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맞짱 토론’…정부인사 “불쾌” 퇴장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임박한 가운데 졸속체결을 반대하는 국회 비상시국회의가 20일 ‘한·미 FTA 협정문 분석 종합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협상담당자와 맞짱토론회를 열었다. 반대 진영이 투자자·국가제소권 등 ‘독소조항’의 위험성을 조목조목 비판하자, 정부 측은 “사실을 왜곡한 채 위기를 부풀리고 있다”고 맞서는 등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종합평가 대토론회에 참석한 각 분야 토론자들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김영민기자
이날 토론회는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이해영 한신대 교수와 정부측 홍영표 FTA 국내대책본부장을 필두로 점심까지 거른 채 5시간 내내 열띤 공방을 벌였다. 당초 종합토론자였던 이혜민 외교통상부 한·미 FTA 기획단장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채 회담장을 떠나고 말았다.
민주노동당 서준섭 정책위원은 무역구제와 관련, “업계가 가장 중요시한 반덤핑 과제를 비롯해 14개 중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산자부 백두옥 무역구제정책팀장은 “무역구제협의회를 마련한 것이나, 미국 철강업계가 우려한 것만 봐도 협상성과가 상당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방청석의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이경식 산자부 FTA 지원팀장을 향해 “많은 사람의 지적에도 우리 협상단은 무조건 잘했다고만 한다”고 비난했다.
날가롭게 엇나가던 토론은 보건·안전·위생 분야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우석균 보건의료연합 정책실장이 “정부 발표로만 연간 1200억~1600억원 약값 상승을 얘기했는데도 ‘잘한 협상’이라며 한 마디 사과도 없느냐”고 비난하자, 배경택 보건복지부 FTA 팀장은 “잘못을 말하는 것은 감사하지만 사실관계를 지나치게 왜곡하는 거 같다”고 따졌다. 우실장도 질세라 “미국 압력으로 도입한 것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바통을 이어받은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편집국장은 “국민과 국회를 우롱하고 속이고 있다”고 받아쳤다. 윤동진 농림부 통상협력관은 반대진영의 ‘종합보고서’를 가리키며 “시중에 발간하기 전 충분히 의견을 반영하기 바란다. (비상시국회의)의원 신뢰도도 떨어뜨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기름을 끼얹었다. 그는 “그동안 반대측 논리가 협상에 도움됐던 건 분명 있지만 앞으로는 달라져야 한다”는 ‘충고’도 덧붙였다.
반대측의 남희섭 정보공유연대 대표는 “일시적 저장 인정이 오히려 도움된다는 등 정부측 설명은 ‘조작’에 가깝다. 정부가 종교집단처럼 비쳐진다”라고도 했다. 이에 김정배 문화관광부 저작권팀장은 구체적 설명은 생략한 채 “(반대진영의)세세한 사실관계 왜곡이 많다”고 반발했다. 이때쯤 흥분한 방청석에서는 정부측 토론자를 향해 고함이 터져나왔다.
양측의 입장차는 개방을 둘러싼 ‘철학’ 문제로 옮아갔다. 막판 총론토론에서 이해영 교수는 “한·미 FTA는 양극화를 심화시켜 민주주의의 물적 기초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영표 본부장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배신이라거나 어떻게 말하건 자유이지만, 국가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꿈과 이상만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전병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