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1~6차 협상 점검 및 전망‘얻은 건 없고, 내준 것뿐’

  
  한미FTA, 타결되나 안 되나?  
  [1~6차 협상 점검 및 전망]‘얻은 건 없고, 내준 것뿐’  

  2007-01-22 오전 9:03:37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6차 협상을 끝내고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정치권, 재계, 시민사회, 그리고 국민들의 관심은 이제 ‘노무현 대통령이 도대체 왜 한미 FTA를 추진하느냐’에서 ‘양국 정부의 계획대로 협상이 정말 2~3월경 타결될 것인가’로 옮겨 갔다.
  
  ”국민 설득할 카드 하나라도 있나?…협상 타결 안 된다”
  
  지난해 6월에 시작된 1차 협상에서 4차 협상 때까지만 해도 ‘한미 FTA 협상이 정말로 10개월 만에 타결될까’라는 식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한미 FTA 체결에 대한 한미 양국 정상의 의지가 굳건한 데다, 양국 관료사회의 추진력과 재계의 뒷받침도 강력했기 때문이다. 우리 측이 한미 FTA 협상을 개시하는 조건으로 쇠고기 시장 재개방, 스크린쿼터 축소 등 ’4대 선결조건’을 수용해 주기까지 한 이상 협상이 결렬될 이유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에 열린 5차 협상을 전후해서 조심스럽게 ‘협상 타결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11월 초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상하원 장악, 한미 FTA 협상의 개시 조건이었던 ‘미국산 쇠고기 국내 상륙’의 잇단 실패, 그리고 ‘한국 측이 마지노선 격으로 내놓은 무역구제 관련 6가지 요구사항에 대한 미국 측 거부’ 등 협상의 적신호들이 여기저기서 불거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협상이 후반부에 접어들었는데도 우리 측 협상단이 실제 협상에서 ‘한미 FTA에 대한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낼 만한 미국 측 양보’를 단 한 가지도 받아내지 못하면서 이런 전망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우리 국민들을 설득할 카드가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 결국 노무현 대통령이 협상을 그만둘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한미 FTA 반대진영에서도 한미 FTA 저지 운동은 ‘이긴 싸움’이라는 의견을 내놓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일부 보수언론들은 ‘노 대통령이 애초부터 한미 FTA 체결 의지가 없었고, 협상 결렬을 지렛대로 삼아 정권 재창출을 노린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해 왔다. 이런 음모론은 그야말로 ‘설’에 그칠 뿐이지만, 정치권 일각에서 ‘협상이 우리나라에만 불리하게 기울 경우, 노 대통령이 이를 뒤집어엎음으로써 대선에 유리한 국면을 창출해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단, 노무현 대통령의 ‘비장의 카드’로 여겨지고 있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6차 협상 기간 중 사석에서 ‘한미 FTA에 대한 반대가 이제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이런 음모론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아직까지는 낮아 보인다.
  
  ’될 것’을 전제로 시작된 협상, 결국 타결될 것
  
  협상을 가까이서 지켜봐 온 정부 관료들, 청와대 관계자들, 그리고 일부 언론인들의 시각은 이와 다르다. 미 민주당의 상하 양원 장악이라는 미국 쪽 변수와 대선 국면의 본격화라는 한국 쪽 변수로 인해 협상 타결이 ‘정치적으로’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은 일견 타당하지만, 이는 협상이 개시될 때부터 이미 양국 정부의 ‘계산’에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미 FTA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외교통상부와 재정경제부의 ‘통상 독주’가 워낙 강한 데다, 노무현 대통령과 측근들의 의지 역시 굳건해 한미 FTA는 ‘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아직까지는 대세다. 심지어는 한미 양국 정부가 이미 ‘될 것’을 전제로 해서 한국 측이 양보하고 시작한 협상인만큼 우리 측에서는 협상을 중단시킬 가능성조차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비관적인 시각도 있다.
  
  이런 시각은 한미 FTA에 대한 정당한 반대나 문제 제기조차 ‘군사정권 때나 볼 수 있는 독재’라는 비판까지 감수해가며 막고 있는 정부의 태도에 비춰볼 때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정부는 공화국 시민의 합법적인 권리인 ‘집회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왔으며, 한미 FTA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광고에 대한 허가도 내주지 않았다. 심지어 국민의 세금을 수십억씩 써가며 한미 FTA에 대한 반대를 ‘시대착오’나 ‘반미좌파 세력의 음해’로 규정하는 선전물을 내보내 왔다.
  
  나아가 이번 6차 협상 기간 중 <프레시안>과 <한겨레>가 우리 측 협상 대응방향을 담은 정부 비공개 문건을 공개해 정부의 협상 전략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나 방송위원회에서 방송개방 관련 내부문건이 유출된 것을 빌미로, 정부는 ‘한미 FTA에 대해서 더 이상 정보를 제공하기 어렵다’며 한미 FTA에 대한 감시 자체를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협상 타결, 언제 어디서?
  
