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외무, 행정고시에 ‘바르게 살기’ 과목이 들어가야” 인터뷰 남희섭 지재권공대위 대표

“외무, 행정고시에 ‘바르게 살기’ 과목이 들어가야”
[인터뷰] 남희섭 지적재산권공대위 대표

라은영 기자 hallola@jinbo.net / 2007년06월21일 16시08분

21일 ‘재협상은 없다’던 한국 정부가 말을 바꿔 재협상에 임했다. 심지어 조문의 수정을 요하고 있는 미 측의 요구에도 ‘기존의 협정문 확인의 수준’이라고 애써 축소하며 재협상에 나서고 있다.

<참세상>은 지난 주말, 그리고 요번 주 국회 청문회까지 가장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는 남희섭 지적재산권 공대위 대표를 만났다. “모르면 공부 좀 하세요”라는 날선 지적에, 전문적인 그의 주장에 토론자로 나선 정부 토론자들이 손에 땀을 쥐며 격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정부는 정책을 세우고, 공공의 이익을 도모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것을 실행해야 할 정부 관계자들이 오히려 기업의 논리를 대변하고 있다. 공공 정책을 포기하고 기업의 대변인으로 나서고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다. 한미FTA 협정문에는 한국 경제에, 지적재산권 분야에 치명적인 결과들이 대거 담겨 있다. 그래서 남희섭 대표는 “정말 열 받아서 속이 답답하다”는 침통한 심정을 밝힌다.

이하는 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한미FTA 협상 결과만 놓고 보면, 챙기긴 뭘 챙기겠나. 다 원점으로 돌려놔야 할 상황이다. 다른 것 보다 한미FTA 협상을 보고, 지금까지 정부 관계자들과 토론을 하면서 느낀 것은, 무엇 보다도 외무고시나 행정고시 시험과목에 ‘거짓말 안하고 바르게살기’, ‘논리적으로 생각하기’ 등의 과목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를 책임진다는 사람들이, 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이 안 돼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토론회(20일 비상시국회의 토론회)만 봐도 마찬가지다. 김정배 문화관광부 저작권팀장의 주장들을 잘 들어 보면, 정부가 공공정책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사실 김 팀장이 얘기하는 내용은 미국 기업들, 지재권으로 돈 별려고 하는 기업들이 하는 얘기들이다.

논리적으로 100% 잘못 됐다는 것은 아니다. 비경합성, 비배제성으로 인해 저작권의 침해 우려가 높고, 보호가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시장에서 이윤을 취하겠다는 논리이고, 기업들이 주장하는 논리이지, 공공정책을 강화해야 할 정부의 담당자가 할 얘기는 아니지 않는가. 기업의 대변인이 아니고서야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외무고시나 행정고시에
‘거짓말 안하고 바르게살기’, ‘논리적으로 생각하기’
등의 과목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은 사회적으로 자유롭게 활용하면 사회적 편익이 더욱 증가한다. 권리자의 보호와 더불어 이용에 대한 보장에는 양면성이 있는 것이다. 공공정책을 담당해야 할 정부가 공공정책의 측면을 보고, 강화하고, 법제화를 노력해야 그나마 시장에서 균형이 이뤄지는데 지금 정부에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역행하며 기업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이 한미FTA 결과를 치장하려고, 오히려 자본 측에 서서 저런 논리를 펴는 것으로 보인다.

김 팀장이 오늘 ‘위법은 처벌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한미FTA가 아니라, 우리나라 현행 제도로도 처벌할 수 있다. 지금도 현행 저작권법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꼭 한미FTA를 통해 이렇게 강화될 필요가 있을까.

기술적 보호조치(암호화 등의 기술적인 방법을 통해 저작물에 대한 접근이나 이용을 통제하기 위한 기술이나 장치)에서 접근통제적 조치(저작물의 접근을 통제하는 암호 또는 접근 코드 등등의 기술적 조치)의 경우 현재 저작권법에 도입돼 있지 않은 내용이다.

이 제도가 미국에서 도입될 당시, 가장 중요한 도입 이유로 온라인상에 저작권 침해를 예방,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했었다. 그런데 도입해서 목적 달성은 못하고 오히려 역기능만 생겼다. 암호화 연구를 방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기술적 보호조치는 매체와 컨텐츠 연결하는데 작용하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하나로 묶어 접근을 통제하니 오히려 엉뚱한 수단이 나타나 역기능만 나타나고 있다.

