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생명을 놓고 FTA ‘빅딜’하지 말라”
FTA 보건의료.지재권대책위, “무역구제-차·의약품 빅딜 반대”
임은경 기자
이번주 서울에서 한미FTA 6차협상이 진행중인 가운데, 한미 양국은 FTA 협상을 3월말까지인 미국의 TPA(무역협상권한법) 시한내 타결시키기 위해 이번 6차협상에서 웬만한 내용들을 부지런히 합의하고, 핵심 쟁점들은 ‘빅딜’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도 않고 드러내고 있다.
또 미국산 쇠고기의 조건없는 수입이 한미FTA의 절대적인 성사조건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있는 양국은, 6차 협상기간을 전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완화에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FTA범국민대책위 이해영 정책기획단장의 말대로, 그야말로 이제 “내줄 것만 남은 협상”이다.
△한미FTA저지 보건의료대책위와 지적재산권공대위는 17일 아침 협상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 생명은 FTA의 거래조건도 ‘빅딜’의 대상도 아니다”며 무역구제 – 자동차·의약품 빅딜을 반대한다고 외쳤다. ⓒ민중의소리 정택용 기자
숨가쁜 막바지 ‘빅딜’ 협상… “내줄 것”만 남아
그런데 한미 양국 정부는 신문·방송을 통해 겉으로는 서로의 국익을 둘러싼 치열한 갈등을 보이는 것처럼 ‘쇼’를 하고 있지만, 이미 양국 기업이 최대한의 이익을 낼 수 있는, 국민생활이 직결된 공공서비스부문의 기업 매각을 합의했다.
통신, EBS를 포함한 공중파 방송 및 케이블방송, 방송광고공사, 항만공사 및 항공공사들의 개방과 우체국의 택배서비스, 우체국보험, 농협 보험, 국책은행 등의 기업매각 또는 정부보조금 배제가 이미 합의되었다는 것이 지난 협상 과정에서 극히 제한적으로나마 알려진 바 있다.
또한 우리사회의 모든 공공정책이 외국기업의 국제소송의 대상이 되는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도 조용히 합의되었다.
이 모든 공공부문 매각은 한미 양국 기업에는 새로운 투자와 이윤의 창출처가 되겠지만, 한국 국민에게는 공공요금의 폭등과 노동자들의 대량해고로 되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가 지난 97년 이미 경험한 IMF 경제위기를 반추해보면 어렵지않게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6차협상에서 한창 진행중인 빅딜논의는 우리의 무역구제 요구안과 미국이 요구하는 자동차 세제 및 의약품 시장을 교환하겠다는 것이다.
공기업 무더기 매각, 투자자-국가 소송제, 알짜는 이미 다 내주고
TV앞에서는 마치 열심히 국익을 지키는 것처럼..
그러나 미국이 자국법을 개정해야하는 무역구제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 강경하자, 한국은 그나마 처음의 15가지 항목의 요구를 미국이 수용가능할만한 6개로 줄였고, 이는 실제로 무역구제를 규제할 힘이 거의 없는 껍데기 규정들만 남긴 것이다.
한마디로 ‘껍데기뿐인’ 무역구제를 위해 자동차시장과 의약품 시장을 다 내주겠다는 것. 특히나 국민의 생명, 건강과 직접 연관돼있는 의약품 시장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너무도 심각한 문제다.
한미FTA저지 보건의료대책위와 지적재산권공대위는 17일 아침 협상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 생명은 FTA의 거래조건도 ‘빅딜’의 대상도 아니다”며 무역구제 – 자동차·의약품 빅딜을 반대한다고 외쳤다.
이들은 “무역구제는 한국의 특정 기업들이 미국의 반덤핑제도 때문에 손해를 보는 부분을 줄여보자는 것으로, 따라서 이 협상에서 한국의 특정기업들이 설령 이익을 본다 해도 이 이익이 국민들의 보편적 이익은 결코 아니다”고 지적하고, “결국 특정기업의 이익을 위해 전국민의 건강과 환경, 조세, 보건정책을 포기하는 것이 이번 한미FTA 6차 협상이고, 이것이 바로 정부의 ‘빅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무역구제 대신 거래의 대상이 된 자동차부분의 미국 측 요구는, 현재 배기량중심의 세제를 연비중심의 세제로 바꾸어 배기가스배출이 많은 자동차도 세금을 적게 내고 팔겠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차는 배기가스 배출이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
그러나 배기량중심 세제는 배기가스를 규제하여, 이를 재원으로 하는 조세정책이자 핵심적인 환경정책이다.
또 의약품 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내용은 한국 측의 의약품비절감정책(포지티브리스트)을 사실상 포기하라는 것이고 의약품특허권을 연장해 미국 기업의 이익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의약품 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특허권 5년 연장’만 수용해도 최소한 한국 국민이 약값으로 지불해야 할 돈은 앞으로 5년간 5조 8천 억 원에서 6조 9천 억 원이다. 4인 가족 당 최소한 약 9만원의 의약품 추가비용을 매년 더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팔리는 의약품의 특허는 대부분 미국의 제약회사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이익 늘려주고 국민 부담 증가.. “누구를 위한 협상인가?”
두 단체는 “정부는 이 빅딜이 한국의 자동차기업에는 이익이며 제약기업에도 큰 손해가 아니라는 말만 하고 있지만, 우리의 관심은 한미 양국기업이 아니라 한미 양국의 국민”이라며 “양국 정부의 빅딜은 특정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전체의 보편적 이익과 한국의 사회정책을 맞바꾸겠다는 것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협정이고 누구를 위한 빅딜이냐”고 물었다.
결국 양국 협상대표들이 협상장에서 열심히 지키려고 하고 있는 것은 한미 양국의 이익이 아니라 양국 기업들만의 이익인 셈이다.
두 단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을 완화하려는 양국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비판했다.
이들은 “뼈없는 살코기가 OIE(국제수역사무국)의 기준이 된 이유는 뼈 속의 골수(bone marrow)에서 광우병 전달물질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라며, “뼈(bone)는 안되지만 뼛조각(bone chip)은 된다”든가 또는 “뼛조각이 발견된 상자만 반송한다“는 등의 꼼수를 통해 수입위생조건 완화를 꾀하고 있는 한미 정부를 비난했다.
뼛조각이 들어있는데 어떻게 뼈 안에 들어있는 골수가 없을 수 있으며, 뼛조각이 포함된 도축장의 다른 쇠고기에 골수가 포함되지 않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이러한 ‘말도 안 되는’ 말과 행동을 늘어놓고 있는 한국 정부를 “한미 FTA를 천년왕국으로 믿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국민건강은 어찌되어도 좋다는 광신도들” 혹은 “한 국가의 정부가 아니라 한미FTA라는 종교집단의 우두머리”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들은 “국민의 생명을 거래대상으로 삼는 정부는 더 이상 정부의 자격이 없다”면서 한미FTA 협상을 즉각 중단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