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의료분야만 6조7000억 피해”

“의료분야만 6조7000억 피해”
입력: 2007년 06월 18일 18:12:14
  
국회 보건복지위와 문광위가 18일 각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청문회를 열고 본격적인 ‘FTA 검증’을 벌였다. 의원들은 청문회에서 “FTA가 국민의 삶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며 졸속 협상 내용을 비판하고 철저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최근 결정된 FTA 재협상 배경과 전망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그러나 문광위는 김명곤 전 문화부장관 등 주요 증인의 불출석으로 제대로 회의를 못한 채 이달 말 다시 개최키로 하고 조기 산회했다.

변재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이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열린 한·미 FTA 청문회에 출석,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박민규기자  
◇약값만 비싸지는 것 아니냐=보건복지위에서 의원들은 신약 특허권 강화 및 복제약 출시 기간 연장으로 인한 약값 인상, 국내 제약업계의 경쟁력 약화, 건강보험재정 악화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한나라당 문희 의원은 “FTA로 보건의료 분야 피해액이 10년간 최대 6조7000억원이 발생하고 1만5000개의 일자리가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FTA 이행 시 제네릭(복제약) 의약품의 시장 진입이 9개월이라고 주장하나 미국 제약사의 소송 지연이나 남발 시 제네릭 출시가 2년 정도 늦어질 것”이라며 “이 경우 추가 국민 부담은 10년간 최대 1조6000억원”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 박재완 의원은 “제네릭 출시가 늦어지면 영세한 대부분의 제약회사는 도산 위기에 몰릴 것이고, 약가 상승 등으로 건보 재정도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형근 의원은 “재협상 분야에 의약품이 포함된 이유가 뭐냐”며 “추가로 재협상할 내용이 무엇인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은 “국내 의약품 기술수준이 미국 등과 비교해 60% 수준”이라며 “크게 뒤지는 신약개발 능력, 국내 기업의 제네릭 의약품 개발 비용 및 관련 특허소송 증가, 다국적 의약품 시장점유율 증가가 초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만복 복지부 FTA 담당 국장은 “국내 제약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기우 의원은 “건강보험, 연금보험 등 공적 사회보장보험 체계에 미국이 요구하는 민간보험상품이 언제든지 들어올 가능성을 열어놨다”고 주장하며 대책을 따져 물었다. 김종훈 한·미 FTA 협상 수석대표는 “공적보험의 공공성을 저해하는 합의는 전혀 없다”며 “국민건강보험의 질을 저해하는 부분은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당사자’ 빠진 문광위=문광위는 스크린 쿼터 축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시장 개방, 지적재산권 분야 피해 등을 다룰 예정이었으나 파행했다. 문광위원들은 정동채·김명곤 전 문화부장관, 조창현 방송위원장 등 주요 증인들이 해외출장 등의 이유로 불출석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은 “김전장관은 뮤지컬 작품 구상 및 자료조사 등의 이유로 홍콩 출장차 불참한 것으로 돼 있다”며 “김전장관이 출석요구를 받고 일부러 기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광위원들은 미리 배포한 질의자료를 통해 정부가 무전략, 저자세 협상을 펼쳐 한·미 FTA 협상 개시의 선결조건으로 스크린 쿼터 축소를 단행했고, FTA 협상에서는 ‘현행유보’ 조치까지 합의함으로써 정부가 영화시장 개방과 관련해 추가규제 조치를 원천 봉쇄했다고 질타했다.

〈최재영·김재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