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앙 국제수역사무소 지적 파문일 듯… “미국 사료정책 감염차단 불가”

미국, 광우병 통제국 판정나도
광우병 위험 사라지지 않는다
[단독] 국제수역사무소 지적 파문일 듯… “미국 사료정책 감염차단 불가”

한 국 정부가 5월로 예정된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에서 미국이 ‘광우병 통제가능 국가’로 판정받는 것을 전제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전면 개방을 미측에 사실상 약속한 가운데, 5월 판정의 근거가 되는 OIE 예비판정에서 광우병 통제국가 판정 여부와는 별개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은 여전한 것으로 지적된 사실이 확인돼 파문이 예상된다.

최근 국제수역사무국(OIE) 과학위원회는 광우병 관리실태에 대한 국가별 코멘트에서 미국에 대해 “감염력을 가질 가능성이 있는 원료를 동물용 사료로 이용하는 한 교차오염의 가능성이 있으며, 동물용 사료로부터 SRM(광우병 위험부문)을 제거하는 것을 주의깊게 검토할 것을 조언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감염 위험 여전

이 는 미국에선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특정위험물질(SRM)을 소가 먹는 사료의 원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그만두지 않는 한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에 감염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OIE 과학위원회는 미국을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는 국가’로 예비판정하면서 이 같이 지적했다.

OIE 과학위원회의 이 같은 판정과 지적은 상호 모순된 것처럼 보이는데,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는 국가’라는 예비판정만으로는 광우병의 감염 위험을 불식시킬 수 없다는 것을 OIE가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OIE의 예비판정으로 미국산 소의 광우병 위험성이 해소된 것처럼 몰아가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본농림수산성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OIE 과학위원회의 미국 광우병 수준(BSE Status) 평가안’에 따르면, OIE 과학위원회는 지난해 11월 14일부터 16일까지 실시한 검토 결과를 토대로 미국을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는 국가’로 예비 판정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OIE 과학위원회의 국가별 코멘트다. OIE 과학위원회는 미국산 소의 광우병 안정성에 대해 이렇게 밝히고 있다.

“감염력을 가질 가능성이 있는 원료를 동물용 사료로 이용하는 한 교차오염의 가능성이 있으며, 동물용 사료로부터 SRM(광우병 위험부문)을 제거하는 것을 주의깊게 검토할 것을 조언한다. 또, 2006년의 사료 규제 조건의 관리와 사찰의 상황, 서베일런스(Survey Lance : 미측 관리 기준에 따른 실사 결과)의 데이터에 대해 보고를 요구한다”

                  
  ▲ 일본 농림수산성이 공개한 국제수역사무국의 국가별 평가 중 미국 부분

OIE가 미국산 소의 광우병 위험성 인정한 것

이와 관련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OIE의 모순된 태도는 OIE의 의사결정이 정치적인 고려에 따라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OIE가 미국산 소에 광우병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한미FTA위원회 송기호 변호사는 “OIE 과학위원회의 코멘트는 광우병 관리에 대한 국가별 지적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OIE 총회에서 정식으로 보고된다”면서 “광우병에 대한 국가별 관리등급을 정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OIE 총회는 5월말로 예정되어 있다. 미국은 5월 총회에서 자국이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는 국가’로 정식 판정받을 것을 전제로 뼈가 섞인 부위를 포함한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개방을 우리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얼마 전 부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국제수역사무국의 권고를 존중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방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노 대통령 “OIE 권고 존중 합리적인 수준에서 개방”

5월 총회에서 OIE가 미국이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는 국가’로 정식 판정되면 광우병 위험성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우리 식탁에 오르도록 사실상 예정되어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6일 정례브리핑에서 “OIE 권고 사항을 나라에 따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를 거부하려면 증거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는 검역당국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답변했다.

