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협상 섬유도 후퇴 조짐…한국 요구에 미 “의회 불승인” 거절
보건의료단체 “의약품 개방 국민 부담 10조~12조 증가”
송창석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8차 협상에서 우리 쪽 협상단이 섬유분야 핵심 요구안마저 또다시 후퇴시킬 조짐을 보여, 협정 체결의 경제적 실익에 대한 의구심이 더 커지고 있다. 섬유는 자동차와 함께, 미국과 협정 체결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가 가장 큰 분야로 꼽혀 왔다.
8차 협상 이틀째인 9일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섬유분과 협상단 관계자는 “미국 협상단은 우리의 섬유분야 관세특혜할당(TPL) 요구에 대해 미국 의회의 승인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며 “사실상 관철은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섬유의 관세특혜 할당은 농산품의 저율관세 할당(TRQ)처럼 특정 품목에 대해 일정 물량은 무관세나 저율 관세의 특혜를 주되 초과하는 물량은 고율의 관세를 물리는 교역조절 방식이다. 그는 또 “섬유분야 1598 품목 가운데 85 품목에 대해 원산지 기준 완화를 요구했으나 미국은 지난 2월 7차 협상 때까지 이에 턱없이 모자라는 양허안을 계속 내놨다”며 “이번에는 우리 쪽의 완화 요구 품목수가 7차 때의 대략 절반 정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에 한국 섬유업체의 경영정보를 정기적으로 미국 세관당국에 제출해야 하고, 그 세관당국이 한국 업체의 현장 감사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미국의 2대 핵심 요구는 이미 한국이 원칙적으로 받아들였다.
섬유 고위급협상 대표인 김영학 산업자원부 기간제조산업본부장은 “관세특혜 할당과 관련해 미국 협상단의 입지가 아무리 약하더라도 끝까지 요구할 것”이라면서 “경영정보 제출과 세관당국 감사 요구는 받아들이더라도 상호주의적 적용을 끝까지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두 나라 협상단은 섬유분과를 비롯해 농업·자동차·의약품·투자·서비스 등 열세 분과에서 주요 쟁점을 놓고 협상을 벌였다. 특히 농산물 자동차 시장 개방폭을 둘러싸고 공방이 치열했다고 협상단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편, 환자권리를 위한 환우회 연합모임 등 보건의료 단체들은 이날 오전 협상장인 서울 하얏트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미 에프티에이가 발효되면 이후 5년 동안 의약품 특허기간 연장으로 7조원, 전문의약품의 대중 광고로 1조5천억원, 약제비 적정화 방안 무력화로 3조원 등 추가되는 국민의 부담이 5년 동안 모두 10조~12조원이나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