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6차 협상에서 양국간의 중요쟁점사항은 제외하고 합의할 수 있는 내용만을 협의하기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1월 15일 한미FTA 6차 협상 첫날부터 이러한 주장은 완전한 거짓말인 것으로 드러났다. 양국은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은 합의하고 6차 협상 막바지에 이른바 ‘빅딜’을 성사시키겠다는 노골적인 의도를 드러내었다. 또한 한미 양국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의 완화를 통한 미국쇠고기의 조건 없는 수입이 한미 FTA의 절대적인 성사조건으로 판단하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6차 협상기간을 전후하여 미국 쇠고기 수입 조건 완화에 합의할 예정이다.
2. 한미 양국 정부는 겉으로는 서로의 국익을 둘러싼 치열한 갈등을 보이는 것처럼 생색을 냈지만 이미 양국 기업이 최대한의 이익을 낼 수 있는, 국민생활이 직결된 공공서비스부문의 기업 매각을 합의하였다. 통신, EBS를 포함한 공중파 방송 및 케이블방송, 방송광고공사, 항만공사 및 항공공사들의 개방과 우체국의 택배서비스, 우체국보험, 농협 보험, 국책은행 등의 기업매각 또는 정부보조금 배제가 이미 합의되었다. 또한 우리사회의 모든 공공정책이 외국기업의 국제소송의 대상이 되는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 또한 조용히 합의되었다. 이 모든 공공부문 매각은 한미 양국 기업에는 새로운 투자와 이윤의 창출처가 되겠지만 한국 국민에게는 공공요금의 폭등과 노동자들의 대량해고로 되돌아 올 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97년 IMF 경제위기를 통해 이미 경험한 바 있다.
3. 여기에 6차 협상에서 논의되는 빅딜 논의는 우리를 더욱 경악하게 한다. 무역구제는 한국의 특정기업들이 미국의 반덤핑제도 때문에 손해를 보는 부분을 줄여보자는 협상이다. 따라서 이 협상에서 한국의 특정기업들이 설령 이익을 본다 해도 이 이익이 국민들의 보편적 이익은 결코 아니다. 더욱이 이 무역구제협상조차 15개 요구 중 6개로 축소되었고 이마저 미국 측에 의해 거부되었다. 무역구제 대신 빅딜, 즉 거래의 대상이 된 것은 다름 아닌 자동차세제와 의약품이다. 자동차부분의 미국 측 요구는 현재 배기량중심의 세제를 연비중심의 세제로 바꾸어 배기가스배출이 많은 자동차도 세금을 적게 내고 팔겠다는 것이다. 배기량중심 세제는 배기가스를 규제하여 이를 재원으로 하는 조세정책이자 핵심적 환경정책이다. 또한 의약품 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바는 한국 측의 의약품절감정책(포지티브리스트)의 포기이고 의약품특허권의 연장이다. 정부는 이 빅딜이 한국의 자동차기업에는 이익이며 제약기업에도 큰 손해가 아니라는 말만 한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은 한미 양국기업이 아니라 한미 양국의 국민이다. 의약품 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특허권 5년 연장만 수용해도 최소한 한국 국민이 약값으로 지불해야 할 돈은 앞으로 5년간 5조 8천 억 원에서 6조 9천 억 원이다. 4인 가족 당 최소한 약 9만원의 의약품 추가비용을 매년 더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특정기업의 이익을 위해 전국민의 건강과 환경, 조세, 보건정책을 포기하는 것이 이번 한미FTA 6차 협상이고 이것이 바로 정부의 ‘빅딜’ 정책이다.
4. 최근 한미 정부는 FTA와는 상관이 없다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위해 한국정부 스스로가 국제기준보다 강력한 조건이라며 자랑하던 ‘뼈 없는 살코기’ 라는 수입조건을 완화시키려하고 있다. 그러나 뼈 없는 살코기는 정확히 현재의 국제무역사무국(OIE) 규정이다. 왜 뼈 없는 살코기가 OIE 규정이 되었을까? 그것은 뼈 속의 골수 (bone marrow)에서 광우병 전달물질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광우병이 걸린 소 갈비뼈의 골수로 광우병 전염력을 실험한 결과 감염사실이 이미 증명된 바 있다. 그런데 한미 양국정부는 “뼈(bone)는 안되지만 뼈조각(bone chip)은 된다”든가 또는 “뼈조각이 발견된 상자만 반송한다“는 등의 꼼수를 통해 수입위생조건 완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뼈조각이 들어있는데 어떻게 뼈 안에 들어있는 골수가 없을 수 있으며 뼈조각이 포함된 도축장의 다른 쇠고기에 골수가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단 말일까? 우리는 이러한 정부의 말도 안 되는 행동을 보면 한미 FTA를 천년왕국으로 믿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국민건강은 어찌되어도 좋다는 광신도의 행동으로 밖에 볼 수가 없다. 한 국가의 정부가 아니라 한미FTA라는 종교집단의 우두머리 같다는 말이다. 현재의 30개월 미만의 뼈없는 살코기도 결코 안전한 기준이 아니다, 한국은 광우병 발생국가 중 오직 미국에서만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다. 여기에 이 미흡한 수입위생조건을 더욱 완화한다는 것은 정부가 그야말로 최소한의 책임이나 약속도 지키지 않겠다는 정부로서의 자격 포기선언에 다름 아니다.
5. 오늘 3일째 이루어지는 6차 협상장에서 한국 양국 협상대표들이 마치 양국의 이익을 열심히 지키려는 듯이 보이지만 우리는 그들이 지키려는 것이 철저히 한미 양국의 기업들만의 이익이라는 점을 똑똑히 본다. 양국정부의 빅딜은 특정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전체의 보편적 이익과 한국의 사회정책과 맞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따위 협정을 위해 국제기준에 어긋나는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광우병 위험이 큰 미국산 쇠고기의 뼈까지 수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협정이고 누구를 위한 빅딜이란 말인가? 우리는 국민의 건강이 거래와 흥정이 되고 있는 이곳에서 한미FTA 협상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한다. 국민의 생명을 거래대상으로 삼는 정부는 더 이상 정부의 자격이 없음을 노무현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끝)
2007.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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