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한미FTA 추가협상 어떻게 되나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7-06-16 20:10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김종수 기자 = 뜸을 들이던 미국이 마침내 16일 우리 측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추가협상 보따리를 펼쳤다.
예상했던대로 노동과 환경분야가 양대 골자를 이루는 가운데 미국측은 투자와 의약품, 정부조달 등 모두 7가지 분야에서 추가협상을 제안했다.
이 가운데는 자국 투자자에 비해 외국인 투자자를 더 보호하지 않는다는 등의 선언적 규정도 들어있지만 노동,환경분야의 일반분쟁해결 절차 적용 등 협상 절차와 내용이 모두 거북스러운 대목도 포함돼있다.
우리측은 미국의 추가협상 요구를 수락하면서 우리측의 역제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지는 아직 검토중인 단계다.
◇ 추가협상 범위는 일단 예상했던 수준
미국측은 이날 우리측에 오래전부터 점쳐져왔던 노동과 환경분야를 비롯, 의약품,정부조달,항만안전,투자,근로자 훈련지원 등 모두 7개 분야에서 추가협의를 제안했다. 우리측이 “이익균형의 유지를 위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던 자동차,농산물 분야 등은 미국의 제안에서 제외됐다.
이는 재협상 또는 추가협상 가능성이 제기됐던 무렵, 노동.환경분야에 그칠 것이라던 낙관적 범위는 넘는 것이나 지난달 하순 미국 정부와 의회가 ‘신통상정책’을 합의한 무렵부터 흘러나왔던 수준과는 대체로 일치하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김종훈 한미 FTA 우리측 수석대표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노동.환경분야외에 의약품 관련 지적 재산권과 정부조달, 근로자 재취업 훈련 강화 문제 등을 추가 협상 가능성이 있는 대목으로 꼽은 바 있다.따라서 예상 시나리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노동.환경, 일반분쟁 해결절차 적용요구 ‘부담’
미측의 제안이 예상범위를 크게 넘지 않았다해도 우리 정부의 부담은 간단치 않다. 미측이 노동.환경분야에서 기존에 합의한 자체 분쟁 해결절차 대신 일반분쟁 해결절차를 적용하자고 나선 부분이 대표적이다.
우선 이 부분은 양국이 지난달 공개한 협정문의 노동.환경챕터에 각각 수록한 내용으로 협정문 자체를 바꿔야 하는 부담이 있다. 미국의 일방적 요구를 수용할 경우 국내 여론을 설득하기 어렵다.
절차의 문제뿐 아니라 내용도 유리하다고 보기 힘들다. 노동,환경관련 분쟁에서 기존 협정문을 따를 경우 협정 위반으로 최대 1천500만 달러의 벌과금이 부과되면 이 돈은 제소국이 아니라 노동.환경규정을 위반하는 국가의 노동.환경여건을 개선하는 데 쓰도록 돼있다.
하지만 미국의 신통상정책에 따라 이를 일반분쟁 해결절차에 따르면 제소국은 상대방에 대해 특혜관세 중단 등 무역보복을 취하거나 규정위반에 따라 부과된 벌과금을 가져갈 수 있게 된다.
의약품 분야에서 “FTA 의약품 관련 조항이 세계무역기구 지적 재산권 협정과 공중보건 선언에 따른 공중보건 보호조치를 취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부분은 현재로서는 그 효과를 짐작하기 힘들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전염병 창궐 등 비상시에 지재권에 구애받지 않고 치유 복제약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으나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의미가 불분명하며 미국 민주당의 입장을 고려한 선언적 규정에 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우리측, “다른 부분 협상 받아들이기 어렵다”했지만..
미국의 추가협상 제의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 정부측이 강조하고 있는 ‘이익의 균형’이 추가 협상을 통해 유지될 지에 대해 정부 내부의 검토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3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환경.노동을 제외한 다른 부분의 (추가) 협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히는 등 협상범위 확대를 원칙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원칙론’일 뿐, 한미 FTA를 최대 정책과제로 내세우는 정부가 미측의 추가협상 제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낮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보다는 미측의 추가협상에 응하되 ‘이익균형의 유지’를 내세워 우리측의 요구사항을 역제안하는 전략을 쓰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측은 미국의 추가협상 제안이 있을 경우 어느 분야를 역제안 대상에 포함시킬 지 외부로 공식화한 내용은 없다. 다만 김종훈 수석대표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역제안을 할) 그런 것을 정부안에서 생각은 하고 있다”면서 전문직 비자쿼터와 의약품, 지적 재산권 등의 항목에 대해 “(우리측 추가협상 요구사항으로) 고려해보겠다”고 밝혀 이들 분야가 우선 순위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우리측은 내부 방침을 세운 뒤 오는 21일 서울을 찾을 웬디 커틀러 한미 FTA 미측 수석대표에게 이런 입장을 전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서명. 추가협상 분리 가능성 커져
이달 말로 임박한 서명시한과 미국 측의 전례를 보면 한미 FTA의 추가협상과 서명은 분리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한 뒤 노동단체 등의 요구에 따라 노동.환경 분야에 대해 추가협상을 벌였고 노동 조항을 강화한 부속서를 덧붙인 전력이 있다.
또 이번 신통상정책 적용 대상국인 우리나라와 페루, 콜럼비아, 파나마 등 4개국 중 페루, 콜롬비아와는 FTA 서명을 끝낸 상태다.
미국측이 페루, 콜롬비아와의 FTA에 신통상정책을 반영하려면 서명 후 추가협상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측도 서명 예정일까지 2주 남짓 남은 상태여서 이런 형태로 서명후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3일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현재 합의된 협정문의 서명과 만약 제기될 수 있는 추가협의는 별개 문제로 보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말해 분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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