송 기호 변호사는 “세계무역기구(WTO) 위생검역 협정은 ‘OIE 기준을 이유로 회원국이 자국민의 건강과 생명의 적정 보호 수준을 변경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5월 OIE가 미국을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판정하면 현행 수입위생조건(뼈 제외한 살코기만)을 바꿔야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현 사료금지정책 아래선 광우병 감염 차단 불가

                  
  ▲ 분뇨위에서 뒹굴고 있는 미국 농장의 소떼 (사진위)와 기계톱을 사용하기 때문에 살코기에 뼛조각이 섞일 수 밖에 없는 분류 현장 (사진아래) (사진=KBS)

한편 미국산 소의 사료에서 특정위험물질(SRM)을 빼면 광우병 감염 위험을 없앨 수 있다는 논리도 제기되지만 미국이 현재 채택하고 있는 사료금지정책 아래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지적된다. 우석균 실장이 지난해 발표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97년부터 되새김동물에 대한 동물사료금지 조치(ruminant to ruminant feed ban)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영국에서 88년 7월부터 90년 9월까지 시행했다가 계속 광우병 소가 발생해 실패한 정책으로 확인된 것이다(27,000 두의 소에서 광우병 발생). 이는 교차오염(cross contamination) 때문이다.

되새김 동물에게는 동물사료를 금지하고 다른 포유류(돼지)나 가금류(닭 등)에게는 되새김동물로 만든 사료를 공급하는 정책을 취할 경우 사료 제작 공정에서 사료가 섞이는 것을 방지하지 힘들다.

또 농장에서 실수나 고의로 사료가 뒤바뀌거나 섞이는 일을 방지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농장에서는 돼지나 가금류용 사료가 더 싸기 때문에 소에게 동물 사료를 고의로 주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책의 이와 같은 문제점 때문에 미국 식약청은 더 강화된 동물사료금지 규정(FDA Docket N0. 2002N-0273)을 도입하려 하고 있으나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이 새로 도입되더라도 광우병의 전파를 막기에는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석균 실장은 “영국은 이보다 강력한 조치, 즉 뇌와 척수 뿐 아니라 SRM을 포함하는 모든 동물성 사료에 대해 금지 조치를 내렸는데도 90년 9월부터 96년 3월까지 16,000두 이상의 소가 광우병에 감염된 것이 확인됐다”면서 “미국의 경우 30개월 이상의 소에서만, 그것도 SRM 전체가 아니라 뇌와 척수만 제거하는 등 영국보다 훨씬 미흡한 조치이기 때문에 이 조치가 시행된다고 해도 광우병 전파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정위험물질(SRM) 관리 실태도 엉망

정책적 한계 뿐만이 아니다. 그나마의 금지정책을 뒷받침할 관리시스템도 엉망이다.

2005 년 2월 25일 공개된 미 의회 회계감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 식약청은 동물사료금지조치를 준수해야 할 업체 수가 몇 개인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또 동물성사료금지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힌 14,800개 축산 농장 중 2,800개가 지난 99년 이후 한 번도 준수여부를 검사 받지 않았다.

같은 해 8월 12일 미 식품안전청은 미국 내 6,000개 작업장에서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인 1,036건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2월 발표된 미 농무부 감사관 보고서는 미국 내 도축장에서 SRM에 대한 제거와 관리가 부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04년 6월에서 05년 4월까지 감사 대상 도축장 12개소 가운데 2개소에서 29마리의 주저앉는 소(광우병의 주 증상은 소가 주저앉는 것임)를 식육처리 했으며, 이 중 20마리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보고했다. 결국 현재의 관리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는 한 미국 내 SRM에 대한 적절한 관리는 불가능한 상태라는 지적이다.

* 이 기사는 일본의 한 언론인이 <레디앙>에 제보성 기사를 보내온 것을 토대로 보강 취재를 거쳐 작성된 것입니다.

이 언론인은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관련돼서 한국의 언론 보도 중에 직접 OIE 평가안을 확인한 기사가 없었기 때문”에 제보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미국의 광우병 통제국가 판정 전망과 관련된 국내 언론 보도에 대해 “뉴스의 소스가 거의 USTR와 한국 농림부 관계자”라는 문제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 언론인은 또 OIE 평가안 전문이 한국에서 공개되지 않았다면 정부는 은폐 의혹을 받을 수도 있을만한 내용이라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개진했습니다. 그는 또 “(이런 문제를)직접 확인하지 않았던 한국 언론들의 책임도 크기 때문에, 미국산 정말로 안전한지 냉정하게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제보를 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2007년 04월 06일 (금) 13:40:20         정제혁 기자 jhjung@redia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