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거짓말을 멈추라..’약가 폭등 불가피’ 주장
보건의료단체연합, “협상 중단만이 유일한 선택”
라은영 기자 hallola@jinbo.net / 2007년03월30일 13시59분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보건의료단체연합)은 30일 성명을 내고 “노무현 정부는 한미 FTA 의약품 협상에 대해 거짓말을 멈추고 협상을 당장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의 해명 자료를 반박하며, “약값 폭등은 불가피 하다”는 주장을 재차 강조했다.
거짓말과 은폐로 가득찬 보건복지부 해명자료
지난 29일 보건복지부는 보도해명을 통해 ‘한미 FTA 의약품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가 상당부분 철회되어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허관련 분야는 현행규정에서 바꿀 것이 없고 독립적인 이의제기기구도 약제비 상승은 없을 것이며 시민단체가 발표한 연간 2조원의 국민추가부담액이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해명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아무리 타결이 급하다고 해도 이러한 아무런 근거 없는 거짓말을 하는 것은 정부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라며 “미국이 자신의 요구를 ‘상당부분 철회하였다’는 근거를 우리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물가변동에 따른 약가조정과 복제의약품의 경제성평가 실시와 같은 협상용 요구이외에 미국의 요구사항이 변화한 바는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그 외 미국정부가 다른 요구들 중 하나라도 철회한 바가 있는가”를 반문했다.
나아가 29일의 해명자료에 포함 된 ‘특허(=지적재산권)관련 규정은 현행대로 유지’한다고 하면서 ‘지적재산권 강화가 한국 제약산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힌 내용에 대해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아무리 한미 FTA 체결에 눈이 멀었다 할지라도 정부의 ‘공식’ 해명은 최소한의 논리적 근거를 갖추어야 하며 최소한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며, “현재 한국의 보건복지부는 한미 FTA 협정을 앞에 두고 완전히 혼란 상태에 빠져 판단 마비 상태에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한미FTA 협상 체결시 약제비적정화 방안은 휴짓조각 된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현재까지 한미 양국정부가 합의한 내용 중 미국의 이른바 ‘16가지 요구안’을 포함한 미국의 약 20가지 요구사항 중 2-3개 요구를 제외한 모든 요구안이 미국측의 요구대로 다 수용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아직까지 미해결로 알려진 2가지 요구 중 특허기간을 2년 6개월 연장시켜 연간 5천억원 정도의 의약품 추가비용부담을 발생시키는 식약청-특허청 연계(linkage)조치는 이미 수용되었다고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미 받아들인 내용만으로도 거의 무력화된 한국정부의 약제비적정화 방안을 완전히 무력화시킬 ‘선진7개국 최저약가 제도 도입’도 아직 거래의 대상으로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문제 없다’ 하지만 ‘문제 너무 많다’
정부는 ‘의약품/의료기기위원회 설치’와 ‘독립적인 이의제기구설치’에 대해 ‘이의제기기구가 최종심(not final decision)이 아니어서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삼심제인 한국의 사법제도에서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할 뿐”이라고 비유하며, “독립적 이의제기기구에서 최종결정을 내리지 않는다고 해서 최종심이라는 내용은 변화하지 않는다”고 강조, “독립적 이의제기기구만으로 약가적정화방안은 태반이 무력화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약품위원회의 경우, 미호주FTA에서는 양국 간 접촉라인이 상호 실무그룹(working group)만 규정된 것에 비해 한미 FTA에서는 ‘의약품 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 위원회는 한미 양국정부가 FTA 이행사항을 모니터링하고 이 이행을 확인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는 사실상 복지부의 모든 결정구조를 넘어서는 구조가 새로 생기는 것”이라며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물론 복지부의 모든 정책이 미국정부와 제약회사의 간섭을 상시적으로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한국은 1999년 당시 통상 산업부장관 이었던 한덕수 총리지명자가 도입한 ‘선진 7개국 평균약값 제도 도입’과 2002년 이태복장관의 사임을 불러온 약가제도 개혁 좌절 등 미국의 요구가 그대로 관철된 경험을 이미 가지고 있다며 위원회가 없는 상황에서도 미국 측은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해 왔음을 지적했다.
나아가 ‘제약회사 홈페이지를 통한 의약품 정보제공’의 경우, 미호주FTA의 경우 제약회사 홈페이지의 링크 페이지의 광고를 허용하는 내용이었다. 이 내용이 한국에 적용될 경우 사실상 전문의약품의 인터넷 대중광고 허용과 동일한 효과를 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유사의약품 자료독점권’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는 최소한 개량신약의 출시를 늦추어 국민의 의약품비용 부담을 크게 늘리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사실상 개량신약의 출시를 5년간 지연시킬 수 있는 조치라는 것이다.
아울러 “유사의약품의 정의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유사의약품 자료독점권을 인정한 것은 두고두고 분쟁의 여지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호주FTA 보다 후퇴된 합의 내용들
한국정부는 ‘미호주FTA의 예에 따라’ “식약청-특허청 연계를 복제의약품 시판의 중단 없이 특허청이 식약청에만 통보하는 절차”라고 설명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미호주FTA는 불행히도 정부의 설명과 달리 다국적 제약회사가 문제제기를 할 경우 복제의약품의 판매허가를 중단한다고 규정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 결과, 특허소송이 끝나야 복제의약품이 생산되고 이 소송기간인 평균 2년 6개월 동안 값싼 복제의약품 판매가 지연되게 된다.
시민사회단체의 ‘마지노선’이었던 지적재산권협상의 비위반제소도 한국정부가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비위반제소가 도입되더라도 큰 피해가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고 그 근거로 WTO의 예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보건의료단체연합은 “WTO와 FTA에서 비위반제소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정부 주장을 일축했다. WTO의 비위반제소 규정과 달리 미국식 FTA의 비위반제소는 ‘보상’만이 아닌 ‘정책과 제도의 포기’까지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의약품 특허를 근거로 비위반제소를 할 수 있는 다국적 제약회사는 ‘자신의 기대이익이 침해될 때’에는 비위반제소를 통해 한국의 정책과 제도를 거부하고 제도를 철회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된다”며 정부의 안일한 해명과 인식에 일침을 놓았다.
피해, 부풀린게 아니라 더 커질수도 있다
정부는 시민단체가 한미 의약품협상의 피해규모를 과다하게 부풀린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산하조직인 심사평가원에서 조차 작년 12월 ‘한미 FTA의 영향으로 약제비 적정화방안대로 약제비를 건강보험재정의 24%로 줄이지 못하고 현행 29%를 유지한다면 2011년 한해에만 2조983억원의 재정이 추가 소요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이 연구 내용에는 특허연장, 자료독점권에 따른 사실상의 특허연장으로 인한 피해를 별도로 계산하여 이를 추가부담으로 제시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 결과는 시민단체가 한미 FTA 체결시 연 2조원의 국민추가부담액이 발생한다고 밝힌 연구결과와 유사하며 오히려 더 큰 피해액수를 제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나아가 “한국정부는 작년 12월에 나온 이 결과를 지금껏 숨겨오면서 아무런 근거제시도 없이 한미 FTA의 약제비에 대한 영향은 미미하다는 주장을 되풀이 한 것”이라고 정부의 고의적 은폐 기도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