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韓·EU FTA협상 첫날, ‘짝퉁 단속’ 지재권 공세

韓·EU FTA협상 첫날, ‘짝퉁 단속’ 지재권 공세
  
한국과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 1차 공식 협상이 7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막을 올렸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7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1차 협상이 개막된 가운데 김한수 통상교섭본부 FTA 추진단장(왼쪽)과 이그나시아 가르시아 베르세로 EU 집행위 통상총국 동아시아 담당국장이 악수하고 있다. /정지윤기자  

양국은 이날 오후 2시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상품, 서비스·투자, 총칙 및 분쟁절차, 통관 및 무역 원활화, 위생검역, 기술장벽, 지적재산권, 경쟁, 정부조달 분야에 걸쳐 각종 관세 및 비관세장벽을 허물기 위한 닷새간의 힘겨루기에 돌입했다.

김한수 수석대표 등 우리측 협상단과 이그나시아 가르시아 베르세로 수석대표 등 EU측 협상단은 이날 상품관세 개방 수준을 담은 양허표 등 협정문 초안을 오는 7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2차협상 전에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양국은 그동안 다른 나라와의 FTA나 다자간 협상인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아젠다(DDA)에서 다뤄진 모델에 기초한 비공식적 협정문 양식을 토대로 협상을 벌였다.

서울 신라호텔에서 7일 한·유럽연합(EU) 1차협상이 개막된 가운데 김한수 통상교섭본부 FTA 추진단장(왼쪽)과 이그나시아 가르시아 베르세로 EU 집행위 통상총국 동아시아 담당국장이 악수하고 있다. /정지윤기자  
EU는 첫날 협상에서 특히 금융, 법률, 통신, 특송, 회계 등 서비스 시장 개방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가솔린 차량에 대한 미국식 배출가스자기진단장치(OBD) 의무화 규정과 자동차 안전 기준의 차이 등 비관세 장벽을 자국에 유리하도록 완화해달라는 요구도 EU의 주된 관심사항인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루이뷔통, 롤렉스 등 명품 브랜드의 모방 제품인 이른바 ‘짝퉁’에 대한 단속 강화 등 지적재산권 보호 수준의 제고를 요구하는 등 고가 화장품·의류의 국내 공습을 예고했다.

EU는 또 보르도 와인, 스카치 위스키 등 지리적 명칭을 가진 상품에 대한 지재권인 지리적 표시(GI)와 산업 디자인 보호조치를 강도높게 요구했다.

하지만 EU가 우리측에 제시한 서비스·투자 개방안은 전반적으로 우리측 기대보다 보수적인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 협상단은 자동차, 영상기기 등 주력 수출품의 조기 관세 철폐와 건축사, 간호사, 수의사 등 전문직 자격증 상호인정(MRA) 및 개성공단 원산지 특례인정 등을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한편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소속단체를 중심으로 한·EU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준비위원회를 긴급 결성하고 “EU가 WTO에서 요구했던 것처럼 상하수도를 비롯해 정보통신, 금융, 해운, 에너지 서비스 등 광범위한 공공 서비스 개방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사회공공성 침해가 우려된다”며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한·미 FTA 때와 마찬가지로 협상에 따른 국내 영향 평가와 국민적 공론화 과정없이 협상을 졸속 강행하고 있다”며 “한·EU FTA는 한·미 FTA로 인한 치명적 피해인 한국 경제·산업 기반의 붕괴, 공공영역의 극심한 파괴, 사회 양극화 심화를 몇배 더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