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미 FTA 종합평가 토론 ‘지상중계’

한-미 FTA 종합평가 토론 ‘지상중계’
한겨레         김진철 기자
        
        
20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종합평가 대토론회가 열렸다. ‘한-미 에프티에이 졸속체결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국회의원 65명)가 연 이날 토론회에는, 비상시국회 정책자문단 소속 전문가들과 정부 쪽 협상담당자 등 20여명이 패널로 나왔다. 팽팽한 격론이 펼쳐졌지만 양쪽은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다르게 파악했고, 세무 협정문안 해석도 크게 엇갈렸다. 토론은 크게 상품·농업·투자 등 모두 열 가지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20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미 에프티에이(FTA) 종합평가 대토론회’가 열렸다. ‘한-미 에프티에이 졸속체결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국회의원 65명)가 연 이날 토론회에는, 비상시국회의 쪽 정책자문단인 민간전문가와 정부 쪽 협상담당자 등 20여명이 패널로 나왔다. 한 치 양보도 없는 격론이 펼쳐졌지만 양쪽의 접점은 좀처럼 만들어지지 못했다. 기본적인 사실 관계에서조차 양쪽의 해석은 크게 엇갈렸다. 토론은 △상품 △보건·위생 등 △투자·서비스 등 3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자동차 개방폭 불평등”…“시장규모 감안해야”

⑴ 상품과 무역구제

상품 분야에선 정부가 최대 성과로 강조하는 자동차 부문 합의 내용을 두고 이해득실 논란이 벌어졌다. 정부 쪽에선 미국의 관세 인하 효과로 자동차 산업이 큰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고 거듭 주장한 반면에, 반대 쪽에선 실질적인 이익은 모두 미국에 돌아가게 됐다고 반박했다.

시국회의 자문단의 백일 울산과학대 교수(유통경영학과)는 “자동차 등 상품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과 우리 쪽 균형이 맞지 않아 국내산업은 오히려 큰 피해를 보게 됐다”며 “자동차를 보면 우리는 미국 수출에서 2.5% 관세 인하 효과를 보는 반면, 미국은 우리나라 관세 8% 인화와 함께 특별소비세 인하와 배출가스 규제 완화 등 여러가지 비관세 장벽 제거라는 혜택까지 챙겼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 자동차 업계에서는 10% 정도의 가격인하 효과가 있어야 판매증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는데, 2.5% 관세인하로 어떻게 대미 수출이 늘어날 수 있겠냐”며 “거꾸로 미국산차 수입이 크게 늘어나 금액 기준으로 현재 16%인 수입차 점유율이 30%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경식 산업자원부 에프티에이지원팀장은 “자동차 기대효과가 가장 크다고 한 것은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결과를 받아 참고한 것”이라며 “우리 자동차 관세는 8%이고 미국은 2.5%라 함께 없애면 불균등하게 양보한 것 아니냐고 하지만, 시장 규모를 고려해야 한다”고 맞섰다.

“미 보조금에 침묵, 불공정 고착화”…“큰 영향 없다”

        
        
⑵ 농업

농업 분야 토론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쪽 전문가로 나선 윤석원 중앙대 교수(산업경제학)는 “농업 부문 하나만 가지고도 한-미 에프티에이는 비준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교수는 “다른 나라들의 자유무역협정을 다 뒤져봐도 농산물의 관세철폐 예외인정 비율이 19%에서 30%까지 되는데, 한-미 협정에서는 사실상 거의 전품목 관세 철폐가 이뤄졌다”며 “미국이 농업부문에 엄청난 보조금을 쏟아부어 덤핑수출을 하고 있는데 우리 농민들이 어떻게 견딜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윤 교수는 또 “정부가 ‘농민 피해가 얼마니까, 이 정도 지원하겠다’는 식의 대책만 내고 있는데, 지금 해야 할 문제는 진정한 자유무역협정 정신에도 어긋나는 불공정 무역관행을 시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배종하 농림부 농업정책국장(전 국제농업국장)은 “농업이 이번 협상에서 가장 어려운 분야인데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면서도 “미국으로서 에프티에이에 따라 이익을 가장 크게 볼 것을 기대하고 있고 결과적으로는 우리 피해가 가장 큰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배 국장은 “과일류가 육류 등에 대해서는 미국도 보조금을 거의 주지 않기 때문에 불공정 무역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윤 교수는 “보조금은 결정적으로 시장가격에 영향을 끼치므로 이것을 협상 중 지적해야 했다는 것”이라고 되받았다.

“가난하면 약도 못먹을 것”…“약값 적정화로 해결”

        
        
⑶ 보건의료

보건의료 분야 토론에서는, “미국의 의약품 관련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탓에, 국민들의 약값 부담이 증가하고 가난한 환자들에겐 의료서비스 접근이 제한될”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정부 쪽은 “약제비 적정화 정책으로 국민 피해를 상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석균 보건의료연합 정책실장은 “정부가 의약품 특허의 자료독점권 강화 등 사실상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합의해 놓고서 ‘원래 우리가 추진하려는 정책이었고,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선진화 조처’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의약품 협상의 문제를 숨기려는 정부 태도를 비판했다. 우 실장은 “심지어 미국의 제약협회나 민감의료보험협회 등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앞으로 다른 모든 에프티에이의 모범이 돼야 한다고 평가할 정도인데, 이는 우리 쪽으로서는 최악의 협상이라는 것 아니냐”며 “에프티에이가 발효되면 경제자유구역 등에서 영리병원 허용이나 민간의료보험의 적용에 따른 부작용을 정부가 시정할 수 없게 되는 것도 큰 문제”라고 밝혔다.