청문회, 토론회. 정말 열 받아서 속이 터진다. 정부 협상단이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왜곡’이니 ‘괴담’이니 말을 하니. 오늘 토론회(20일 비상시국회의 자문단 토론회)에서 배경택 팀장의 얘기를 들어봐라. 배경택 팀장도 안다. 의료 분야는 그 자체로 놓고 보면 손해난 협상이다. 결과가 분명한데, 절대 그렇다고 얘기를 안 한다. 지재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협상 과정에서 문화관광부에서 나온 문건을 보면, 이거 비공개 문서라고 돼 있기도 한데, “저작권 분야는 협상 카드가 너무 없어서 다른 쪽 협상 카드를 빌려오든지 해야 할 판이다. 외교부가 저작권을 양보하라고 하는데 그럴 수 없다. 문광부장관이 외통부 통상교섭본부를 설득해 달라”는 요지의 내용도 있다. 미국의 핵심요구에 대해 문광부 측은 다 수용불가의 입장이었다. 문광부의 입장에서 권리자 보호에 지나치게 편중되기 때문에 한미FTA 협상 내용 모두에 수용 불가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타결되고 협정문 내용을 공개하고 나니, 이제는 원래 있었던 법이고, 선진화를 위해 합의했다고 한다. 말이 바뀐 것이다. 타결되기 전에는 분명히 얼굴 보고 얘기했는데, 타결 된 후에는 얼굴 가리고 뒤통수만 보여주면서 ‘이게 눈이고, 이게 코다’라고 억지로 설명을 끼워 맞추고 있다.

협상을 잘못했다고 하면 위에서 뭐라고 하나. 최소한 이렇게 얘기할 수 있지 않나. 한미FTA 협상 결과에서 이런 이런 분야는 조금 손해가 난다, 그렇지만 저런 분야에서 성과가 있으니 전체적으로 보면 이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고. 최소한 정부 측에서 협상 결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인정 해야 토론이라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정부 협상단은 무조건 나와서는 ‘다 잘했다’고 하면 어떻하냐. 심지어 논리에 맞는 것도 아닌 것을 억지를 부리면서. 수준이 안 맞아서 토론을 못하겠다.

“분명히 손해난 분과이고 제대로 못한 협상 분과에서까지도
‘잘했다’고 총평해 버린다. 객관적으로 인정이라도 해야 토론이 될 텐데
이렇게 억지를 부리는지. 수준이 안 맞아서 토론을 못할 지경”

월요일에 진행된, 보건복지부 청문회에서 한미FTA 협상 결과에 찬성 요지의 발언을 한 한 전문가는, 전공이 달라서 차이가 있다고 말하더라. 그런데 전공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제조하는 방법 특허와 물건에 관한 특허를 얘기하는데, 특허법의 기초이지, 무슨 전공이 달라서 이해가 다르다는 말을 하나.

일요일날 TV 토론회 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때도 김정배 저작권팀장 이었는데, 저작권법 보호기간이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되면 한미FTA로 인해 미국 기업도 이익을 보고, 한국 기업도 이익을 보고, 법제도가 같은 미국 이용자는 별 영향이 없고, 한국 이용자들도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기간 연장으로 인한 피해는 오직 불법 이용자들의 몫이라는 식으로 말했다.

이러니 공부하고 나오라고 말 하는 거다. 보호기간이 20년 더 늘어난다는 것은 그동안 불법으로 이용하던 사람들이 이용을 못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자유롭게 이용했던 영역이 20년 더 닫히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기존에 적법하게 이용하던 것이 불법이 되게 된다는 것이다. 불법 이용자들이 불법자로 남게 된다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접근통제의 경우, 기존에 인정하지 않았던 내용을 새롭게 인정했다. 그 동안 접근 통제와 관련해 위법한 행위가 아니었는데 한미FTA로 인해서 위법한 행위가 됐다는 것이다. 사이트 폐쇄도 마찬가지다. 사이트가 불법이라고 폐쇄를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불법 행위를 허용한 경우, 적극적으로 예방하지 않은 경우 폐쇄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행법보다 지나치게 과하고, 미국 변호사들도 지나치게 강화됐다고 얘기한다. 영화관 녹화 장치 사용 시도의 경우도 기존에 없던 내용이다. 미수범도 아닌데 처벌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일방적 구제제도와 관련해 정부는 ‘현행에 있는 제도’라고 하는데, 민사집행법도 안 읽어 봤나를 되묻고 싶다.

