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아내 약값에 등록금’ 생계형 절도 父子

`아내 약값에 등록금’ 생계형 절도 父子
[연합뉴스 2007-02-28 09:18]  
  
“아내 암 수술, 큰아들 뇌성마비” `등록금 휴학’ 둘째아들과 범행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암으로 투병하는 아내의 약값과 대학 등록금을 마련키 위해 부자(父子)가 함께 건축 폐기물을 훔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28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살고 있는 김모(63)씨는 27일 새벽같이 집을 나서 1t 화물차에 올라 탔다.

4년 전 대장암 진단을 받아 주위의 도움으로 간신히 수술을 받고 병상에 누운 아내 이모(55)씨와 2살 때부터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큰 아들(31)을 집에 남겨둔 채였다.

김씨는 관악구 봉천동의 주택 재건축 현장으로 차를 몰았다.

1997년 사업이 어려워져 점포를 정리한 뒤 10년째 폐품을 모으면서 한 달에 50만원 정도만 손에 쥘 수 있는 터라 건축 폐기물을 가져다 팔면 한 몫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운전석 옆 자리에는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대학을 2년째 휴학 중인 둘째 아들(29)이 아버지의 `일손’을 돕기 위해 앉아 있었다.

김씨 부자는 재건축 현장에 도착, 철제 대문과 창틀 등을 뜯어 화물칸에 싣던 도중 마침 현장에 있던 재건축 조합장 채모(55)씨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화물칸에 실린 건축 폐기물은 고물상에 팔아도 1만원 정도 받을만한 분량이었다.

경찰은 이들이 초범인데다 범행 규모가 크지 않은 점 등을 고려, 신병처리는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경찰에서 “주인 없이 버려진 폐품처럼 생각하고 그냥 가져가도 괜찮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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