재는 건강보험증과 동일한 모양으로 돼 있다.
복지부는 신용카드 사용이 일반화돼 있기 때문에 플라스틱 카드 급여증을 사용한다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복지부 류지형 기초의료보장팀장은 플라스틱 카드 도입 취지에 대해 “의료급여자 중 과잉진료를 받는 사람들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에서 추진하고 있는 의료급여 대상자 본인부담금제, 선택병원제 등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의료사용 내역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플라스틱 카드 교체가 자칫 인권침해와 진료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의료연대회의 신영전 정책위원장(한양대 의대 교수)은 “의료급여증이 건강보험증과 모양과 색깔이 달라 차별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1997년 보험증 모양을 동일하게 만든 전례가 이미 있다”며 정부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건강보험 대상자와 다른 형태의 보험증을 사용할 때 생길 수 있는 진료차별, 심리적 위축 등이 생긴다는 것이다. 신위원장은 또 “건강보험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보험증 카드화를 시행하려다 개인정보 남용, 인권침해 등의 가능성 때문에 중단된 적이 있었다”면서 “이런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열악한 상황에 있는 의료급여 대상자에게만 카드화를 추진하는 것이 명백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취약계층을 위협하며 낙인찍는 방식으로 통제하려는 정책’이라는 비판이다.
신위원장은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복지부가 의료급여 수급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정책기조를 선언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공적보조, 사회연대의 개념을 흔드는 정책 변화를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의 김종명 정책국장도 “카드화를 통해 진료 기록을 통제한다는 발상의 전제는 의료급여자를 의료이용 남용자, 도덕적 해이자로 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회 취약계층을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공식화시키는 ‘반인권적 조치’라는 비판이다.
〈임영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