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브라질이 4일 자국 내에서 사용되는 에이즈 치료제에 대한 특허권을 무효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이날 미국 제약회사 머크(Merck)사의 에이즈 치료제인 에파비렌즈에 대한 특허를 파기하고 강제면허를 받도록 하는 조치에 서명했다.
룰라 대통령은 “머크사는 태국 등 다른 국가에서 1개당 0.6달러에 판매하는 에파비렌즈를 브라질에서는 1.6달러에 팔아왔다”면서 “에파비렌즈 뿐 아니라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다른 에이즈 치료제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머크사에 대해 가격 인하 압력을 가했으며, 머크사는 30%의 가격 인하를 제시했으나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크사는 브라질에 대해 7만5천명분에 해당하는 에파비렌즈를 판매해 연간 4천300만달러의 수입을 올려왔다.
브라질 정부는 에파비렌즈를 대신해 보다 저렴한 에이즈 치료제를 수입하거나 자체생산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조제 고메스 템포랑 브라질 보건부 장관은 지난주 “머크사가 브라질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특허를 파기하고 인도 등으로부터 유사 에이즈 치료제를 수입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인도로부터 유사 치료제를 수입할 경우 1개당 가격이 0.45달러 선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브라질 정부로서는 에이즈 치료제 수입예산을 연간 3천만달러 정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한편 머크사는 브라질 정부의 조치에 반발해 세계무역기구(WTO) 및 국제중재기구에 제소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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