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미국, 무역구제-자동차·의약 ‘빅딜’ 내비쳐, “FTA 수석대표간 논의”, 소탐대실 ‘빅딜’ 우려가 현실로?

미국, 무역구제-자동차·의약 ‘빅딜’ 내비쳐
“FTA 수석대표간 논의”…민노당 의원들 반대 단식
한겨레         송창석 기자 전종휘 기자
        
웬디 커틀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미국 협상단 수석대표는 15일부터 시작된 6차 협상에서 한국이 요구해 온 미국의 반덤핑 제재 완화와 미국의 요구사항인 한국의 자동차 세제 및 약값 정책 개편을 두고 맞바꾸기(빅딜) 가능성을 시사했다.

커틀러 수석대표는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동차·의약품·무역구제(반덤핑 제재 등)는 분과회의가 이번에 열리지 않지만 이 이슈들은 한국의 김종훈 수석대표와 내가 만나 논의할 것”이라며 “이 세 가지 이슈에 대해 진전을 이룰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먼저 자동차와 의약품에서 만족스런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훈 대표도 이날 브리핑에서 “(세 가지 이슈에 대해) 수석대표간 비공식 논의는 진행할 것”이라며 “금요일(협상 마지막날)에 관련된 진전 사항 여부에 대해 알려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커틀러 대표는 “지난해 말 미국 의회에 제출한 무역구제 보고서는 ‘미국법을 바꿀 수 있는 것들은 최종 협정문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돼 있다”며 한국의 다섯 가지 요구 중 핵심인 ‘덤핑에 따른 산업 피해 판정 때 한국산은 다른 나라 제품과 분리해 별도로 평가해 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음을 못박았다. 그는 또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관련해, “(미국산 쇠고기의 뼛조각 시비가) 협상 의제는 아니지만 협정의 현실화를 위해 중요하다. 우리의 의도는 쇠고기 시장의 완전한 재개방”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요구에는 “자유무역협정 협상 의제가 아니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협상 의제와 관련한 잣대를 다르게 이용했다.

이날 양쪽은 서비스, 금융서비스, 투자, 지적재산권 등 4개 분과부터 협상에 들어갔다. 김영모 서비스분과장은 전문직 자격 상호인정과 관련해 “미국이 한의사 말고 건축사와 엔지니어(기술사)의 한국 진출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한편, 심상정·강기갑·권영길 등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9명은 이날 오전 이 호텔 정문 앞에서 협상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협정에 반대하는 여론에 대해 텔레비전 광고도 불허하는 등 편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가 융통성과 연계 타결의 이름으로 대부분의 분과에서 미국 요구를 전폭 수용하고 나라의 주권 및 국민의 건강권에 관한 중대사안을 내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창석 전종휘 기자 number3@hani.co.kr

소탐대실 ‘빅딜’ 우려가 현실로?
미 대표 ‘빅딜’ 시사…FTA 6차협상 초미의 관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끊임없이 새나왔던 ‘빅딜’ 가능성이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이번 6차 협상에서 양쪽 고위급끼리 큰 거래를 한다는 것인데, ‘미국의 반덤핑 제재 완화’와 ‘국내 자동차 세제 및 약값 정책 개선’이 주요 거래 대상의 하나다. 하지만 국내 일부 수출업계의 불이익을 피하려고 보건·환경·조세 등 공공정책의 뼈대를 손질한다는 점에서 불균형 거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웬디 커틀러 미국 협상단 수석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빅딜’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그는 “자동차, 의약품, 무역구제(반덤핑 제재 등) 분과회의가 이번에 열리지 않지만 한국의 김종훈 수석대표와 만나 진전을 이룰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커틀러는 이들 세 가지 이슈의 협상에 진전이 있느냐고 묻자 “협상 마지막날인 금요일에 다시 질문해 달라. 그때는 말할 게 있으리라 본다”고 말해, 상당한 의견접근이 이뤄졌음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우리 쪽 협상단 관계자도 “지난 7~9일 하와이에서 열린 비공식 고위급 회담에서 미국이 무역구제 분야의 우리 쪽 5가지 요구 가운데 ‘(덤핑에 따른) 산업피해 판정 때 국가별 비합산’을 제외하고 나머지 4가지는 수용 의사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하지만 ‘나머지 4가지’는 대미 수출여건 개선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수출업계는 말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도 통상법 등 연방법률 개정 없이 선언적 의미로 들어줄 수 있는 사안이다.

정부는 미국의 반덤핑 조처로 국내 수출업계가 받은 피해가 지난 25년 동안 373억달러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미국이 앞으로 한국산 수출품에 반덤핑 제재나 상계관세 부과와 같은 보복 조처를 전혀 발동하지 않을 경우 우리 업계가 얻는 이익은 연평균 15억달러쯤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쪽의 4가지 요구사항은 이런 이익을 담보할 장치가 될 수 없다.

반면 우리 쪽에서 내놓아야 할 약값 정책과 자동차 세제 개편은 예상되는 부작용이나 피해가 너무 뚜렷하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미국 안대로 약값 정책이 바뀐다면 5년간 국내 제약업 피해가 1조~6천억원, 우리 안대로 된다면 6300억~3500억원”이라고 말했다. 이는 약값 상승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악화는 계산에 넣지도 않은 것이다.

우석균 보건의료연합 정책실장은 “시민단체 판단으로는 의약품 특허권 연장만으로도 5조5천억~6조9천억원의 피해가 예상되며 이는 고스란히 국민들 부담이 된다”며 “일부 업계의 작은 이익을 위해 보건·환경·조세 등 국민 전체를 위한 정책을 포기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기사등록 : 2007-01-15 오후 07:44:17 기사수정 : 2007-01-16 오전 12:1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