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의 ‘국민건강 공격’ 막아내세요”
미국 ‘무역과 건강정책 연구센터’ 공동대표 엘런 셰퍼
정세라 기자 김종수 기자
미국 ‘무역과 건강정책 연구센터’ 공동대표 엘런 셰퍼
저소득층 위기…미 분위기도 변화
한국 국회·시민단체 목소리 내야
“정부의 보건 정책이 기업의 마구잡이 소송에 휘둘리면 어떻게 될까요? 최근 미국도 기업의 특권을 줄여 국민 건강을 보호하자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이런 흐름에 역행합니다.”
미국 ‘무역과 건강 정책연구센터’의 엘런 셰퍼 공동대표는 4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자유무역협정 전문가 초청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셰퍼는 이날 행사와 3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한국의 공중보건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도록 국회와 시민사회가 나서라고 권고했다. 셰퍼가 속한 연구센터는 미국의 비영리 민간연구소로 1995년 국제무역기구(WTO) 출범을 전후해 자유무역과 공중보건 관련 논쟁을 주도했다.
셰퍼는 “미국의 공공 의료보험은 이미 무너져서, 실업자 등 저소득층 4500만명이 보험없이 고통받고 있다”며 “자유무역협정은 한국의 건강보험 시스템도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캐나다의 국가 의료 보장 시스템을 흔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셰퍼는 “미국도 분위기가 바뀌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해 미국의 저소득층마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셰퍼는 “한-미 보건의료 관련 협정문은 미-호주 협정에 비해서도 기업의 입김이 너무 세다”며 “미국 ‘신통상정책’과도 어긋나는 만큼, 한국 여론이 이를 공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협정문대로 가면, 약값은 비싸지고 건강보험은 흔들리며, 담배나 술에 대한 정부의 통제 정책은 후퇴한다는 것이다.
셰퍼는 한국 국회와 시민단체의 노력을 주문했다. 그는 “미국 무역자문위원회에서 식품·제약·담배 관련 기업 대변인은 42명인데 공중보건 대변자는 한 명도 없었다가, 최근 부시 정부가 여론 압력으로 4명을 반영했다”면서 “한국도 국회와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높일 때”라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김태홍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이 함께 준비했으며, 보건복지위는 자유무역협정 관련 특별 청문회를 논의하고 있다.
글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사진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기사등록 : 2007-06-04 오후 06:2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