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 아니라 ‘장애 차별 철폐의 날’
420 맞아 국회, 서울역 등 곳곳 장애인 투쟁
조수빈 기자 / 2007년04월20일 16시05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갖가지 정부행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와 별도로 장애인당사자 및 인권사회단체들은 ‘장애인의 날’은 축하와 격려의 날이 아니라 ‘장애 차별 철폐의 날’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투쟁들을 국회, 서울역 광장 등 곳곳에서 진행했다.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장애차별이 없는 날’
‘장애인의 날’은 1981년 유엔이 정한 세계 장애인의 해를 기념해 4월 20일로 정해졌다. 이후 매년 4월 20일이면 정부와 관변단체에서 주최하는 장애인의 날 행사가 진행된다. 그러나 실제 장애인들은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장애차별이 없는 날’”이라고 말한다.
이날 어김없이 진행된 ‘장애인의 날’ 정부 기념행사장에는 장애인들의 실질적 장애 차별 해소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활동보조인서비스제도화를위한공동투쟁단 등 활동가들은 제27회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활동보조서비스 대상·연령 제한 폐지, 제공시간 확대’를 요구하며 기습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이날 집회에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왜 활동보조서비스 약속을 어겼는지 밝히라”며 “유시민 장관은 지난 2월 활동보조서비스 최대 월 180시간 보장, 대상제한 폐지 등을 담겠다고 약속했으면서 공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약속을 어겼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습집회에 참가한 활동가들은 ‘활동보조서비스 대상 연령 제한 폐지, 제공시간 확대’ 등 약속을 이행하라며 지난 11일부터 일산에 위치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자택 앞에서 천막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석한 이날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장에는 “장애인 일자리 확충에 주력하겠다”, “장애아동에 대해 2010년부터 유치원과 고등학교에서도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구체적 정책 없는 공허한 약속들이 속출했다.
그러나 기습시위 참가자들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날 수 없었다.
‘장애인의 날’, 정치권 기민하게 대응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도 기민하게 반응했다. 각 당은 논평 등을 통해 계류 중인 장애인 관련 법안들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간략하게 밝혔으나, 구체적 실행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장애인과 함께 오늘 뜻을 기리기 위해서 우선 수화로 하겠다”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를 수화로 한 뒤, “장애인의 실질적 교육권을 보장하고, 평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도록 국회에 계류 중인 장애인 교육지원법을 4월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안경률 한나라당 사무부총장은 “47개 공공기관의 평균 장애인고용률이 1.87%로 의무고용률에도 미달한다”며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을 현행 2%의 배로 올린 4%로 하는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도 “4월 국회에서는 장애인교육지원법 등 여러 가지 법안들을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양형일 통합신당추진모임 대변인은 “장애인의 날을 맞아 시혜나 동정 차원이 아닌 자활과 재활을 위한 장애인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대한민국이 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서울역 광장까지 곳곳에 울려라! 장애 차별 철폐!
한편 장애인단체들은 4월 임시국회 기간 내 장애인 관련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정부 규탄 기습시위, 투쟁결의대회 등 4월 활동의 연장선에서 420의 본의미를 알릴 수 있는 투쟁들을 진행했다. 이러한 활동은 국회에서 거리, 기념행사장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벌어졌다.
첫 시작은 국회, 지난 3월 26일부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와 국회 3당 의원 78명은 오전 9시 30분, 장애인교육지원법안의 4월 임시국회 제정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장애인교육권연대는 “지난 2006년 5월, 국회의원 229명의 이름으로 공동발의 됐지만 지난 1년여의 시간 동안 국회에서 단 한 차례도 심의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장애인교육지원법안에 대한 정부의 대응 입법안 역시 예상보다 7개월이나 늦게 제출됐다”고 비판했다.
장애아동 부모, 특수교사, 장애인당사자, 예비특수교사 등 장애인 교육 주체들이 함께 마련한 ‘장애인의교육지원에관한법률(장애인교육지원법)’은 지난해 5월 8일 국회의원 229명의 공동발의로 국회에 발의된 바 있다.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는 장애인교육지원법 4월을 안 넘긴다는 각오로 인권위 단식농성을 진행해온 것.
교육권연대는 “국가인권위원회 단식 농성 24일째인 지난 18일, 각 당 원내대표실을 항의방문 해, 장애인교육지원법안 4월 중 처리를 약속받았다”며 덧붙이며, 장애인교육지원법안의 4월 중 처리를 기대했다.
이후 오후 2시부터 권철현, 나경원, 정화원 한나라당 의원과 장향숙 열린우리당 의원 등이 진행하는 제1회 ‘대한민국 장애인어린이 국회’가 열렸다. 첫 장애어린이 국회 본회의에는 인천성동학교 주민지 양의 ‘장애학생 교통카드 지원 관련법’, 청주혜화학교 이명훈 군의 ‘어린이 안전교육 프로그램 방영 의무화에 관한 법률안’ 등 장애 어린이 차별 해소를 위한 법안 15건이 상정, 처리됐다.
같은 시각 서울역 광장에서는 장애인당사자 및 인권사회단체로 구성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420공동투쟁단)이 주최하는 ‘420장애인 차별철폐 투쟁 결의대회’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