  현재 가장 그럴싸한 협상 진전 시나리오는 한미 양국 협상단이 오는 2월 11일부터 나흘 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7차 협상에서 대부분의 분과에서 ‘가지치기’를 끝내는 한편 7차 협상 기간과 그 전후로 수차례의 고위급 회담을 열어 무역구제-자동차·의약품 ‘빅딜’ 형태로 핵심 쟁점들을 처리한 뒤, 3월 초나 중순 경 고위급 관계자들만 미국 워싱턴에 모여 협상 종료를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협상마감 시한은 3월 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한미 양국 협상단에 있어 공식 협상을 열 수 있는 기회는 1차례 정도 더 남아 있지만, 이 경우 ‘양국에서 번갈아 협상을 연다’는 한미 양측 간 합의에 따라 협상을 한국에서 열어야 한다. 하지만 미국 측은 양자 간 협정을 자국의 수도인 워싱턴에서 타결하는 ‘전통’을 고수해 왔으며, 한미 FTA에서도 이런 전통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협상 타결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김종훈 우리 측 협상 수석대표, 캐런 바티야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로 구성된 이른바 ’2+2′ 고위급 협상단이 워싱턴에서 협정 타결을 선언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김현종 통성교섭본부장은 ‘미 의회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이유로 한미 FTA 협상의 개시를 미국 워싱턴에 있는 미 의회에서 선언한 바 있다. 한미 FTA에 대한 공청회가 국내에서 최초로 열렸다가 결렬된 직후였다.
  
  앞으로 2달 간 협상은 ‘고위급’과 ‘실무급’으로 나뉜 2트랙 협상과 ‘공식 협상’과 ‘비공식 접촉’이 혼재하는 2중 협상으로 진행될 것이다. 무역구제, 자동차, 의약품, 섬유 등 많은 분과나 작업반들이 이미 고위급 회담의 단계로 진입했고, 농업 등 다른 분과들에서도 고위급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상품무역이나 투자·서비스 등 양국 간 이견이 상대적으로 적은 분과들에서는 실무급 협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6차 협상결과…얻어낸 건 없고, 포기한 것만 많아
  
  6차 협상이 종료된 현재, 그렇다면 우리 측이 각 분과들에서 얻어낸 것은 무엇이고 지켜낸 것은 무엇일까? 아직 협상이 완료된 것은 아니지만 , 1~6차 협상을 돌이켜보는 것만으로도 협상 결과는 ‘참패’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 측이 협상을 통해 얻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분야에서 우리 측이 실질적으로 얻어 낸 것이 없다. 정부가 한미 FTA을 체결해야 할 근거로 내세운 △자동차 등 주요 대미수출품에 대한 관세 철폐를 통한 미국시장 진출 △우리 수출업체들에 대한 미국 측 반덤핑조치 부과 남발을 체계적으로 방지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상품에 대한 협정 적용 등에서 우리 측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런가 하면 우리 측이 ‘협상에서 이것만은 지켜내겠다’고 했던 것도 협상 막바지인 아직까지 얻어내지 못했거나, 우리 측에서 전향적인 자세로 후퇴한 경우가 많다. 가령, 정부는 지난 6차 협상에서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에는 협정을 적용하지 말자는 기존의 요구를 조건부로 철회했으며, 신(新)금융서비스 시장도 ‘각 서비스별로 당국의 허가를 받는다’는 조건으로 개방하기로 했다. 단, 김종훈 대표가 6차 협상 중 “쌀을 지키지 못하면 협상을 그만둘 것”이라고 호언장담까지 한 것으로 보아 미국 측이 쌀은 개방 예외 품목으로 인정해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우리 측이 협상에 대한 꼼꼼한 준비 없이 협상장에 나섰다가 협상이 꼬인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절차)’에 대한 협의다. 우리 측은 협상 초기에 ‘별 생각 없이’ 미국 측 문안을 그대로 수용했다가 <프레시안> 등 국내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자 뒤늦게 우리 측 입장을 일부 변경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미국 측 반응은 ‘택도 없다’는 것이었다.
  
  정부가 현재 드러내놓고 자랑할 수 있는 것이라곤 ‘미국은 다른 나라와 FTA 협상을 할 때는 미국 측 표준안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하지만, 한미 FTA 협상에서는 양국이 각각 협정문을 만들어 이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거나 ‘영문 협정문과 국문 협정문의 효력을 동등하게 인정하기로 했고, 투자자-국가 소송에서도 한국어를 공용어로 인정하기로 미국 측이 합의해줬다’는 것 정도다. 그러나 이는 한미 양국이 서로를 법적으로 동등한 ‘국민국가’로 인정한다면 두 말할 필요조차 없는 내용들이다.
  <정부가 협상에서 ‘얻어내겠다’고 내세운 것→6차 협상 전후 미국 측 입장>
  
  ○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해 우리 자동차업계의 대미수출에 도움을 주겠다”(1~6차 협상 공통)
  
  → “한국 측이 배기량을 기준으로 한 자동차 세제를 폐지하거나 개편할 경우에만 자동차에 대한 관세철폐 이행기간을 앞당기는 것을 고려해 보겠다”
  
