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의 사회복지, 후퇴 또 후퇴”
공공서비스노조 “차라리 박정희·전두환 때가 나았다”
2007-03-23 오후 5:10:55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법 개정, 국민연금 개혁 등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들이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업종 종사자들로 구성된 공공서비스노조가 23일 “노무현 정부의 복지정책은 전분야에서 날로 후퇴하고 있다”며 총력투쟁을 선포하고 나서 갈등이 예상된다.
”유시민 장관, 복지의 시장화를 양극화 해소책인 양 호도하지 말아라”
간병인 공동대책위원회, 사회보험 징수통합 저지 공동투쟁본부, 공공서비스 시장화 저지 공동대책위원회(준), 민주노총 공공서비스노조 등 노동계는 이날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 말기를 향해 가고 있는 노무현 정권은 모든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공공서비스를 시장화하면서 서민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들은 “특히 노무현 정권의 해결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의 사회복지 정책 후퇴와 시장화 시도를 마치 양극화 해소를 위한 개혁인 양 위장하는 한편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복지정책의 실질적인 책임자인 유시민 장관을 비판했다. (☞ 관련기사 보기 : ‘우리는 유시민의 유연한 진보가 두렵다’)
이들이 “노무현 정부의 사회복지 정책이 전면적으로 후퇴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최근 통과되거나 국회에 계류 중인 의료법, 국민연금 관련법 등의 법안과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비전2030의 내용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소장은 “노무현 정부는 국민의 83%가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이 요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추진하고 있는 FTA가 바로 사회 공공성 후퇴 정책들”이라고 비판했다.
”의료급여·의료법 개정안, 거대 병원만 좋아라한다”
▲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법 개정, 국민연금 개혁 등과 관련해 노동계가 23일 “노무현 정부의 복지정책은 전분야에서 날로 후퇴하고 있다”며 총력투쟁을 선포하고 나서 갈등이 예상된다.ⓒ공공서비스노조
’의료급여 수급권자에게 의료비의 일부를 본인이 부담하게 하고 특정 병원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며 별도의 의료급여 카드를 발급하게 하는’ 의료급여법의 경우 국가인권위원회마저 반대했지만 보건복지부는 이를 밀어붙였다.
의료급여 공동대책위원회의 최은숙 씨는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이 법은 의료급여 재정 적자 때문에 추진된 것”이라며 “재정 적자에는 사용자측의 문제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있는데 정부는 비겁하게도 오로지 그 책임을 수급자에게만 전가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료법 개정도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3일 입법예고한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 이들은 “‘병원경영지원회사’ 설립을 허용해 의료기관의 영리성 부대사업을 대폭 확대하고 의료기관의 환자에 대한 유인 알선을 통한 환자유치행위를 허용하고 있다”며 “게다가 민간보험회사와의 가격계약을 허용해 공보험인 의료보험을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 관련기사 보기 : 이번엔 ‘의료법 대란’…의사들 ‘반발’ 속내는? )
우석균 소장은 “한 마디로 병원을 주식회사로 만들어 병원만 살리고 환자는 죽이는 법”이라며 “한미 FTA를 거대 다국적 기업과 재벌만 찬성하듯 의료법도 삼성병원으로 대표되는 거대 병원과 삼성생명으로 대표되는 거대 보험사만 찬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겁하게 정부돈은 안 들이고 재정적자 해결하겠다고?”
국민연금 개혁방안과 정부가 내놓은 ‘비전2030 전략’도 도마 위에 올랐다. ‘더 내고 덜 받자’는 취지의 국민연금 관련법은 지난해 정기국회 상임위를 통과해 본회의 통과만 앞두고 있다.
조계문 공공노조 사회연대연금지부장은 “오로지 재정안정화 측면만 강조한 이 법은 광범위한 사각지대의 해소책은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석균 소장도 “75세 이상에게 매달 8만 원을 지급한다는 노령연금법은 ‘노령용돈법’이다”라며 “재정고갈 문제를 정부돈은 하나도 안 들이고 해결하겠다는 것이 국민연금 개혁의 실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관련기사 보기 :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 7부능선 넘어)
사회복지, 보건의료, 교육, 문화, 안전 등 사회서비스 분야의 부족 인력을 메움으로써 동시에 80만 일자리 창출 효과를 보겠다는 ‘비전2030 전략’과 관련해서도 이들은 “정부가 나서서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를 확산하겠다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보육교사, 가사간병 도우미, 중증장애인 활동 도우미 등 공공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호성희 사회진보연대 여성위원장은 “해당 업종 종사자들이 하는 업무는 정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임에도 이것을 시장으로 내몰아 가이드라인을 최저로 만들겠다는 것이 비전 2030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최근의 일련의 흐름들로 인해 공공서비스노조의 한 관계자는 “복지정책은 오히려 박정희, 전두환 정권 때가 더 나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날 “정부의 이같은 사회복지 후퇴와 공공서비스 시장화 정책에 대해 손 놓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공서비스노조를 비롯한 이들 단체들은 오는 4월 7일 ‘공공서비스 노동자 행동의 날’을 갖고 5월 초 다시 한 번 2차 행동의 날을 열어 총력 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여정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