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태국정부 “특허약품값 대폭 내려야 특허파기 철회”

태국 정부 “특허약품값 대폭 내려야 특허파기 철회”

(방콕=연합뉴스) 전성옥 특파원 = 태국 정부는 외국 제약사의 에이즈 치료제 등 의약품 가격을 복제약 수준 이하로 내려야 특허파기를 철회할 방침이라고 태국 현지언론이 15일 보도했다.

몽콜 나 송클라 태국 보건부 장관은 이날 “제약사들이 약품 가격을 복제약 수준 이하로 내릴 경우 우리 정부는 ‘강제면허’(compulsory licence) 발급을 철회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보건기구(WHO) 회의에 참석 중이며, 태국 언론과 전화를 통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몽콜 장관은 그동안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에 따른 강제면허 발급은 자국의 권리라고 주장해왔다. WTO는 지난 2001년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과 같은 질병이 만연한 국가는 지적재산권 보호에 관한 국제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합의, 특허 보유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의약품을 생산 또는 판매할 수 있도록 강제면허 발급 규정을 신설했다.

앞서 14일 방콕에서 열린 태국정부와 미국 제약업체 애보트 사의 HIV/에이즈 치료제 가격 협상은 결렬된 것으로 확인됐다.

태국 보건부 관계자는 애보트 사가 에이즈 환자 1명이 1년 동안 복용할 분량의 자사제품 칼레트라와 알루비아를 1천 달러 이하로 공급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알루비아는 칼레트라보다 열에 강해 냉장보관할 필요가 없도록 만든 알약 형태의 제품이다.

인도 제약사인 매트릭스 사는 최근 1년치 분량의 알루비아 복제약을 695 달러에 판매하겠다고 태국정부에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협상 책임자인 태국정부의 시리왓 티파라돌은 “애보트 사에 가격을 더 낮추어 줄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다음달 1일 열릴 다음 협상 때 다시 가격인하를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태국 보건부는 지난 1월 애보트 사의 칼레트라, 프랑스 사노피-아벤티스 사와 미국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 사가 공동으로 특허를 보유한 심장질환 치료제 플라빅스 등 2개 의약품에 대해 일방적인 특허 파기를 선언하고 강제면허를 발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