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한미 FTA는 거대 다국적기업 위한 협정

<신문로>한미 FTA는 거대 다국적기업 위한 협정

한미 FTA는 거대 다국적기업 위한 협정
우 석 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만약 당신의 조카나 아이들이 “뼈를 조각내면 뼈인가요 아닌가요?”라는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당신은 “사과조각이 사과이고 감자 칩도 감자인 것처럼 뼛조각(bone chip)도 뼈란다”하고 설명해야 할 것이다. 아이가 좀 더 설명을 원한다면 전체집합과 부분집합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벤다이어그램을 그려야 할 수도 있다. 간단히 말해 부분의 합이 전체라는 것은 수학의 공리다. 그런데 한미 FTA 협상에서는 이러한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한미 양국이 합의한 쇠고기 수입조건은 ‘뼈 없는 살코기’였다. 그런데 지금 미국이 주장하는 것은 뼈는 안 되지만 뼛조각은 수입하라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뼛조각이 뼈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한미 양국의 수학교과서가 먼저 바뀌어야 할 판이다.

뼈가 문제가 되는 것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실험에서 골수가 광우병 전염성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1999년 웰즈 팀의 보고에 의하면 소의 가슴뼈의 골수로 16마리의 실험쥐 중 6마리가 광우병에 감염되었다(Veterinary Record 1999). 그리고 뼈와 골수는 분리할 방법이 없다. 물론 뼛조각에도 골수는 당연히 붙어있다. 뼈도 뼛조각도 안 된다는 것은 그냥 나온 이야기가 아니라 명백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뼈를 조각내면 뼈인가 아닌가

한국정부는 뼛조각이 나온 상자만 반송하고 나머지는 들여온다는 양보조건을 제시했다. 일견 그럴 듯도 해 보인다. 그러나 광우병은 전염물질 0.001g만으로도 전염된다. 뼛조각이 나온 도축장에서 잡은 소는 엑스레이로 검출되지 않아도 뼛조각이 모두 들어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더욱이 기계톱으로 시간당 수십 마리의 뼈를 분리하는 미국의 도축장에서 무슨 재주로 뼛조각을 밀리그램 단위로 제거할 수 있겠는가?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려면 광우병 발생국가로부터는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 그런데 미국이 이제는 아예 뼈까지 수입하라는 요구를 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한국정부는 미국 쇠고기가 그렇게 위험하다면 왜 미국 사람들은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가라고 말한다. 아주 간단한 이유가 있다. 영국에서 처음 광우병이 문제가 된 것은 1980년대였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10년 뒤였다. 사람에서의 광우병 잠복기간은 최소 10년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된 시기가 2003년이다. 적어도 2013년까지는 지켜보아야 결과를 알 수 있다. 그 때까지는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는 것이 맞다.

뼛조각은 뼈가 아니고 잠복기간도 무시한 채 미국 사람들도 괜찮으니 수입하자고 한다. 한마디로 비상식적, 비과학적 주장이 난무한다. 한국정부는 한미 FTA 반대운동이 ‘한미 FTA 괴담’을 퍼뜨리고 있다지만 내가 보기에 괴담을 퍼뜨리는 것은 다름 아닌 한국정부다.

왜 이런 억지 주장을 하는 것일까? 쇠고기 수입 없이는 한미 FTA 협정이 미국의회의 비준을 못 받기 때문이란다. 이건 또 왜일까? 미국의 거대축산기업인 카길이나 ADM, 타이슨푸드 등이 미 의회 최대의 로비업자들이기 때문이다.

쇠고기 문제뿐일까? 의약품 협상의 결론인 약값 인상이나 특허연장 때문에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돈은 연간 2조원이다. 화이자나 머크같은 거대 다국적 제약회사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한국국민들이 약값 폭등을 감수하라는 것이 한미 FTA다. 이 돈만 있으면 당장 3대 중증질환 즉 암, 중풍, 심장병에 대해 무상의료를 할 수 있다. 기업들이 자동차를 더 팔기위해 세금 4조원을 포기하고 온 국민이 자동차 배기가스를 더 마시자는 것이 한미 FTA 자동차 협상이다. 도대체 정부가 한미 FTA에서의 ‘국익’은 무엇이란 말인가?

한미FTA는 ‘광우병’

이제 막바지에 다다른 한미 FTA 협정의 내용 중 평범한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는 내용은 별로 없다. 한미 FTA는 거대다국적 기업들의 이윤을 위해 평범한 국민들이 생명과 기본적 권리들을 포기하자는 협정이 아닌가. 일부에서 한미 FTA를 광우병이라고 부르는 것은 상징적인 표현도 과장도 아니다. 한미 FTA는 한마디로 광우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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