배경택 보건복지부 에프티에이팀장은 “의약품 특허 존속기간 연장 문제나 자료독점권은 이미 한-미 협정 논의 전부터 시행 중인 것”이라며 “이처럼 협정에 반대하는 단체에서는 구체적으로 협정문안에 따라 시행되는 조처가 아닌 것까지 거론하며 피해를 과장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배 팀장은 또 “미국은 의약품값을 물가에 연동에 인상시키라는 요구도 했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예로 들며, 의약품 협상에서 큰 양보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뼛조각 발견 등 위생검역 구멍”…“미 특별대우 안해”

        
        
⑷ 쇠고기

위생·검역 분야에선 검역 주권문제가 쟁점이 됐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의 박상표 편집국장은 “육류 도축장의 검사 동등성 인정 등 우리 검역 주권을 포기하는 상황이 초래됐다”며 정부를 비판했지만, 농림부의 윤동진 통상협력관은 “사실 관계를 왜곡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박 국장은 “한-미 에프티에이 4대 선결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 뒤 뼛조각이 발견되고, 다이옥신이 검출되고, 더구나 수입검역증 위조행위까지 드러났음에도 정부는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며 “전세계 광우병 발생국가의 쇠고기 가운데 미국 쇠고기만 현재 수입하면서 이는 에프티에이 협상과는 별개라고 주장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조류 인플루엔자 지역화 문제 등도 정부는 겉으로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해놓고 섬유 분야의 미국 쪽 관세 철폐안과 거래했다”며 유전자 조작 생물체(LMO) 수입 검역절차 완화와 섬유협상을 서로 연계했음을 보여주는 정부의 내부 비공개 문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윤 통상협력관은 “위생검역 분야가 어렵고 취약한 분야인 것은 맞지만, 사실관계를 왜곡해 흠집내는 것은 너무 아쉽다”며 “역량을 키울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항변했다. 그는 “광우병 발병 국가들 중에 현재 미국산 쇠고기만 들어온 것은 맞다. 그러나 미국에만 특별히 해 준 것은 없고, 서너 나라가 (쇠고기 수입을) 더 요구하고 있는데, 앞으로 보면 안다”고 모호하게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공공영역 피해 모르쇠”…“환경변화 무시 못해”

        
        
⑸ 지적재산권

지적재산권 분야에선 협정에 따른 국내 예상 피해액를 놓고 뜨거운 설전이 벌어졌다.

남희섭 변리사(정보공유연대 대표)는 “정부는 저작권 보호기간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하는 데 따른 예상 피해액을 연간 100억원 정도라고 추정했으나 이는 출판사나 음반회사 등 저작물의 상업적 이용자들 피해만 계산한 것”이라며 “도서관 등 공공분야의 광범위한 추가부담을 피해 산출에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행 국내 법률체계에선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산출할 때 손해를 본 사람이 입증해야 하는데, 협정문에서는 손해배상액을 미리 추정해서 확정할 수 있게 하고 저작권 침해 도구까지 압수할 수 있게 했다”며 “이는 우리의 정책주권과 사법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정배 문화관광부 저작권 팀장은 “미국과의 합의는 디지털 환경 변화와 저작권자 권리보호 차원에서 정부 스스로도 필요성을 인식해서 도출된 것”이라고 맞받았다. 김 팀장은 “저작권 침해에 따른 국내 피해액이 연간 1조원에 이른다. 남의 것을 도용해서 이 정도 피해를 끼치는 데 방관할 수 있느냐”며, 저작권 연장에 따른 공공영역 피해를 산정하지 않는 문제에선 답변을 피했다. 그는 손해배상액 추정 산정과 관련해선, “법무부 등 관계부처에서 면밀히 검토한 결과, 현행 법체계상 문제가 없고,수용해도 별다른 이상 없을 것이라고 해서 받아들인 것”이라고 답변했다.

“규제 권한 크게 위축”…“공공성·경쟁력 함께 고려”

        
        
⑹ 서비스

서비스 분야에서는, 정부의 서비스업 규제 권한 축소 가능성이 주로 거론됐다. 서준섭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은 “협정이 발효되면 정부를 비롯해 국회와 시·도 등 지방자치단체 등의 서비스업 규제 권한이 광범위하게 제한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영세 자영업 등 지금도 어려운 국내 서비스 분야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유명희 외교통상부 서비스투자과장은 “서비스 분야의 정부 규제는 동전의 양면 같은 특성이 있다”며, “협상에서는 규제 확보가 필요한 분야와 규제가 완화돼야 할 분야를 나눠 대응했다”고 반박했다.

서 위원은 “앞으로 미국 서비스 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하면 국가의 규제를 간접 수용으로 주장하며 업무 영역을 넓혀나가 궁극적으로는 공공서비스, 사회서비스 영역까지 침투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은 공공, 사회서비스 분야가 경제개발협력기구 회원국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함에도 한-미 협정을 통해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과장은 “국민 기초생활 보장 등 경제사회 시스템 관련 부분은 공공성이 최대한 훼손되지 않도록 하면서도 일부 서비스기능 중 필요한 부분은 개방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입장을 세우고 두 가지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며 “공공성이 강한 사회서비스인 기초교육과 의료 등은 미래 유보로 분류해 정부가 앞으로 규제를 더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