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6차협상은 ‘빅딜 전초전’?
오늘부터 5일동안 열려
무역구제 등 이견 큰 분야 제외
다음달 일괄타결 모색할 듯
한겨레 송창석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6차 협상이 15일부터 서울 신라호텔서 닷새 일정으로 열린다. 미국 협상단이 의회에서 위임받은 무역촉진권한(TPA) 시한이나 우리 정부의 ‘3월 협상 타결’ 목표를 고려하면, 이번 6차 협상은 협정 체결이냐, 무산이냐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서로 ‘잔챙이’ 쟁점만 다루는 맥빠진 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통상부는 “이번에 무역구제·자동차·의약품·위생검역 등 네 분과 및 작업반은 협상을 하지 않기로 했으며, 원산지·통관분과는 분과장 일정 탓에 23~25일 서울에서 따로 열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에 빠지는 네 분과 및 작업반은 현재 양국 사이에 가장 뜨거운 통상쟁점이자 전체 협상 진척의 돌파구를 만들 수 있는 분야다. 반덤핑관세 등 미국 통상보복 제도를 다루는 무역구제 협상은 우리 쪽에서 지난 4차 협상 때부터 구체적인 요구안을 제시하며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미국 쪽은 “연방 법률을 개정해야 하고 다자간 협상에서만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어서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며 수용 거부를 이미 못박았다. 우리 쪽은 대응조처로, 미국 협상단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자동차와 의약품 분야 협상을 거부했다. 또 위생검역 분야는 ‘뼛조각 쇠고기’ 문제를 전체 협상 진행과 연계시키려는 미국 쪽 의도 때문에 협상이 파행을 겪고 있다.
이런 핵심 쟁점들이 빠지더라도 6차 협상에서 다뤄질 분야들이 만만한 건 아니다. 공산품의 관세 철폐 대상과 시기를 다루는 상품분과에서는 ‘자동차 관세 즉시 철폐’라는 우리 쪽 요구가 관철될지 주목된다. 자동차는 정부가 협정의 경제적 이익을 홍보할 때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품목이지만, 미국은 아직 관세 철폐 대상에 넣지 않고 있다.
섬유분과는 미국의 고율관세 인하와 ‘얀 포워드’(원사로 제품의 원산지를 판단한다는 미국 제도)의 기준 완화를 놓고 양쪽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우리 쪽이 수세적인 농업분과에서도, ‘쌀 등 민감품목은 최대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우리 쪽 의견만 제시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개방 예외품목이 합의되지 않았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부)는 “스크린쿼터와 방송쿼터, 도박산업 개방 여부, 우체국 보험과 산업은행의 협정 적용 여부, 투자자-국가 제소절차 등 서비스, 금융, 투자분과의 숱한 이슈들도 닷새간이 아니라 각각 몇 해씩 미국과 협상을 벌여야 할 만큼 중요한 것들”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번 6차 협상에서 핵심 쟁점을 제외한 여타 쟁점들에서 합의를 도출하고, 다음달 미국에서 열릴 7차 협상에서 핵심 쟁점까지 포함해 일괄타결을 모색할 계획이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기사등록 : 2007-01-14 오후 08:4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