  ○ “개성공단산 상품에도 한미 FTA 협정을 적용받도록 하겠다”(1~6차 협상 공통)
  
  → “한미 FTA의 적용대상은 미국과 한국 양국에서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에 한정된다”
  
  ○ “제로잉(zeroing), 최소부과(lesser duty) 원칙 비(非)적용, 산업피해 누적 평가 등 미국이 남발하는 반덤핑 조치를 한국 수출업체에게는 적용하지 않도록 하겠다” (1~4차 협상 기간 공통) →”제로잉 금지와 최소부과 원칙은 WTO(세계무역기구) 도하라운드 협상에서 받아낼 수 있으므로 미국 측에 요구하지 않겠다”(5차 협상 중)→”미국 측 ‘무역구제법의 변경을 요하지 않는 수준에서도’ 산업피해 비누적 평가 등을 받아낼 수 있다”(6차 협상 중)
  
  → “산업피해 비(非)누적 평가를 포함해 무역구제법의 변경을 요하는 한국 측 요구사항은 협정문에 결코 포함시킬 수 없다”
  
  <정부가 협상에서 ‘지키겠다’고 약속한 것→6차 협상 전후 미국 측 입장>
  
  ○ “쌀만은 지켜내겠다”(1~6차 협상 공통)
  
  → “쌀에 대한 한국 측 민감성은 이해하지만, 쌀만 협상대상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1~6차 협상 공통)
  
  ○ “전기, 가스, 수도, 교육, 의료 등 공공서비스 분야는 지켜낼 것이다(1~6차 협상 공통)”→”공공서비스는 가격책정 등 공급과 관련된 것이지 유지·보수(maintenance)에도 공공성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5차 협상 중)
  
  → “전기, 가스, 방송 등을 개방하지 않으려는 한국 측 태도에 대해 우려한다”(5차 협상 중), “기간통신 사업자의 외국인 지분제한(현행 49%)을 완화하라, 방송·통신융합 서비스에 대한 시장도 개방하라”(6차 협상 중)
  
  ○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은 협정에서 제외하겠다”(1~5차 협상 공통)→”산업은행, 기업은행이 수행하는 기능 중 정책금융 관련 제도를 유보안에 넣어주면, 이 두 은행을 국책금융기관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미국 측 요구를 받아들이겠다”(6차 협상 중)
  
  →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국책금융기관으로 보기 어렵고,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한미 FTA의 적용을 받아 미국의 상업은행들과 경쟁해야 한다”(1~6차 협상 공통)
  
  <1~6차 협상 기간 중 한미 양측 간 돌출됐던 이견→이에 대한 양측 입장 정리>
  
  ○ “한국 보건복지부가 도입하려는 ‘건강보험 약값 적정화 방안’은 미국 제약회사를 차별하는 정책이므로 이를 도입하지 말라”(1~2차 협상 중 미국 측 요구)→’건강보험 약값 적정화 방안의 도입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미 제약업계가 차별을 받지 않도록 미국 측 요구사항 16개를 들어 달라”(8월 의약품 관련 싱가포르협상 시 미국 측 요구)
  
  → “약값 적정화 방안을 시행하는 대신 약값을 결정하는 데 있어 미국 제약회사가 체계적으로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미 FTA에서의 양측 간 합의사항을 추후 이 정책에 반영하겠다”(싱가포르 별도협상에서 우리 측 입장)
  
  ○ “뼛조각이 몇 개 나온 것을 문제 삼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가로막으면 한미 FTA를 체결할 수 없다”(5~6차 협상 중 미국 측 문제 제기), “한미 FTA 6차 협상 시 위생검역(SPS) 분과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위생조건 재논의하자”(5차 협상 후 미국 측 주장)
  
  → “한미 FTA와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별개다”(5차 협상 전후 우리 측 입장)→”뼛조각을 뼈라고 볼 수는 없다. 한미 FTA가 아닌 별도의 협의채널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실질적인 시장 개방이 이뤄지도록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위생조건을 다듬으면 된다”(6차 협상 기간 중 우리 측 반응)
  
  ○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1~3차 협상 공통)→”‘투자자-국가 소송제(ISD)에서 수용(exploitation) 관련 분쟁은 기존에 명시된 ‘국제’중재절차’ 대신 ‘국내’구제절차를 받도록 하자, 또 간접수용 예외조항의 예시에 ‘토지 관리·이용(land control & use)’, 일반조세(general taxation), 반독점(anti-trust) 정책을 집어넣자”(4차 협상 중 우리 측 입장 변경)→”‘토지 관리 및 이용’ 대신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을 넣고, 일반 조세도 넣어 달라(경쟁 정책에 대해서는 요구하지 않음)”(6차 협상 중 우리 측 입장 다시 후퇴)
  
  →”한국 측 입장을 고려는 하겠으나 ‘양자 간 투자협정(BIT) 표준안’에서 한 단어라도 바꾸기 힘들다”(5~6차 협상중 미국 측 입장)

      노주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