민사집행법 304조(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 “제 300조 제 2항의 규정에 의한 가처분의 재판에는 변론기일 또는 채무자가 참석할 수 있는 심문기일을 열어야 한다. 다만, 그 기일을 열어 심리하면 가처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적고 있다.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은 심문기일을 열어 상대방의 의견을 듣는 것이 원칙인데,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가처분은 모두 지적재산권이란 권리에 대한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이므로 심문기일을 여는 것이 원칙이다. 협정문의 일방적 구제 조항은 현행 민사집행법과 완전히 어긋난다. 이 조항이 몇 줄도 안 되는데, 정부는 자꾸 똑같다, 같다고 우긴다. 그러니 공부 하라는 것이고, 이런 사람들이 협상을 했으니 협상 결과가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지난 6일 마이크 팔메도(Mike Palmedo) 미국 워싱턴대학교 지재권연구소 연구책임자와 인터뷰를 진행한 남희섭 대표 [참세상 자료사진]

저작권은 불확정 권리이다.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정부가 얘기하고 있는 것은 완정 모방한 것에만 한정해서 생각하는데, 저작권 분쟁, 소송은 그런 경우에만 생기는 게 아니다.

재협상 관련해서도 정부의 거짓말이 계속되고 있다. 월요일에 보건복지부 청문회 할때, 김종훈 수석대표도, 보건복지부 장관도 신통상정책의 내용 중에, 강제실시에 관한 내용만 얘기했다.

현재 신통상정책에는 TRIPS, 공중 보건에 관한 것, 그리고 FTA에 지재권 조항들이 각국 정부가 공중 보건을 위하여 조치를 방해할 수도 없고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과, 자료독점과 관련해 FTA에서 공익을 위한 제한 규정이 없고 못하게 돼 있다. 이는 공중 보건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도 자료독점권은 중간에도 제한을 못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신통상정책에는 이를 제한할 수 있는 내용을 넣으라는 내용도 있다.

현재의 한국에 요구된 내용에는 3번째 내용이 빠져 있다. 그런데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의약품과 관련한 내용은 ‘의약품과 관련해 미국이 강제실시를 잘하게 하자는 것’으로 해석해 말하고 있다. 그리고 강제실시는 현행 우리 법대로 하면 아무런 영향이 없으니, 재협상에서 다루지 않아도 아무 영향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정말 잘 모르고 하는 얘기다.

신통상정책에도 문구상으로도 ‘강제실시 잘하자’는 문구는 없다. 도하 선언문의 경우도 ‘강제실시를 잘하게 하자’는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지만, 공중보건을 위한 조치가 지재권 보호하기 위한 조치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식이다. 보건복지부가 공공의료를 담당하고, 책임질 생각이 있는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보건복지부가 의지가 있다면, 축소 해석할 것이 아니라 이번 재협상에서, 허가 특허 연계와도 관련해 내용을 빼자고 하거나, 자료 독점과 관련한 내용을 넣자고 주장해야 한다. 아무래도 정부는 이런 주장을 제기하면, 자신들이 협상을 잘못했다는 식으로 평가를 받게 될 까봐 의도적으로 피해가는 것 같다.

자료독점권도 유사의약품까지 넓혀 놨고, 공개된 자료 보호까지 범위도 확대됐는데, 기존과 같다는 식으로 거짓말이나 하고, 관련해 개선한 요구안을 제출해 재협상을 해도 부족한 판국에 오히려 평가를 피해가려고 재협상은 외면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도대체 누구를 생각하고 무슨 협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정부측 토론자들이 이제는 논리가 막히니까, 막 들이대면서 억지를 부린다. 그들이야 토론자에 나와서는 순간순간만 모면하면 되니까.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한미FTA 협상 결과로 인해 국내의 지재권 제도 자체가 망가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